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 운전 조심해서 가고 우진이도 잘 가라, 안~녕.” “엄마 저녁 잘 먹고 가.” “그래 어서 가서 쉬어라 피곤하겠다.” 딸아이가 퇴근하고 우리 집에 와서 저녁밥을 먹고 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난 자동차 꼬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제 가면 집안에 이런저런 일들을 정리하고 꽤 늦은 시간이나 돼야 잠자리에 들겠지. 딸아이의 고단한 일상을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진다. 그렇게 퇴근하고 늦은 시간에 우리 집에 왔다가는 이유는 하루 종일 놀이방에서 생활을 하는 손자 때문이다. 이제 25개월로 들어서는 손자이지만 하루 종일 놀이방에서 생활하니 그 어린것도 제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손자의 성격은 밖에 나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손자가 아침 일찍 제 엄마와 헤어졌다가 저녁 때나 만나니 왜 안 그러겠는가? 뭐 매일 그러지는 않지만 어느 날은 유독 심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대형마트나 동네시장에 가서 한바퀴 돌고 집으로 들어간다. 또 어느 날은 우리 집에 와서 시간을 보내고 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무슨 방법이라도 써서 바람을 쏘여 주어야만이 집으로 순순히 들어간다. 만약 놀이방에서 바로 집으로 들어가면 현관 앞에서 신발을 들고는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다. 안나가고는 못 배기게 투정이 심한 것이다. 딸아이도 하루 종일 일하고 지친 몸을 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어린 손자가 제 엄마의 그런 사정을 알 리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럼 딸아이는 미안한 마음에 손자를 데리고 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딸아이가 아기를 낳고 재취업을 해서 맞벌이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8개월이 되어간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면서부터는 딸아이의 전쟁은 시작된다. 아침에 손자가 잠에 취해 늦게 일어나면 딸아이는 먼저 출근을 한다. 그중 다행인 것은 사위가 집안 일을 자신의 일처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자가 놀이방에 가기 시작한 것은 17개월부터였다. 손자는 운이 좋은 편이다. 마침 딸아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 라인에 놀이방이 있다. 바쁜 아침시간엔 일분, 일초가 아까운데 가까운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주변의 가족들의 걱정과는 달리 딸과 손자 모두 적응을 비교적 잘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월말 마감 때 야근을 하고 늦게 집으로 돌아갈 때와 아기의 몸이 아플 때는 또 다른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으로 딸을 잠깐 망설이게 만든다. ‘내가 무슨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육아문제 때문에 1년 동안 전업주부로 집에만 있을 때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은 배부른 투정이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난다. 문제는 주말 이틀을 제 아빠, 엄마와 보낸 아기는 월요일엔 놀이방을 가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다른 날은 아침에 헤어지는 인사도 곧잘 하는 손자가 그날만큼은 약간의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가는 날은 마음이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그러나 그렇게 하루하루를 바쁘고 힘들게 살지만 딸아이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늙어서 힘이 빠질 때까지 한다고 맹세를 한다. 전업주부로 1년 동안 지내보면서 집에만 있기엔 너무나 젊고 배운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또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도 너무나 힘들었던 것이다. 두 가지를 다 경험해본 딸아이는 지금은 몸과 마음이 바쁘지만 그래도 지금이 훨씬 생기가 있고 보람도 있어 한다. 며칠 전 놀이방 선생님이 바뀌었다. 그래서인가 손자는 부쩍 짜증을 낸다고 한다. 그럴 때 딸은 또 힘들다. 그 어린것도 알 것은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당분간 딸아이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딸아이로부터 또 전화가 왔다. “엄마, 나 내일 엄마네 집에 가서 며칠 동안 있을 게, 우진이 아빠가 며칠 지방출장 간데”한다. “그래, 그래라” 이런! 앞으로 며칠 동안은 손자와 나의 전쟁이 시작될 것 같다. | ||||||||||||
2004/04/03 오전 8:56 ⓒ 2004 Ohmynews |
[단편소설]어느 노부부의 하루 (0) | 2004.04.03 |
---|---|
너는 극장에 얽힌 추억 없니" (0) | 2004.04.03 |
누가 똥을 더럽다고 말합니까? (0) | 2004.04.03 |
30년 동안 세 번의 상을 받은 사연 (0) | 2004.04.02 |
첫 봄비가 내리던 그날 (0) | 2004.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