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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오늘의논객 | 등록 2004.03.20(토) 11:23 |
전두환과 최병렬, 그리고 나의 외삼촌 T.T /살인의추억 나는 서울 사람이지만, 우리 외갓집은 충청도다. 아빠는 엄마에게 말이 왜케 느리냐고 가끔 불평했지만, 난 사람좋은 충청도 외삼촌들이 참 좋았다. 우리 외삼촌들은 키가 다 190 가까이 되서, 당시로선 드문 몸짱집안이었다 ^^;; 내가 아직 어린 여자아이였던 어느날, 막내 외삼촌이 엄마를 만나러 왔다.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근데 삼촌은 평소처럼 나랑 놀아주지도 않고, 웃고 떠들지도 않고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잤다. 막내 삼촌은 나라를 지키는 용감한 군인이 되는게 어릴적부터 꿈으로, 사관학교를 마치고 군인으로 일하고 있는 장난기 많은 청년이었다. 난 그날밤 자다 깨어 엄마를 찾아가다, 삼촌과 엄마가 하는 작은 얘기소리를 듣게 되었다. 삼촌은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광주는 지금 전쟁터에요. 옆에서 같이 총쏘던 친구 하나도 광주사람이 쏜 총에 맞아 죽었어요." 하며 울먹였다. "내가 이러려고 군인된건 아닌데.." 나는 삼촌이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건지 이해가 안갔지만, 사람을 죽였단 말도 너무 무섭고, 절대로 울지 않을것 같은 키다리 삼촌이 울고 있다는게 왠지 슬퍼져서 방에 돌아와 이불을 푹 덮어썼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삼촌은 동경하던 군인의 길을 접고 군을 떠났다. 그 후 대학생이 된 나는, 그때가 전두환 이란 군인이 군사력으로 대통령이 되었던 때였다는 것 . 광주 시민들이 군의 쿠데타에 맞서자, 전두환과 그 추종자들이 울 외삼촌같은 군인들을 광주에 보내, 광주사람들을 죽였단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난,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되고싶던 꿈과는 달리 살인기계처럼 이용당한 나의 삼촌과 또 삼촌에게 맞아서 죽었을지도 모를 광주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무척 아팠다. 나는 요즘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보며, 당시 쿠데타로 대통령이 되어 무고한 국민들을 죽인 살인마 전두환은 전혀 탄핵하지 않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원해서 뽑은 노대통령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끌어내리려는 것을 보고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한나라당의 최병렬씨는 "위대한 지도자 전두환" 이라고까지 찬양하여 문화공보부 장관 자리를 받았다는데, 나의 삼촌을 살인자로 만들고 광주 시민을 죽인 전두환이 위대하다니, 도대체 생각이 있는건가? 하긴 지금의 한나라당은 전두환을 추종하는 민정당에서부터 나와, 이름만 이리저리 바뀐것 뿐이라니, 군사정권 밑에서 잘먹고 잘살던 국회의원들이 국민들 슬픔을 알리가 없지... 우리 삼촌에겐 전과 기록이 없지만, 살인의 기억은 너무나 힘든 것이리라. 사실 국민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는 전두환 같은 살인마 보다는, 시민을 죽인것을 많아 괴로와 하다 군인의 길을 접은 울 삼촌이 더 훌륭한 군인이 되었을텐데.. T.T 나는 촛불집회를 보며, 혹시 어느구석에 나의 삼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약간의 눈물은 항상 참을 수가 없다. / 살인의추억 ▶[원문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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