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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본격 장외투쟁, 그러나 의원들 속내는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2. 1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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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에서 마이크 잡은 박근혜
"사학을 전교조에게 넘겨주려는 것"
명동·서울역에서 본격 장외투쟁, 그러나 의원들 속내는
텍스트만보기   황방열·김지은(Luna) 기자   
취재-황방열 김지은 기자
사진-이종호 기자
동영상-김진희 박정호 문경미 기자


valign=top "우리 아이들, 이제 영문도 모르고 반미를 외칠 것" / 박정호 기자
valign=top 거리 나온 박근혜 "다들 추운데요 뭘..." / 김진희, 문경미 기자
valign=top "DNA를 조작해 청와대 코드로 만들고있다" / 편정아 기자

▲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13일 장외투쟁에 나서 서울 명동등지에서 집회를 가졌다. 장외투쟁에 나선 박근혜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처리한 개정 사학법이 전교조에게 우리 교육을 넘겨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명동 집회에 참석한 박사모 회원들과 당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 : 13일 오후 6시 20분]

숫자는 줄었지만 서울역에서도 장외투쟁... "사학법 못 막아 죄송"


한나라당 '사학법 규탄 집회' 일정

▲ 14일
-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남터미널
(연사 이규택·이혜훈 의원)
- 오후 5시 동대문 '밀리오레' 앞
(연사 김영선·한선교 의원)

▲ 15일
- 오전 11시30분 영등포역
(연사 원희룡·나경원 의원)
- 오후 5시 장소 미정
(연사 이강두·김영숙 의원)

▲ 16일 (대규모 촛불집회)
- 오후 4시30분 시청앞 '서울광장'
한나라당은 오후 4시 50분께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서울역 집회 참가자는 200여명으로 오전 명동집회보다 절반 정도 줄었다. 이날 오후 4시 40분께부터 의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강재섭 원내대표와 김덕룡·권영세·김충환·김희정·맹형규·박계동·박진·박찬숙·박형준·송영선·이상득·이계경·이종구·이혜훈·장윤석·전여옥·정문헌·정병국·진수희·홍준표 의원 등이 참석했다.

강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절차를 어기고 사학법을 통과시킨 지금의 국회의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은 국민들이 먹고사는 데 관계가 없는 국보법, 사학법, 과거사법에만 신경을 쓴다"면서 "참교육을 말했던 전교조 역시 지금은 변질돼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찬숙 의원은 "종기난 것만 치료하면 되는데 손목을 잘라버렸다"면서 "이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 그래서 거리까지 나왔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기자들에게 여론 묻는 의원들 "꽃놀이패 쥔 여당이 길 터줘야 하는데"

정병국 의원은 집회를 마친 뒤 사학법 투쟁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만약 여론조사가 나쁘게 나와도 상관이 없다"면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다, 사학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는데 예산안이라고 날치기 못하겠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나라당 의원 일부는 되레 기자들에게 "여론이 어떻냐"라고 질문하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 의원은 "여당이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라며 "여당이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한나라당이 정체성 문제를 들고나간 것은 과도하다"라고 지적한 뒤 "하지만 사학법에 대한 여야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물리력을 통해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공분하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5시 30분경 서울역 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2신 보강 : 13일 낮 2시]

거리에서 마이크잡은 박근혜, 비장한 규탄연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들은 사학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2077개 사학 중 비리 사학은 35개 뿐이다. 비리 해결을 빌미로 나머지 사학을 도둑과 죄인취급해서야 되겠는가."

명동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박근혜 대표는 시종일관 비장한 어투로 사학법 개정안 통과를 강도높게 성토했다.

은색 점퍼 차림에 '사학법 날치기 원천무효'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박 대표는 이날 낮 12시 14분께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명동 집회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방송 차량에 오른 박 대표는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말문을 연 뒤 "안녕하시기보다 추우시죠, 매서운 추위와 바람 속에서 지금 저는 여러분과 함께 서 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박 대표는 연설에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맹성토했다.

