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책이 바탕을 두어야 할 철학은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여 비인간적인 불평등을 없애는 데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정규직을 흔들어 비정규직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자칫 대다수 정규직이 파견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차별 금지를 법에 명시한다는 걸 강조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차별 해소라는 해묵은 과제가 파견제 전면 확대와 ‘교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정책 효과면에서도 개선안은 개악이 될 우려가 크다. 정부안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차별을 받았을 때 노동위원회가 ‘차별구제위원회’에서 시정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엔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솜방망이 과태료’로 현장에서 차별이 없어지리라고 여기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더구나 노동부는 “차별 금지가 곧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아니라고 밝혀, 개선안이 생색내듯 주장하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노동부가 ‘개혁인물’로 알려진 김대환 장관이 새로 취임해 처음 내놓는 정책이 ‘파견제 전면확대’라면, 이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아직 정부 안에서 ‘조율중’이라고 밝혔기에 더욱 김 장관에게 촉구한다. 사용자들에게 편향된 노동정책은 그동안 충분히 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다.
/한겨레신문 200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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