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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인의 '학습권 짓밟기'에 힘 보태는 조중동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2. 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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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연가집회는 '교육대란'
막무가내 학교폐쇄는 '자위권'
[분석] 사학법인의 '학습권 짓밟기'에 힘 보태는 조중동
텍스트만보기   윤근혁(bulgom) 기자   
집을 폐쇄할 것이니 날선 바람이 불어오는 길거리에 나앉으라고 한다. 유치원·초등학교 코흘리개 아이부터 대학생까지 모두 224만 3875명의 사립학교 학생 앞에 다가온 핵폭풍 같은 으름장이다.

사립학교는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집. 지난 13일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사학협)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줄줄이 이 배움터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사립학교법을 반대하기 위한 사업계획 중의 하나란다.

이런 사학협의 무척 위험한 카드에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교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참교육학부모회·참여연대·흥사단·전교조 등 44개 시민단체가 모인 사립학교법개정 국민운동본부는 1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그럼 교원단체의 토요일 반나절 연가집회를 놓고도 '교육대란'이니 '수능생 대혼란'이니 들먹일 정도로 요란을 떨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삼총사의 태도는 어떨까. 하루도 아니고 아예 3년 이상의 학습권을 송두리째 빼앗겠다는 음모 앞에 이들은 과연 분노하고 있을까.

교사들 반나절 연가엔 치떨던 이들이...

▲ 조선일보 11월 8일 A10면.
ⓒ 조선PDF

역시나 이들은 아니다. 조중동은 오히려 "사학 간판 빌려 '좌파 전위대'를 키우려 한다"(동아일보 13일치 사설 제목)면서 학교폐쇄론자들을 편들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13일치 사설에서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다른 이념을 가진 인사들이 뛰어들어 헌법에도 맞지 않는 자신들의 교육철학을 강의하려 든다면 그런 학교는 없는 게 낫다'고 했다. 이들의 지적은 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이유 있는 항변들이다"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이 신문은 하루 전에 나온 12일치 사설에서도 "교육의 30%가량을 떠맡고 있는 사학의 경영주체인 법인들은 학교 폐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이념 편향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교 이사회를 변질시킬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감정까지 보태어 내용을 중계하고 있다.

이 사설은 결론에서 "교육 수요자인 다수 국민이 극히 일부의 사학 비리 때문에 학교를 전교조 손에 넘겨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학부모들도 사학법인들과 함께 자구(自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사학재단을 거들고 있다.

물론 이에 앞서 나온 <동아일보> 10일치 사설에서는 "헌법소원 등 법률적 대응수단은 충분히 강구하되 휴교나 신입생 모집 중단 같은 극단적 투쟁은 피해야 한다"고 적긴 했지만, 여전히 "법을 무리하게 만든 세력에 대해 사학법인들이 강경하게 반발하는 것은 자위권 차원에서 당연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조선일보>는 한 술 더 뜨고 나섰다. 이 신문은 10일치 '사학법에 무슨 딴 뜻 있기에 이렇게 밀어붙였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이에 대한 항의로 다음주 중 하루를 휴교하고 앞으로 헌법소원, 정권퇴진 운동, 2006년도 신입생 모집 중지, 학교 폐쇄 등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한 뒤, '사학법이 개정되면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신문은 속내를 다음처럼 솔직히 드러내고 있다.

"학교 재단들이 교육의 뜻을 접고, 있는 학교마저 문을 닫겠다고 나서면 정부와 여당이 책임질 것인가. 더구나 각 종교 교단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건학 정신에 맞는 교육을 시키지 못한다면 왜 출혈을 해가며 교육에 투자하겠는가."

사학재단과 한통속이 되어 교육부와 정치권을 협박하기에 이른 셈이다.

학교폐쇄, 맞장구 이어 협박까지

<중앙일보> 또한 학교폐쇄 시도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이 신문은 12일치 사설 '손 놓고 있던 교육부 뒤늦게 으름장'에서 학교폐쇄론을 내세운 사학재단을 편들고 나선 반면, '학습권 피해 우려'를 밝힌 교육부를 비판했다.

"학생 모집 중지와 신입생 배정 거부는 물론 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교육 현장이 대혼란에 빠지는 최악의 사태가 우려된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책임이 크다."