"3년간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온 국민에게 추위를 안겼다. 지난 3년동안 우리나라는 추운 겨울이었다. 편가르기·부정부패·무능으로 추운 겨울이었다. 이 정권은 봄의 새싹을 틔울 희망마저 없다. 다수 횡포로, 폭력으로 밀어붙여서 열린우리당이 날치기한 것은 우리 교육이고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헌법정신이다."

또한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강행처리한 개정 사학법이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게 우리 교육을 넘겨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사학 지도자들에게 존경이 아닌 수모와 모욕으로 답해서야 되겠느냐"며 "열린우리당의 목표는 사학비리 척결이 아니라 사학을 전교조에게 넘겨주려는 데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이제 전교조가 '반 APEC 동영상'으로 우리 아이들을 세뇌시켜도 막을 길이 없다"며 " 아이들이 영문을 모르고 반미를 외치고, 북한의 '아리랑 축전'을 보면서 뭔지도 모른 채 탄성을 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아이를 그릇된 이념의 볼모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아이들도 지키고 날치기 당한 헌법정신을 살리는 데 국민들이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이크 이어받은 전여옥 "날치기정권, 대한민국 둘둘 말아 원하는 곳에 바친다"

▲ 연사로 방송차에 올라간 전여옥 의원과 송영선 의원이 구호를 외치며 절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박진 의원이 전교조 반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전 한나라당 대변인인 전여옥 의원도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목청을 높이며 개정된 사학법과 전교조를 연결지어 맹비난했다.

전 의원은 "지금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전교조의 인질로 삼게 둘 것인가, 불허할 것인가를 정해야 할 엄중한 시점에 있다"며 "사학법은 전교조에게 모든 것을 맡기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어머니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들이 '사학법 날치기'를 원천무효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전 의원은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개혁 입법'을 두고 '개혁장사'라고 몰아부치며 성토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그간 우리는 수많은 개혁 장사꾼을 만났다"며 "그들이 팔았던 개혁 상품인 과거사법은 우리의 자랑스런 과거사를 자학의 과거사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날치기 정권'은 대한민국을 둘둘 말아 그들이 원하는 곳에 갖다 바치려는 것"이라며 "그들이 외치는 개혁은 더러운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김태환·박성범·박진·임태희·주호영·홍준표·황우여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30여명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박사모 회원 등 400여명이 참가했다.

박근혜 대표의 집회참가 시간은 26분... "우리는 계속하자"

한편, 이날 박 대표가 집회에 머문 시간은 약 26분 정도였다.

이날 박 대표는 연설 후 명동 거리를 돌며 시민들에게 사학법 개정안 통과를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준 뒤 낮 12시 40분께 집회 장소를 떴다. 애초 집회 시작 예정 시각도 오전 11시 30분이었지만 박 대표는 40분을 넘긴 낮 12시 14분이 돼서야 나타났다.

박 대표가 현장을 떠나자 이규택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집회 참여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박 대표는 다음 일정 때문에 떠났지만 우리는 오후 1시까지는 계속하자"며 선전전을 독려했으나 참가자 일각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집회 참가자는 "오늘 집회 때문에 중구에서 당원들이 오전 9시부터 나와 있었는데 그렇게 금방 가버리냐"며 "행사가 집회 중심으로 돌아가야지 누구 중심으로 돌아가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집회에 이어 오후에 김수환 추기경, 지관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최성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을 잇따라 방문해 면담할 예정이다.


[1신 : 13일 낮 12시 5분]

'사학법 규탄' 구호 외치며 의원들 기다리는 한나라당원들


▲ 박근혜 대표가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장외투쟁에 나선 박근혜 대표가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학법 날치기 웬말이냐"
"전교조 친북반미 이념교육 우리 아이 미래 걱정된다"
"사학법 날치기 김원기 의장 사퇴하라"


13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명동 아바타몰 앞에서 울려퍼진 구호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학법 규탄집회에 앞서 모인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70여명은 김태환 제1사무부총장을 따라 구호를 외치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큰일 앞둔 박근혜 대표, 종교인들 만난다
김수환 추기경·지관스님 등 면담 예정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13일 오전 명동 집회 후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인들을 만나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은 큰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사회 어른들을 찾아뵙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명동집회를 마친 뒤 오후 1시 30분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고 이어 오후 2시 20분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 오후 3시 20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최성규 대표회장을 연이어 만날 예정이다.

