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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현선 기자, 사진 정대웅 기자] "결혼한 부부는 재산을 처분할 때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혼할
경우 재산을 절반씩 나눠 가지며 아버지는 양육비를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1957년 제정된 독일의 가족법 일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독일처럼 부부재산제와 양육비 이행 확보를 명시한 법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이런 법이 가족 해체를 부추긴다"는 비판 여론이 강해 올해 안에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 최근 한국에선 독일처럼 부부재산분할, 양육비 지급 의무화 등과 관련한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가족 해체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는데? "법이 가족 해체를 부추긴다는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오래된 방식에서 벗어날 때 저항이 큰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선 57년 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가족 해체를 부추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 아이의 아버지가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처벌은? "독일에선 양육비를 줄 수 있는데, 안 주는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형사처벌까지 가지 않는다. 법조항은 압박을 하는 수단일 뿐이다. 임금을 받는 근로자인 경우 법원에서 압류 명령을 받으면 사용자가 양육비를 어머니의 통장으로 지급하도록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 만약 아이의 아버지가 장기 실업상태에 있을 때는 양육비 지급이 불가능하지 않나? "부양 의무가 있는 아버지가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없을 경우 조부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조부모도 능력이 없으면 양육비 선급법에 따라 사회보장제도로 문제를 해결한다. 보조금은 아이가 열두 살이 될 때까지만 지급된다."
"그렇다. 생부는 부양 의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아이는 생부가 누구인지 알 권리가 있다. 아이의 엄마는 생부에게 양육권을 청구할 수 있는데, 남성이 생부가 아니라며 거부할 때 법원은 혈액검사 등을 받으라고 명령할 수 있다. 어떤 마을에선 비혼모가 키우는 한 아이의 생부를 찾기 위해 대다수 남성이 혈액검사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 독일에선 남편이 부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재산을 처분할 수 있나? "재산을 처분할 때 배우자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집 같은 부동산을 처분할 때는 공증인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남편이나 아내가 혼자 처분하기 어렵다. 공증인은 이를테면 부부가 함께 재산을 처분하려고 하는지 감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 이혼을 할 때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독일 사회의 오래된 전통 때문인데, 종교(가톨릭)의 영향이 크다. 가톨릭은 이혼을 금지한다. 그래서 반드시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야 이혼을 할 수 있다. 최근엔 법원의 관여 없이 당사자들이 이혼을 할 수 있는 관련법을 논의하고 있다." - 이혼 후 엄마가 아닌 아버지가 양육을 맡을 경우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대부분 엄마가 양육권을 갖게 되는데, 자녀가 열두 살 이상이고 아버지와 살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을 때 아버지가 양육권을 갖게 된다. 아버지가 아이를 맡는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양육을 맡은 남성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법적 보호를 받는다." - 독일의 법은 여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독일의 사회법은 여성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 69년 혼인외자법이 만들어진 뒤 비혼모들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다. 지역적으로 비혼모 그룹을 만들어 여러 가지를 지원하고 있는데, 오늘날 비혼모들은 혼자 아이 키우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 정부 정책이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 붕괴에 오히려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소위 말하는 정상가족이 소망스럽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가족들이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 통일 뒤 동독 쪽 법과의 갈등은 없었나. "독일은 흡수 통일을 했다. 통일 뒤 동독은 서독의 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혼란이 있긴 하지만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 - 한국 가족법에 대해 평가한다면. "가족법은 그 나라 사회의 현실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 한국은 입양할 때 아이의 성과 이름을 바꾸고 출생신고도 친자로 한다.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독일에선 아이에게 친부모가 아니란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서구 사회에서는 개인주의가 발달했다. 개인주의와 가족공동체주의는 모순 된 관계지만 서로 존중하면 조화가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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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시행된 이혼숙려기간(1주일)은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가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 데 이어 지난 5월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위원회는 민법 중 이혼 관련 법률 개정안으로 이혼숙려법안을 마련했다. 또 지난 5월까지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법원의 이혼숙려제 시범 도입에 실질적 역할을 한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올 정기국회에 이 법안을 정식 발의할 계획으로 준비하고 있다. "법원은 이혼절차 개시일부터 3개월 후에 이혼 의사확인 또는 이혼을 받아들이는 조정·화해·결정·판결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혼절차에관한특례법(안)'을 마련한 것. 한 의원은 "이 법안은 부부 쌍방 또는 일방이 숙려기간 내에 이혼의사 확인 등을 받아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숙려기간을 단축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특히 여성인권 침해의 위험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혼숙려기간 법제화가 가시화되자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오는 17일 공청회를 열고 이혼숙려제의 효과가 없어 이를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혼도 개인의 권리며, 이혼을 이미 합의한 부부가 몇 달의 숙려 기간을 갖는 것은 실효성이 없음을 주장한다.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인권국장은 "이혼숙려제는 기본적으로 이혼을 '가정 해체'로 보는 시각과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이혼율 감소를 위해 법적으로 기간을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현행 협의 이혼의 경우 그 절차가 간소해 당사자 간 진지한 협의 없이 이혼이 가능했다"며 이혼숙려 법제화를 찬성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이혼숙려제가 시범 시행된 후 충동적 이혼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다만 숙려기간 중에도 재산처분 금지, 자녀양육, 생활비에 관한 가처분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희금 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은 "이혼숙려제가 시범 시행되기 이전부터 건강가정지원법은 이혼 과정에 숙려기간을 권고하고 있었다"며 "이는 양육권, 재산분할 등 이혼 후 삶을 설계하는 시간으로, 일부 여성계가 주장하는 '여성의 권익 침해'와는 상반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홍인종 한국상담학회의 가족상담학회 회장도 "지난 6개월간 시범 시행한 서울가정법원 사례를 보더라도 이혼숙려기간은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다만 숙려기간을 개인 상담으로 대체 가능토록 한 법안은 '준비되지 않은' 상담 인력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한 언론은 '이혼숙려제 도입 후 이혼 취하율 두 배 증가' 제하의 기사에서 "성급한 이혼을 막기 위한 이혼숙려제가 도입된 이후 이혼 의사를 철회한 사례가 과거에 비해 약 2배 가량 늘어났다"며 이혼숙려 법제화 움직임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혼숙려제를 반대하는 여성계 관계자는 "2000년 이후 꾸준하게 감소해 왔던 이혼 취하율을 단편적으로 비교한 기사가 이혼숙려제 실효성의 합리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정일주 기자 ij8469@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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