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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경상도 이겨봅시다', '경상도에 빼앗기고 후회말자'... '군산의 실상을 보십시오'라는 제목이 달린 이 게시물에는 군산 지역에 걸려있는 펼침막 중 지역감정 내용을 담은 펼침막을 찍은 사진이 가득 담겨있었다. 군산은 방폐장 유치신청 지역중 유일한 전라도 지역 도시. 미워하면서 닮아간다 했던가. 이제 방폐장 유치 찬반투표는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경쟁에서 절대 질 수 없다는 감정 대결로 변질되고 말았다. "반대단체, 경주에 원자력발전소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 30일 오후 경주역 광장. 백상승 경주시장은 이종근 시의회 의장 등과 함께 삭발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백 시장의 농성장엔 각 단체와 시민들의 방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백 시장은 주민투표 하루 전인 11월 1일까지 단식농성을 할 계획이라고. 백 시장은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농성천막 바로 옆에 군산에서 내걸린 펼침막 문구 사진을 게시해 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린 찬성 80% 이상 해본 적이 없는데 저쪽(전라도)은 90% 찬성하지 않나"라며 "정부가 호남에 방폐장을 주기위해 주민수용성을 따지는 주민투표를 고안해냈다"고 주장했다. 군산시가 정부의 경주지원설의 근거로 선전하고 있는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697억 지원 사실에 대해서 백 시장은 "2003년에 내려왔지만 아직까지 한 푼도 안썼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산업자원부가 해명해줘야 하는데 아무 말도 않으니까 오해가 생기고 결국 저쪽(군산)이 이용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군산시에서는 정부가 방폐장 주민투표 발의 직전인 지난 달 29일 신월성 1, 2호기를 승인하고 원전주변지역 지원금을 푼 사실을 두고 '경주시민들의 반원전, 반방폐장 여론을 돌리기 위한 편파지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부재자 투표를 둘러싼 관권선거 시비와 관련 백 시장은 "거소자들이 대부분 기권하니까 부재자 투표라도 하라고 권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책사업이 걸려있지 않으면 권유도 못한다"며 "정부가 법을 마련해 투표율을 어떻게든 올리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부정선거 운운하나"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백 시장은 "사람들이 '역사문화도시에 웬 방폐장이냐'고 하지만 그 사람들 대부분은 경주에 방폐장보다 더 위험한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는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방폐장과의 연관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높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방폐장 주민투표가 안전성 논쟁보다는 영호남 대결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것은 유치반대 단체도 인정하고 있는 상태. 경주 핵폐기장반대 공동운동본부(공동본부) 이문희 사무국장은 "핵폐기장에 대한 찬반 양측의 생산적 토론은 온데간데 없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도시간 경쟁만이 남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선관위원 있는 부재자 투표소에 찬성유인물 버젓이" 공동본부가 시와 함께 선관위까지 문제 삼는 까닭은 감포읍사무소에 마련된 부재자 투표소에 찬성 측 홍보물이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 공동본부는 "선관위 직원들이 2층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법행위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었다"며 선관위를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란한 틈을 이용해 누군가 찬성단체 유인물을 갔다가 놓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공동본부는 "공무원들이 통장과 이장들까지 동원해 투표에 적극 개입하고 나서고 있다"며 관권 부정선거를 거듭 주장하고 있다. 증거도 적지 않다는 게 공동본부의 주장이다. C동 한 아파트에서는 우체통과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지점인 경비실에 임시투표함을 설치해 투표용지를 수거한 사실을 포착했다. H동에선 통장이 직접 공보물을 배송·수거한 사례도 접수했다. 아울러 동장이 통장 20여 명을 모아놓고 주민투표를 조직한 사례도 적발했으며 심지어 부재자투표소가 마련된 것을 주민들에게 숨기고 우편을 통한 투표(거소투표)를 독려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모두 관권투표 의혹 사례들이다. 이문희 국장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모여 부지조사 등을 제대로 한 다음 수용성 검토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순서"라며 주민투표 절차상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끝내 영호남 감정다툼으로 변질되고만 방폐장 위치선정 주민투표. 군산과 경주에서는 근거 없는 주장과 각종 설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펼침막처럼 난무하고 있지만 정부는 '주민의 수용성'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11월 2일. 경주 군산 포항 영덕. 네 도시 중 한 곳에서 가장 높은 유치찬성율이 나와 유치지역으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지역이든 이 결과를 쉽게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단체의 논리는 어딜 가나 똑같았지만 찬성단체의 논리는 각 지역마다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정부가 방폐장 유치에 따른 경제성만 부각시키며 주민투표를 통해 찬성이 높은 지역엔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주겠다고 부추겼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는 끝나겠지만 다시 곪아버린 영호남의 지역감정은 쉽게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경제성에 짓눌려 잠시 숨길 수 있었던 안전성의 문제는 반대단체들의 주장처럼 '새로운 싸움의 고리'로 다시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그때 정부는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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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4개 후보지역의 주민투표가 11월 2일로 다가온 가운데 투표를 둘러싼 관권개입, 불법행위 의혹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내 찬반대립도 격해져 투표 이후 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정확한 현지 분위기와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군산을 시작으로 경주 포항 영덕 등 4개 후보지역을 차례로 순회하는 르포취재를 기획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
지난 10월 25일 찾은 군산은 옅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고속도로 나들목을 빠져 나와 시내로 들어서자마자
방사물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유치를 찬성하는 펼침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군산은 경북 경주와 포항, 영덕과 함께 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지역이다.