한편 김 추기경은 지난 10월 18일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를 연기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이들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는 대로 이 곳에 도착할 예정이다. 오늘 집회의 연사는 박근혜 대표와 전 대변인으로서 박 대표를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전여옥 의원이 맡을 예정이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박 대표가 입당 이후 마이크를 잡으며 거리 시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회 장소에는 '전교조에게 우리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1톤 방송트럭 1대가 배치되어 있다.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우리 아이들을 전교조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사학법 폐지' 등이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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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OhmyNews
"일하라고 뽑아준 의원들이 왜 이러나"
한나라당 "국민과 함께 한다"며 거리로 나왔지만, 시민들은 '쌀쌀'
텍스트만보기   김지은·이종호(Luna) 기자   
▲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13일 장외투쟁에 나서 서울 명동등지에서 집회를 가졌다. 장외투쟁에 나선 박근혜 대표가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3일 명동 집회는 임시국회 일정 거부와 장외투쟁을 선언한 한나라당의 첫 거리 투쟁이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한나라당이 거리로 나온 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날 집회 현장 근처에서 한나라당이 돌린 '전교조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 제목의 유인물을 들고 있던 문아무개(41·회사원)씨는 "나도 학부모인데 사학법은 개정됐어야 할 법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 문씨는 "한나라당이 이 법에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게다가 반대 견해를 갖고 있더라도 의사일정까지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역시 집회현장을 지나치던 회사원 임경빈(27)씨도 "비정규직 법안, 부동산 입법 등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할 민생법안이 많지 않느냐"며 "의사일정을 등한시한 채 거리로 나오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임씨는 "법 개정으로 기득권을 일부 내놓게 되니 반발하는 사학 법인들은 한나라당의 지지층 아니냐"며 "그러니 한나라당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 임씨는 "과연 이런 시위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지 의심스럽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치 무관심층'이라고 불리는 젊은 층도 냉담한 눈길을 보내긴 마찬가지였다. 대학생 김아무개(20)씨는 "사학법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다"면서도 "일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들이 거리에 나온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배우겠느냐"고 혀를 찼다.

반면, 박근혜 대표를 보러 집회에 나왔다는 여든 살의 한 할머니는 "한나라당이 이 법 하나 못 막냐"며 개정 사학법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사학법에도 반대하지만 박근혜를 보고 싶어서 나왔다, 박근혜만 보면 옛날 생각이 나 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한나라당의 본격적인 거리 투쟁을 두고 당 안에서도 비판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이미 선전전에서 우리가 밀렸다"며 "저 쪽(열린우리당)은 '부패사학 척결'을 구호로 여론을 등에 업은 상태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는 부패사학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론을 되돌릴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데 (거리 시위는) 방향이 잘못됐다"며 "이거야말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사학재단들 엄살 참 눈물 겹다
[기고] 이명주 고명중 교사... 소수의 비리? 웬 소수가 그리 많은가
텍스트만보기   오마이뉴스(news)   
▲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사립학교법이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규택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 아이지키기 운동본부`(가칭) 본부장 등 의원 20여명은 12일 오전 11시께 국회의장 면담 형식으로 의장실을 방문한 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전국 초중고 교장회의 추천을 받아 한나라당 비례대표에 당선된 김영숙 의원(맨 왼쪽)이 의장실에서 김원기 의장이 나간뒤 사학법 개정안 통과를 비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거의 치유가 불가능해 보이는 중환자, 이것이 우리의 사립학교이다.

말이 사립학교이지 그 대부분은 실제로는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고보조금과 등록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비상식적인 인사 비리는 말할 것도 없고 수십·수백억씩의 회계부정과 공금횡령 등으로 학교가 복마전처럼 되어도 끄떡없는 것이 사학 운영자들이 차고앉은 기득권이었다.

오죽했으면 이번 국회의 사립학교법 개정 소란 중에 어느 의원 입에서 '사학이 세긴 세구나'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지 않는가?