이어 이 신문은 "나 몰라라 하던 교육부는 사학들이 집단적인 위법 행동을 할 경우 법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사학과 교육당국의 대립이 학생의 학습권과 수업권 침해로 이어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 교육부는 개정안 시행령에 반드시 사학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눈을 씻고 봐도 학교 문을 닫겠다는 사학재단을 비판하는 내용은 없다.

▲ 12월 10일 조선일보 사설.
ⓒ 조선PDF

이 같은 사설 내용은 <중앙일보>가 한 달 전인 11월 10일에 실은 '전교조 막을 힘은 학부모밖에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이다. '야누스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주말에 전교조는 교사대회를, 교총은 총궐기대회를 연다. 학생들을 내팽개친 채 거리로 뛰쳐나가 평가제 반대를 외치며 시위하겠다는 것이다. 수능을 앞두고 평가제 사태로 피해를 보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는 안중에도 없다."

사설은 끝 부분에서 "더 이상 정부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교육의 앞날을 걱정하는 학부모와 중도적인 시민단체들이 나설 도리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전교조가 횡포를 부리면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가고 항의해야 한다. 그래야 전교조가 찔끔할 것"이라고 전교조항전에 나설 것을 부추긴 바 있다.

"전현직 사주들, 사학 이사장 맡아온 터라 이해는 되지만..."

약속이라도 한 것 같은 조중동의 학교폐쇄 움직임 맞장구에 대해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조중동 보수 신문이 그 역할을 포기한 지 오래라 언론이라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라면서 "최소한 자기 자식들의 학습권이라도 생각하는 신문이라면 이렇게 사학을 일방적으로 편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낙성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전현직 사주들이 사립재단의 이사장을 맡아온 터라 이들의 안타까움을 인간적으로는 이해할만 하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의 공기인 언론 사업을 하는 신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더 이상 망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학재단, 그들에게 아이들은 무엇인가?
내가 만약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이 된다면
텍스트만보기   안준철(jjbird7) 기자   
사립학교법개정 후폭풍이 대단하다. 이번 개정안에 들어 있는 개방형 공익 이사제가 문제의 핵심인 듯하다. 이사 7명중 4분의 1선인 두 명이 공익이사로 추천되는데 2배수로 추천하게 되어 있어서 산술적인 가능성은 결국 한 명인 셈이다. 그 한 명조차 재단이 기피하는 이른바 전교조 성향의 인물이 낙점될 가능성은 거의 0%다.

그런데도 엄살이다. 아니, 그들의 처지에서는 결코 엄살이 아닐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올곧은 한 사람의 눈이 불편하고 무서울 수도 있으리라.

사실은 그 말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상대가 될만해야 대화를 해도 할 것이 아닌가.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지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볼멘 목소리가 처절할 정도였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아닙니까? 그런데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 공익이사제가 도입되면 사학의 자율성이 침해되어 교육은 끝난 거나 다름이 없다 이 말입니다."

현관에서 구두를 신으며 흘러들은 말이라 뒷부분의 말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앞부분은 귀에 박히듯 기억이 또렷하다. 아마도 그 말을 한 이는 뒷부분에 방점을 두고 말을 했으리라. 그런데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니? 그럼 아이들은 국가경쟁력을 위한 하나의 도구나 수단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나는 그런 식으로 말의 꼬투리를 잡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에 어떤 확신 같은 것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말한 그들이 아닌가.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말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쫓아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하긴, 그들에게 아이들은 그 무엇을 위한 도구나 수단에 불과했으니 그런 해괴한 발상이 무리가 아닐 터이다.

학교 돈 수백억을 횡령하여 감옥에 간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이 2년 만에 학교에 복귀하여 자기를 고발한 전교조 교사들을 무더기로 파면 조치한 사건이 불과 몇 해 전에 있었다. 그 사건이 영화로 패러디 되어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악덕 사학재단에게 아이들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 학교 교정에 삼삼오오 피어 있는 그 존귀한 생명들이 그들에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그보다 더 큰 죄악이 있을까?

