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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목사는 없고, 사람만 가득했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1. 24.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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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목사는 없고, 사람들만 가득했다!
22일, 법륜 스님-이현주 목사 공동 '독자와의 대화' 성황리에 열려
텍스트만보기   조성일(sicho) 기자   
▲ '독자와의 대화'가 끝나고 독자들에게 사인을 하는 이현주 목사(왼쪽)와 법륜 스님.
ⓒ 조성일
11월 22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1층 영풍문고 강남점 이벤트홀에서는 스님과 목사가 나란히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쾌한 만남이 있었다.

<붓다, 나를 흔들다>를 쓴 법륜 스님과 <이현주 목사의 꿈 일기>를 쓴 이현주 목사의 공동 출판기념회를 겸해 열린 이날 '독자와의 대화'에는 200여 명이 독자들이 참가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서로 말이 통해 계속 만난다

▲ 독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현주 목사.
ⓒ 조성일
법륜 스님은 "이현주 목사를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서로 잘 통하는 것 같아서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공동 출판기념회를 열자는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도 평소 서로 바빠 자주 만날 수 없었기에 이 기회에 이현주 목사를 한번 뵐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현주 목사는 전직 스님으로부터 불경을 읽으려면 <금강경>을 읽어보라고 권유하기에 <금강경>을 읽고 <이 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를 낼 때 법륜 스님이 추천사를 써주었던 인연이 있다면서 법륜 스님을 만날 때는 서로 종교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목사는 또 자신이 1999년 부처님 오신 날에 법륜 스님의 초대를 받아 정토회에 가서 설교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기자들이 '종교 간의 벽을 허물었다'고들 신문에 대서특필하며 야단을 떨었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자신은 "망치질도 못하는데, 어떻게 장벽을 허무느냐"고 반문한다.

예수를 믿는 목사인 자신이 절에 가서 설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종교 간에는 애초 장벽이 없고, 다만 예수가 가르쳐준 대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그러자 이현주 목사가 하는 한 대학강의에 초대받아 특강을 했다는 법륜 스님은 "종교 간에 얼마나 대화를 안 나누었으면, 종교 간의 대화라 하겠느냐"며 세상에서 말하는 종교 간의 벽은 모두 관념적인 것으로 '마음의 벽'이라는 말로 이 목사의 말로 공감을 나타냈다.

남에게 말을 강요하지 말라

▲ 독자의 질문에 답하는 법륜 스님.
ⓒ 조성일
이현주 목사는 지난 한 해 동안 묵언정진을 했다고 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었고 다만 회갑을 맞아 그동안 하도 많이 떠들고 글 쓰고 했던 것을 근신하는 차원에서였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말 안하고 지내면 될 일을 철없이 이 이야기를 글로 쓰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져 더 힘들었다고 말하는 이 목사는 묵언정진을 며칠 하지 않아 "이 쇼(?)를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무척 고민하게 되더라고 했다.

되돌아보니 실제 성대를 써서 하는 말은 안했을지라도 눈짓으로, 몸짓으로 엄청나게 말을 많이 하고 있었고, 또 때로는 급하면 실제 말이 튀어나오기도 해 어느덧 자신이 말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왕 마음먹은 것 해볼 요량으로 말을 애써 안하면서 몇 달 하다 보니 그런대로 되었는데, 이번에는 같이 사는 부인한테서 문제가 생기더란다. 그의 묵언이 6개월 정도 되자 부인이 우울증을 겪는 등 몹시 힘들어하면서 다른 사람과는 말하지 말고 자기하고만 말하면 안 되겠느냐고 하더란다. 그래서 둘만은 말을 주고받았다고 이현주 목사는 고백했다.

