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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를 수없이 들으며 수많은 아침을 맞이하면서도 살기 좋은 내 마을을 내 힘으로 만들겠다는 결심 따위는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여전히 새아침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새벽종은 거의 증오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침형 인간'도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사회적 통념에 따라 굳이 구분을 해보자면 나는 분명 게으른 사람 축에 속한다. 게으른 난 그만큼 세상을 따라가는데 힘이 들었고, 남들처럼 사는 일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순위 매기는 게 일상적인 우리나라 학교에서 난 언제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일에 충실했는데, 그것만큼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 한글을 배우거나 구구단을 외우는 일보다 나무에 올라가 까치집을 털거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을 더 좋아하고 잘했던 난 끝없는 나머지 공부를 해야했고, 나 때문에 퇴근을 못하는 선생님의 노여움을 독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서 친구들의 엉덩이에 공부로 인한 영광의 종기가 늘어갈 때, 내 엉덩이엔 땡땡이 치다 걸려 얻어맞은 시퍼런 몽둥이 자국이 늘어갔고 그 흔적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지워질 날이 없었다. 그 때 난 엉덩이와 허벅지 살은 원래 시퍼런 게 정상이라 생각했다. 초중고를 이렇게 다녔으니 대학에서는 정신 좀 차리고 성실히 공부하겠지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남들이 도서관에서 전공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며 4년만에 학사모를 쓰고 학교를 떠날 때, 난 사회과학 책을 읽고 데모에 앞장서며 '악질학생'이라는 말을 들으며 6년을 다녀야했다. 그 때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너 의대생이냐?"였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원까지 20년 제도권 교육에서 난 언제나 '문제학생'이었던 것 같다. 나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대부분 날 그렇게 바라봤으니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문제학생'에게 상을 주는 학교는 없다. 그래서 언젠가 이야기했듯이 20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내가 받은 상은 딱 한 번뿐이었다. 난 상을 무척 좋아했지만, 상은 내가 무지하게 싫었나 보다. 그랬던 내가 나이 서른 줄에 접어들면서 <오마이뉴스>에서만 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작년 <2003년 11월 뉴스게릴라>로 선정돼 나는 물론이거니와 일가친척을 비롯한 주변 친구들을 거의 경악에 가깝도록 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내가 본 탄핵정국>에서 우수작으로 뽑혀 다시 한번 일가친척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환장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난 이 세상에 태어나 상을 3번이나 받았다! 좀 우습지만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축하전화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다. 몇몇 후배들은 마을 입구에 "박상규 태어나 3번째 상 받다!"라고 쓴 현수막을 걸자고 제안하며, 마을 어르신을 모시고 성대한 잔치를 열자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사법고시라도 붙은 줄 알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상이냐?'며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20년 동안, 그러니까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사이 상이라고는 딱 한 번 받아본 내게는 사건 중의 사건이며 대박 중의 초대형 대박이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받은 상이라 기쁨이 하늘을 찌른다. 어린 시절 친구집에 놀러 가면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장의 풍경은 내 가슴에 열등감을 덕지덕지 붙이곤 했다. 그 때 상을 받으면 나도 꼭 벽에 상장을 붙이겠노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조금 유치하게나마 벽에 붙일 자랑스러운 상장은 없지만 상금이 있어 그래도 괜찮다. 상금 지폐를 벽에 붙일까 고민중이다. 30년만에 받은 세 번째 상.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어찌 저 거친 광야에 우뚝 서서 만세를 부르지 않겠는가! 만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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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1 오후 4:03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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