이제야 겨우 부패 사학재단과 비리 투성이의 사립학교에 우선 급한 대로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물론 이 정도로 중증의 병세를 당장 호전시키기는 어려울 테지만, 우선 응급처방은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히던 사립학교법이 1년여 동안이나 국회에 갇혀 있다가 마침내 '감옥'을 벗어나 겨우 출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악된 지 15년만에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나와 햇빛 조금 쐴 수 있는 문간으로 한 발자국을 내디딘 것이다.

대명천지 빛밝은 광장으로 나오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첫 발을 내민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것이 국민의 일반 정서다. 역사의 진전이란 워낙 굼벵이 걸음이라지만 이렇게 힘들어서야 생전에 좋은 세상 언제 볼까 싶었는데, 수십년 묵은 체증이 풀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교육이 원래 100년을 내다보는 큰 일이라니 다시 기운을 내서 신들메를 고쳐 맬 일이다.

도둑·강도가 아니라면 '도둑 잡는 법'을 왜 겁내나?

애초부터 이 법이 개악되던 15년 전의 상황을 돌아보면 때가 늦어도 한참 늦은 느낌이 없지 않다. 여야의 관련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사학재단의 로비에 걸려들어 뒷돈을 받아 챙기는 식으로 놀아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1990년 민자당 집권 시절이었다.

그렇게 해서 개악된 사립학교 법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되자 가뜩이나 비리의 온상으로 악명을 떨치던 일부의 사학들은 신바람이 나서 온갖 비리를 자행하면서도 떵떵거리며 '교육자'연하는 위선들을 떨어왔다. 젊음을 다 보내고 퇴직을 눈 앞에 둔 30여 년 사립학교 교사로서 특별한 감회가 없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상대로 사학재단을 비롯하여 그들과 직간접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정치권과 관련 단체들은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듯이 난리굿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행태가 거의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인 것은 "신입생 안 뽑겠다" "학교를 폐쇄하겠다" "순교하겠다" 등의 극언을 서슴지 않는 모습들이다. 국민과 학생과 교육을 두루 우습게 보는 그 기막힌 발상에 소름이 돋는다. 이것은 국민과 학생들에 대한 협박과 공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부패와 비리를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자는데 왜들 저럴까' 하는 의아함과 함께 '뭔가 찔리는 게 있긴 있는 모양이구나' 하는 의구심이다.

▲ 10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북한동포의 인권과 자유를 위한 촛불기도회'에 참석한 사학재단 관련 인사들은 9일 국회에서 통과된 사학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학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저 극단의 반응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뭘 생각할까? 개방사회의 민주시민을 양성한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실은 겉다르고 속다른 이들이었구나 하는 느낌일 터이다.

'그 중엔 틀림없이 유령 이사회 만들어 놓고 회의록 조작해 가면서 학교재단을 제멋대로 주물러온 이들도 있겠군,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펄펄 뛸 일이겠나' 이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게 지금 난리를 떨고 있으니 참으로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소수의 부패 사학들에게서나 있는 예외적인 비리 행태를 침소봉대하여 모든 사학들을 때려잡는 법을 만들었다고 항변하지만, 웬 '소수'가 그리 많은가? 걸핏하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비리사학이 어찌 그렇게 자주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가? 아이들도 갸우뚱할 소리다. 설혹 부패사학이 소수라고 쳐도 그 소수를 발본색원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건강을 위해서 이로우면 이로웠지 해가 될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건전하게 운영해온 사학이라면 두 손을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이다. 왜냐하면 공연히 오해받고 매도당할 일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는 떳떳한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온 세상이 도둑과 강도로 들끓어야만 범법자들을 잡아들이는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범법자 잡아들이는 법이 있다고 해서 도둑이나 강도 아닌 이들이 겁을 내는가?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법이 있어야 안심이 되는 것이 아닐까?

어른들이 이런 짓 하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따져보면 정말 창피막심한 일이다. 더구나 아이들 가르치는 학교의 운영 책임자들이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겨우 밀실에 유리창 하나 냈을 뿐...

