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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검증' 차분히 지켜보자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2. 1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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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검증’ 차분히 지켜보자
사설
서울대 젊은 교수들이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대한 자체 검증을 건의하고, 학교 당국이 공식 논의에 착수했다고 한다. 때늦지만 다행이다. 과학 문제를 언론이나 정치가 풀 수 없는 노릇인데, 그동안 학계는 침묵하고 언론과 여론이 시비를 가리려 했다. 보직교수들의 의견은 신중론이 우세했다고 한다. 검증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칫 서울대가 입을지도 모르는 상처를 우려한 것이다. 과열된 애국주의가 학문적 연구 및 검증까지 제약하고 있는 셈이다.
 

줄기세포 연구는 국책 연구과제로 선정돼 나라의 예산으로 민간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검증은 국가기구가 연구기관에 맡겨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서울대가 뒤로 물러나 있을 계제는 아니다. 이 논문의 공동 집필자인 제럴드 섀튼 교수가 일하는 미국 피츠버그대의 경우 상설기구인 연구윤리국으로 하여금 논문의 진위를 조사하도록 했다고 한다. 서울대가 피츠버그대의 조사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 문제에 우리 과학 연구의 국제적인 신뢰가 걸려 있다.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와 서울대는 신속히 검증 주체를 정해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야 한다.

 

여론은 이를 도와줘야 한다. 생명과학계에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언론이 과학적 검증을 주도하는 듯한 양상, 검증 요구를 매국으로 몰아세우는 여론, 이런 여론을 부채질해온 여러 언론 탓에 공론화하지 못했을 뿐이다. 과학적 의혹은 과학이 풀어야 한다. 여론과 언론이 할 수는 없다. 이제 학계가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검증하도록 여론은 차분해져야 한다. 황 교수의 논문이 거짓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통 끝에 통과된 사학법 개정안
사설
장기간 표류해 온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여야의 물리적 충돌 속에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합의처리가 끝내 무산되고 한나라당이 육탄으로 막는 가운데 개정안이 강행처리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의원들 사이에 고성과 멱살잡이가 오가는 등의 구태가 재현된 것 또한 실망스럽다.

 

사학법 개정안은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지지가 높아 이른바 ‘4대 개혁입법’ 가운데 가장 쉽게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국회는 협상 말미를 여러차례 넘기며 1년 넘게 처리를 미뤄왔다. 열린우리당-민주당-민주노동당이 공조해 표결한 것도, 사학법 개정이 물건너 가선 안 된다는 여론의 압력을 수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방형 이사 등 핵심 부분에서 의견 접근을 했음에도 제1 야당과 합의하지 못한 것은 여당의 정치력 부재 탓이라 할 수 있다. 국회의장의 중재안마저 거부한 채 절대 불가만을 고집한 한나라당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 막판에 자립형 사립고 도입안도 함께 확정짓자고 한 것은 사실상 시간끌기로서 법안 통과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은 사립학교 이사와 감사 일부를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그러나 애초 이사의 ‘3분의 1, 단수 추천’을 ‘4분의 1, 두배수 추천’으로 완화했고, 교사회 등 학내기구의 법제화도 유보됐다. 일부에선 사학재단의 투명성을 담보하기엔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재단의 전횡과 부패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회에는 내년 예산안은 물론 종합부동산세법, 금산법 등 여러 쟁점·개혁 법안들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야는 빨리 임시국회 일정을 합의해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균형 잃은 북한인권 국제대회
사설
미국 프리덤하우스 등 국내외 40여 보수단체가 주관하는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워싱턴 대회에 이어 2차 대회 성격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보수단체들의 시각과 접근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론은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크게 보아 ‘북한 정권 붕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지원을 통한) 북한 정권 유지 비용이 붕괴에 따른 비용보다 크다”는 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회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은 범죄정권”이라는 규정을 되풀이했다. 여러 토론자도 북한 정권이 붕괴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급급했다.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미국 의회가 예산을 지원해 열리는 행사답다. 냉전시대의 반공집회를 보는 듯하다.

 

진정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에 대해 우려한다면, 단기적으로 북한 정권의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 과연 타당한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시도에 미국 강경파의 일방주의가 결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수만명의 민간인을 숨지게 한 이라크 침공이 잘 보여준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인권문제 못잖게 중요하다.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북한 체제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하려는 참여정부 평화번영 정책의 성과도 인정해줘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는 남북 당국 사이에서 논의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시민단체들은 그렇게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보수단체들은 먼저 미국 네오콘 식의 북한 정권 붕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행사가 균형을 잃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사등록 : 2005-12-09 오후 10:05:17기사수정 : 2005-12-09 오후 1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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