인간을 그 무엇을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엄연한 죄악이다. 돈벌이가 아니라도 그렇다. 명문대 입학률을 높이기 위해서 인간성을 상실한 공부 기계로 전락해가는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다수 고등학교의 행태는 이미 선을 넘어버린 지 오래다. 오죽하면 해마다 수많은 아이들이 꽃다운 나이에 성적비관으로 죽음을 선택했겠는가?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나의 성공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가령, 내가 사랑의 교사가 되고자 한다면 그런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 사랑의 대상이 될 아이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나의 교사로서의 성공을 위해서 피동적으로 사랑을 받게 되지만 정작 나는 그들을 사랑한 것은 아니다.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랑의 교사가 되겠다는 야심을 버려야한다. 그냥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사학재단에서 어떤 원대한(?) 건학이념을 갖는 것도 그래서 위험하다. 아이들이 학교의 주인인데 그 주인을 어느 특정한 개인이 어떻게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우스운 것이다. 모든 위대한 것들은 이미 아이들 속에 있다. 그것을 끄집어내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학에서 말하는 교육의 본질이기도 하다.

법은 죄를 짓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벗이다. 내가 만약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이라면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을 뜨겁게 환영하겠다. 아니, 너무도 미흡한 수준의 법 개정을 보완하는 뜻에서라도 법이 정하지 않는 것까지 기꺼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그래야 학교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꿈나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면 국가 경쟁력은 자연히 높아지기 마련이다. 진실은 이렇게 단순하고 간명한데 미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은 전교조에게 교육을 넘겨주는 것"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하면서 꽁꽁 얼어붙은 영하의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 간절히 바라노니 건전 사학 운운하면서 무늬만의 사립학교법개정조차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어불성설을 제발 그만 두시라. 아니, 어린 영혼들을 살찌우는 보람보다도 더 귀한 무엇이 그대들에게 있다면 이번 기회에 후세들을 위해 제발 그만 학교를 떠나라.

 

 

"사학법 저지, 한나라당의 바보같은 짓"
[인터뷰] 설훈 전 의원... 15·16대 국회서 '사학법 개정'에 앞장
텍스트만보기   이한기(hanki) 기자   
▲ 설훈 전 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처는 이사, 아들은 학장, 딸·조카·며느리는 교수. 우리나라 사학법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단란한 '가족경영'의 한 단면이다. 사립대의 이사 또는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친인척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설립자의 배우자이거나 자녀다.

이는 2002년 16대 국회 교육위원이었던 설훈 전 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이사장·설립자의 친인척 근무현황'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이런 사학의 족벌체제는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2001년 6월 20일 16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1시간 가량 옥신각신하다 정회했다. 법 개정안을 회부한 지 2개월이 지났는데도 교육위에 상정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정회에 이른 결정적인 이유는 설훈 의원의 다음과 같은 한마디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 자리에 있는 교육위원들 모두가 사립학교쪽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있지 않느냐." 동업자 비판 금지라는 금기를 깬 것이다.

비록 지금은 원외에 있지만, 사학법 개정에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매달렸던 이가 설훈 전 의원이다. 그는 이례적으로 지난 15대와 16대 8년 동안 국회 교육위원회에 적을 두고 있었다. 당시 교육위는 재경위나 건교위·국방위 등 '노른자위' 상임위와는 달리 '1순위 미달' 상임위였다.

"학교를 폐쇄할 사학법인은 한 곳도 없을 것"

설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학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17대 국회 초반에 했어야 할 일"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사학법 개정 이후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거리투쟁에 나선 한나라당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완전히 비리옹호당이구나' 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학법인쪽에서 '학교 폐쇄' 운운하는 것에 대해 그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려는 것일뿐 정작 학교를 폐쇄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만약 사학법인에서 그런 행동을 보이면 이사 승인취소와 임시이사 파견 등의 조처를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건전사학에 대한 탄압'이라는 사학법인쪽의 주장에 대해서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서조차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를 두는데, 그보다 10배, 100배 투명해야 하고 도덕성이 생명인 학교가 개방형 이사를 못 받아들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그렇게 한다고 무슨 건학이념에 차질을 빚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12일 오후 설 전 의원을 서울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설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사학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감회가 남 다를 텐데.
"늦은 감이 있다. 17대뿐만 아니라 16대 때부터 개정하자고 했었는데. 16대 때에는 한나라당이 숫적으로 절대 우위여서 상정조차 못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의 70% 이상이 사학법 개정안에 찬성했다. 17대 총선에서 과반을 점한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4대 개혁입법이라며 추진했다. 그게 전략적인 잘못이었다.