"(방폐장 유치) 반대단체들은 군산의 막가파인가?" 언뜻 눈에 들어오는 펼침막의 개수로 치자면 방폐장 유치 찬성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도 유치찬성단체나 유치반대단체도 "군산 시민 대다수가 방폐장 유치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군산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유치를 둘러싼 찬반 대립은 11월 2일로 예정된 주민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격해지고 있다. 방폐장 유치에 따른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이성적 논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찬반단체 간에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심지어 벌써부터 '책임론'이 등장하는 등 주민투표 이후에도 반목과 분열은 사그라지지 않을 태세다. 25일 현재 군산에서 방폐장 유치와 관련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다섯 가지. ▲공무원의 선거개입 ▲지역감정 유발 ▲반대단체 공보물 사진 논쟁 ▲직도 미군 사격장 ▲외부세력 개입논쟁 등이다. "관권과 금권이 난무하는 단군 이래 최대 부정선거" 이 중 가장 큰 쟁점은 공무원의 선거 개입에 따른 부정선거 논란. 군산 핵폐기장유치반대 범시민대책위(대책위)는 이번 주민투표에 대해 "관권과 금권이 난무하는 단군 이래 최대의 부정선거"라며 이미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승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김종섭 대책위 상황실장은 "행정력을 총동원해 대리신고·대리접수·대리투표를 하고 있는 상황에 망연자실할 뿐"이라고 허탈함을 나타냈다. 대책위는 24일까지 공무원이 개입한 40건(부재자투표 신고과정 20건, 부재자투표 과정 20건)의 부정투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의 이런 입장에 대해 유치찬성단체인 범전북 국책사업유치 추진위(국추협)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전형적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편말수 국추협 홍보국장은 "불법사항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데 투표용지까지 탈취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또 군산시 국책사업추진단 관계자는 "잘 모르는 사안이어서 답변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군산시는 원활한 주민투표를 위해 올바른 정보만을 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13억원이라는 예산을 '국책사업유치추진비' 명목으로 확보, 찬성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국추협 관계자는 "13억 중 8억 정도가 몇 가지 명목으로 유치 찬성단체에 지원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관이 찬성운동을 위해 공무원은 물론 돈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감정 유발은 유치찬성단체의 초조함에서 비롯되고 있다. 경주나 포항, 영덕 등 경상도 유치 신청지역의 움직임에 극도로 민감해 있는 것이다. 국추협 관계자들은 ▲월성 원자력 건설지원금 697억원 발표 ▲11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경주 개최 발표 ▲군산 앞바다 직도 사격장 미군대체사격장 검토 등 일련의 흐름은 "청와대가 나서서 경주를 도와주려 한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 관계자들은 "지역감정은 초반부터 거론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 경쟁을 하다 보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지만 일부 지역언론이 이를 먼저 조장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유치 실패하면 군산을 떠나든지 단체를 해체하라"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방폐장 유치 찬반으로 갈렸던 주민들의 분열이 주민투표 이후에도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찬성단체인 국추협 관계자들은 서슴없이 "군산으로 유치되면 묵과하겠지만 만약 유치에 실패하면 반대단체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유치에 실패하면 군산을 떠나든지 단체를 해체하든지 선택하라"며 반대단체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반대단체인 대책위 관계자들은 "지역 공동체의 반목을 해소하기 위해 나서야할 관이 이성을 잃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종섭 상황실장은 "군산시가 방폐장 유치에 모든 것을 걸고 너무 깊숙이 개입했다"며 "중립을 지키기는 커녕 관권을 동원해 주민갈등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양태중(49)씨는 "군산시민 중 열이면 아홉은 유치에 찬성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십년 경제 낙후 속에 살아와서 '방폐장이라도 유치하면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양씨는 찬반단체와 주민간의 분열과 반목을 염려했다. 양씨는 "이번에 보니까 부안군민들이 왜 둘로 나눠져 다퉜는지 이해됐다"며 "한 지역에 사는 만큼 서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규환(50)씨는 "방폐장이 유치되면 3천억원이 들어온다지만 그 돈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건 아니다"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이씨는 "특히 어민들과 농민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며 "그 분들의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씨는 "다들 마음이 들떠있는 건 알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해야 한다"며 "주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군산의 미래를 위해 서로 힘을 모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20년간 표류해 온 정부의 방폐장 위치 선정. 정부는 정책적 결단 대신 주민의 의사를 묻는 '민주적 방식'을 택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주민들은 분열하고 있다. 11월 2일 주민투표가 끝나도 주민들 간의 갈등과 반목을 정부가 해소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방폐장 선정을 주민들에게 떠넘겼듯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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