개정된 사립학교법의 내용을 보면 극히 일반적인 상식의 아주 작은 일부를 적용했을 뿐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침소봉대하여 사학재단이 다 무너질 것처럼 떠들고 있는 개방 이사제 도입만 해도 7명의 이사 중 2명, 9~11명의 이사 중 3명 정도를 학교운영위원회(대학평의원회)에서 2배수로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실효성이 의심될 정도로 최소한의 개방 장치일 뿐이어서 이걸로는 기존 이사회의 전횡을 막을 수 없어 보인다. 다만 무슨 일을 하는가를 들여다볼 수는 있을 듯하고, 바깥의 눈이 있으니까 막가파식 비리를 견제하는 간접 효과는 기대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인 것이다.

▲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는 "모든 당력을 사학법 무효투쟁에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사회의 의결과정에서 개방 이사 두어 명이 무슨 결정력을 발휘하겠는가? 2배수 추천을 해보았자, 그보다 훨씬 많은 '밀실' 이사들의 전횡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이나마 제대로 할 수 있는 외부 이사의 선임은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이밖에 친인척 이사 수의 제한이나 이사장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교장 임명 금지 등 사학의 족벌운영 제한 등은 15년 전의 개악된 것을 다시 복원시킨 내용들이고, 개방형 감사제도의 도입과 예산, 결산의 공개 등은 민주사회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상식적인 내용에 불과한 것들이다.

이걸 마다하는 이유로 들이대는 논리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논리인데,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추앙해 마지않는다는 선진 민주국가에서 이런 걸 문제 삼는다는 얘길 들어본 일이 없다.

더구나 이게 친북세력의 음모라는 말에는 기어이 배꼽을 잡고 웃음보를 터뜨리게 된다. 초등학교 수준의 아이들도 믿지 않을 그 무모한 억지가 참으로 놀랍다. 최고의 지성을 자랑할 만한 이들의 입에서 이런 해괴한 망발이 터져 나오다니,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에 깊은 회의가 든다.

한술 더 떠서 '전교조가 학교를 말아먹으려 든다'는 식의 구호로 국민들을 기만하려고 하고 있으니 그 비상식에 기가 막힐 뿐이다. 그런 걸 보면 전교조 죽이기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게 수지맞는 전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전교조가 처음 생길 때도 이런 식으로 전 국민을 기만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 전교조 조합원이 전체 교사의 1/4 정도쯤 된다는데, 아직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못한 걸 보면 고우나 미우나 아직은 이 나라 교단의 양심세력을 자처하고 있는 전교조 정도로는 끄떡없는 게 사학의 막강한 힘인 모양이다.

학교문 닫겠다는 사람들, 이 참에 교육에서 손 털기를

교사의 입장에서 이번 사립학교법에는 아직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종전에 횡령, 뇌물수수·회계부정을 저지른 사학재단의 임원과 교장은 2년이 지나면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되어 있던 것을 이번에 임원은 5년, 교장은 3년으로 개정했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물어보자. 그런 이들이 재단과 학교로 다시 복귀해야 되겠는가? 그런 사람들은 교육기관에는 영구히 복귀할 수 없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신입생 뽑지 말고 학교 문 닫겠다는 이들은 이 참에 교육과 관계되는 일에서 깔끔하게 손을 털기 바란다. 우리 사회는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수상한 소수의 인물들이 밀실에 들어앉아서 교육을 빙자한 채 수십억, 수백억씩 주물러대는 부패와 비리 행각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다. 이런 짓을 비호하고 나서는 정치인들의 속내야 국민들이 어항 속처럼 꿰뚫어보고 있다. 정신들 차려야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도 함께 깨우치기 바란다.

▲ 이명주 교사
이런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조용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역사의 갈피에 차곡차곡 기록해 두었다가 두고두고 경계로 삼을 좋은 교육 자료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마나 미흡한 채로라도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대체로 국민의 7~8할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우리 교육에 미래가 완전히 골병이 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불행 중 다행이다.

이제 첫 발을 뗐다. 내용으로 보자면 밀실에 유리창 하나 겨우 낸 것이다. 겨울도 깊어가는데 햇빛 무서워들 말고, 엄살들 떨지 말고, 개과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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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 교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1973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됐다. 전국국어교사모임 회장, 전국교과모임연합 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 고명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그리움의 작은 나라>, <너희를 위하여> 등이 있다.
2005-12-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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