4대 개혁입법 가운데 국민의 찬성 여론이 가장 높은 게 사학법 개정안이었다. 별도로 분리해서 처리했다면 이렇게까지 (한나라당의) 저항도 안 받고 모양새를 갖추며 사학법을 개정할 수 있었을텐데. 그랬더라면 나머지 개혁입법도 탄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질질 끌다가 막판에 와서 수정하고 수정했다."

지난 9일 사학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전 사학법은 지난 1990년 3당 야합으로 탄생한 민자당의 첫 작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1999년 개정되기는커녕 '임시이사의 2년 임기조항'까지 삽입돼 '개악 사학법'의 틀을 완성했다. 이런 탓에 이번 사학법 개정은 길게는 15년, 짧게는 6년 만에 제 자리를 찾은 셈이다.

"재산 불리기 차원에서 설립된 사학도 적지 않다"

- 1990년 사학법이 개악될 때 당시 국회 교육위원장이 김원기 현 국회의장이었다. 당시 김 의장은 "개정안에는 반대하지만, 상임위원장이라는 직책상 사회를 거부할 수는 없다"며 통과시켰다. 15년 후인 2005년 김 의장은 직권상정으로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묘한 인연이다.
"(웃으며) 그나마 다행이지요."

- 1999년 사학법이 다시한번 '개악'될 때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에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가 소속돼 있었다고 하는데.
"이해찬 의원은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다. 노 대통령은 교육위에 있었던 게 6개월 정도였다. 당시 이미 당 중진이었기 때문에 상임위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이다."

▲ 2004년 3월 14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항의하는 민주당의 조성준, 설훈, 정범구, 박종완 의원(사진 왼쪽부터).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지난 9일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한나라당 의원 20여 명이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내일(13일)은 거리투쟁에 나서겠다고 한다.
"백보 양보해 국가보안법을 갖고 한나라당이 저렇게 한다면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하겠다. 그런데 국민들 대다수가 찬성하는 사학법 개정안을 놓고 저렇게 하면 국민들이 보기에는 '쟤네들, 완전히 비리 옹호당이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표 떨어지는 짓이다.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가) 40%까지 올라갔다고 하는데, 저렇게 하면 곧 떨어진다."

-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왜 무리수를 둔다고 보는가.
"일단 박근혜 대표가 판단을 잘못해서 나가니까 (다른 의원들이) 따라가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사학과 연관된 이해관계도 있을 것이다. 사학의 로비를 받았을 수도 있고. 정상적인 판단을 한다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학의 상황을 안다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당연히 앞장서서 고치자고 해야 맞지.

학교 운영을 잘 하는 학교는 상관없다. 문제가 있는 학교가 (사학법 개정안에) 저항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사학이 많다는 게 문제였다. 초등부터 대학까지 1만 여 곳이 된다. 대학이 약 400곳 가량. 전문대의 90% 가량이 사학이다. 70년대 좋은 건학이념으로 사학을 세운 이도 있지만, 재산불리기의 수단으로 세운 곳도 적지 않다. 그런 학교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 돈을 투자해 내 학교를 만들었는데'라고 생각한다.

육영 차원에서 학교를 만든 사람은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그래 그렇게 하자'며 그러고 넘어간다. 내 재산을 내 맘대로 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사람들은 대개 70년대 개발투자 붐이 불면서 학교에 투자했던 이들이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저렇게 반발하지만, 곧 수그러들 것이다."

- 사학법인쪽에서는 '사학법 개정안'에 반발하며 '학교 폐쇄'를 들먹이는데.
"폐교 조처를 한다고? 말도 안된다. 누가 폐교 조처를 한다는 거냐. 그럴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 법인에게 그럴 권한이 없다. (만약 사학법인쪽에서 그렇게 한다면) 당장 교육법 위반으로 이사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학교 폐쇄는 법에도 없는 얘기고, 말도 안된다.

