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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같이 좀 밀어보죠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3. 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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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같이 좀 밀어보죠!"
몇 년 전,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준 그 분, 감사합니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방상철(19in) 기자   
“휘리릭, 휘리릭”

아침 출근길, 골목에서 막 빠져나오는 자동차의 바퀴가 빙판길에서 계속 헛돌고 있습니다. 어제 기습적으로 내린 폭설로 골목길 대부분이 얼어붙었기 때문에 조금만 경사진 길에선 대부분의 차들이 미끄러집니다. 저는 망설임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승용차의 보닛을 밀어 차가 뒤로 빠질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운전자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갑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큰길로 나서는데 이번엔 유치원 승합차가 계속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뒤에선 다른 차가 그 차가 빠져 나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차를 밀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차가 커서 그런지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하더군요. 저는 기다리던 뒤차 운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저씨, 같이 좀 밀어보죠! 조금만 밀면 빠져 나갈 것 같은데?” 그런데 그 차는 뒤로 후진해서 다른 길로 가버리더군요. 결국 지나가던 다른 사람이 도와줘서 해결은 했지만 말이죠.

제가 이렇게, 길에서 미끄러지는 차를 그냥 못 지나가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몇 년 전, 제가 절실히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준 그 분 때문입니다.

▲ 아침 출근길에 찍은 풍경
ⓒ2004 방상철
그때도 갑자기 눈이 많이 왔습니다. 출근할 때까지는 눈이 안 왔었는데, 외근 나간 후 타 회사에서 장시간 회의를 마치고 나오니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많은 눈이 와 있었습니다. 자동차는 문도 열기 힘들 정도로 푹 파묻혀 있었고요.

차를 놓고 가야하나 어쩌나 고민하다가 다른 차들도 다니고, 또 거기에서 회사까지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기에 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로에 나와 보니 후회되기 시작했습니다. ‘놔두고 걸어 갈 걸!’ 얼마 가지 않아 차 바퀴가 미끄러운 눈에 걸려 헛돌기 시작했습니다.

후진했다가 다시 앞으로 가보길 수차례, 결국 뒤로 가려는데 이젠 뒤로도 못가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정말 난감했습니다. 체인도 없고, 그렇다고 차를 버리고 갈 수 도 없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때 체인 부착을 하고 덜덜거리며 마주오던 차가 오다가 멈췄습니다. 잠시 후 운전하시던 분이 내려서 제차 뒤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밀어 주었습니다. 몇 번 헛돌던 바퀴가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그때 그 고마움이란….

그런데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차를 세우면 또 아까처럼 눈에 걸릴까봐 못 세우겠고, 운전석 창문을 내리려고 하니 얼었는지 꼼짝도 않고, 룸미러로 그 분이 차에 타는 것만 보고 그냥 제 갈 길을 갔습니다.

그때 군포시 당정동 공단 골목에서 저를 도와 줬던 그분께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제 뒤에서 오던 차라면 자기 갈길 때문에 도와준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반대방향에서 오다가 차를 세워 도와주고 가다니 정말, 그 분은 진정한 맘짱 아니겠습니까?

그 일이 있은 후론, 저도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고 있습니다. 제 도움을 받은 사람도 나중에 또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2004/03/05 오전 10:28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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