이 묵언정진을 통해 이현주 목사는 "말하고 싶은 게 있는 이상 묵언은 안 된다"는 것과 "정말 침묵하려면 속에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때인 죽음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것은 곧 "십자가에 못 박혀서 나를 따르라는, 죽어서 나를 따라오라는 예수의 가르침과 같다"며 이현주 목사는 그래서 남에게 말을 강요하거나 고집하지 말아야 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단식하면 배 안고픈 사람 있느냐

1년에 한번씩 3주정도 단식을 한다는 법륜 스님. 단식할 때 만나는 사람마다 "배 안고프냐"고 약 올리듯(?) 묻곤 하는데, 어떻게 배가 안고플 수 있느냐며 "당연히 배고프다"고 했다. 그럼에도 단식을 하는 이유는 배고픈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법륜 스님은 설명했다.

그렇듯, 직장과 육아 모두 자신에게 소중하기에 이 두 일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는다는 한 독자의 질문에 대해 법륜 스님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라고 조언했다. 배고프면서도 단식을 하는 그 무엇처럼 아무리 일이 소중하다고 할지라도 일보다 아이가 만 배는 더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를 낳았으면 제대로 키워야 하는 것이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이라면서 법륜 스님은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고, 나이 들어 놓아달라고 할 때 놓아주어야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했다.

이현주 목사 역시 법륜 스님의 이 조언에 공감하면서 달라이라마가 했던 두 가지 이기주의자 중 남보다 자기를 먼저 챙기는 '바보스러운 이기주의자'보다 자기보다 남을 먼저 챙기는 '슬기로운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했다. 자식을 키우는 것이 결국 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분명, 인식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현주 목사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느냐"고 농담을 건네면서 "전쟁은 내가 너를 죽이고, 네가 나를 죽인다는 논리 즉, 누군가를 죽이러 가는 행위이므로 이유가 무엇이든 옳지 않다"고 답했다.

법륜 스님 역시 "이라크 파병을 지지하는 것은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지지하는 것과 같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또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황우석 박사의 난자 채취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현주 목사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골치 아픈 문제"라며 즉답을 피하자 법륜 스님이 나섰다.

법륜 스님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던 시대에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말하면 세상이 혼란스럽다고들 했는데, 세상이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 혼란스러웠던 것 아니냐"며 "이 문제 역시 사고(생각)가 혼란한 것이지 사실이 혼란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시 말해 사실 규명은 계속해야겠지만 이용 문제는 윤리적 것이므로 별개라는 것, 따라서 사실 규명과 윤리 문제가 뒤섞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하면 될 일 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문제다

예수와 부처가 누구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현주 목사가 먼저 답변에 나섰다. 부처나 예수가 역사적 실존 인물로만 머물러 있으면 더 이상 얘기할 가치가 없다면서 이현주 목사는 부처나 예수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계시고, 그 가르침이 살아 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가 "'도대체 내(예수)가 너희한테 무엇이냐'는 물음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는 예수의 가르침이라며 부처의 가르침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법륜 스님이 이현주 목사의 얘기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금연을 예로 들어 설명을 덧붙였다.

담배 끊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피우는 것보다 안 피우는 것이 더 쉽다는 것.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은 안 피우면 그만이지만, 피우는 것은 담배 사야지, 재떨이를 가져와야지, 냄새가 나지 등등.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지 않느냐는 것. 그래서 끊는 것이 피우는 것보다 훨씬 쉽지 않느냐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안하면 될 일을 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계율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독자들과 질의응답 식으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독자와의 대화'에서 어느 기자가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독자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와 불교 신자라고 하던데 라고 말하자, 불교 신자도, 기독교 신자도 아닌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한다는 이현주 목사.

성공도 없고 실패도 없는 시행착오만 있는 연습처럼 인생을 매 순간 연습이라고 생각하며 살되, 후회 안하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법륜 스님.

이날 이 두 사람과 많은 사람들과의 유쾌한 만남은 해를 잠재운 어둠 같았고, 아침이면 어둠을 잠재울 햇살 같았다.

▲ 11월22일 열린 이현주 목사-법륜 스님 공동 독자와의 대화 모습
ⓒ 조성일
2005-11-23 15:45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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