일방적으로 학교 문을 닫을 수도 없고, 문을 닫는다고 해도 사전에 교육부 장관이나 시도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폐교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이유와 논리로 누가 학교 폐쇄를 승인하겠느냐. 그냥 폐교를 강행한다면 이사장이나 이사들의 취임 승인 취소를 하고, 법대로 임시이사를 파견하면 된다. 학교 폐쇄? 그거 실제로 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건 사기다."

"기업보다 더 투명해야 할 사학이 왜 개방형 이사제를 반대하나"

- '개방형 이사제' 등을 뼈대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은 건전 사학에 대한 족쇄 내지 탄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불편함은 우리가 감내해야 한다. 세상 일은 내가 아무리 투명하게 한다고 해도 나 혼자서 투명하게 하지는 못한다. 나를 지켜보고 감시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더 완벽한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물론 나를 감시하거나 지켜보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불편하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이다.

지금 주식회사도 사외이사가 있지 않나. 그거 왜 있나. 투명성을 위한 것이다. 주식회사는 돈 버는 게 목적이다. 학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목적이다. 주식회사보다 10배, 100배 더 투명해야 한다. 학교는 도덕성이 생명 아닌가. 그런데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지 못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걸 수용하면 건학이념에 무슨 차질이 생기나. 더 튼튼한 건학이념을 지키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 사학법 개정안이 '사학을 전교조에 통째로 넘기는 것'이라는 한나라당과 사학재단쪽의 주장에 대해서.
"전교조 안이 됐건, 한교총 안이 됐건 누구 안이 됐건 간에 그게 옳은 거라면 따라가야지. 전교조 안이라고 해도 옳으면 따라가는 거고, 옳지 않으면 따라가지 않는 거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 때문에) 반미·친북 세력이 장악할 것이고, 반미·친북교육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학교 투명성과 반미·친북과 무슨 상관이 있나. 붙일 게 없어서 그렇게 갖다 붙이나. 박근혜 대표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학법 개정안은 부패 조건을 막는 안전장치다. 그런 소금 역할을 왜 못하게 막느냐."

-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면, 외부 이사들이 책임은 지지 않고 사사건건 학교 운영에 트집만 잡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사회는 과반수 찬성이면 처리가 된다. 개방형 이사는 1/4에 불과해 의결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 보다는 사학법인 이사장의 친인척이 이사회에 1/4 이상 될 수 없다는 조항이 그들에게는 불편할 것이다. 또한 친인척이 교장을 맡지 못하도록 한 것이나 감사를 이사회에 포함시킨 것 등이 불만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반대할 명분이 없으니까 친북·반미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는 것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너무 상식적인 얘기인데,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다."

- 사학법인쪽에서는 사학법 개정안이 위헌이어서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주장도 펴는데.
"말도 안된다. 법인은 인격체이기 때문에 사유재산이 아니다."

- '내 돈으로 만든 학교인데, 왜 인사·재정권까지 박탈하려고 하느냐'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인사·재정권을 어떻게 박탈한다는 거냐. 인사·재정권을 행사하되, 투명하고 당당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걸 왜 인사·재정권 박탈이라고 표현하나. 그건 억지다. 부정 방지책을 막으려는 의도다. 교사를 충원할 때 공개 채용하게 하는 건 사학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전처럼 이사장이 적당한 사람을 데려오는 것보다 공개 채용을 하면 훨씬 실력있는 교사를 뽑을 수 있다. 투명하고 당당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게 사학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다.

지금까지는 음습한데서 적당하게 하던 것을 못하게 하니까 반발하는 것이다. 이제 사학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 돈이 아니라 명예를 얻으려고 생각해야 한다.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는 재단 이사장들이 명예롭게 학교를 운영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사회적으로 명예를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사학법이 그 길을 만들어준 것이다. 앞으로 학교를 통해 돈 벌고 전횡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사학을 해서는 안된다."

- 친인척을 교장에 취임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그들을 비리 혐의자로 예단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재단 이사장의 친인척이 교장인 학교) 10곳 가운데 7~8곳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 구조라면 그들이 다른 일을 하게 하는 게 맑은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걸로 봐야 한다."

사학법인들을 회원으로 하는 한국사립학교법인연합회가 제정한 '사학윤리강령'에는 "사학을 위하여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유물 같이 다뤄져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학법 개정안은 이같은 사학윤리강령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학법인들이 사학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건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부인이다. 언행불일치. 우리교육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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