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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어린이들 몸부림·신음 아우성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4. 2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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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어린이들 몸부림·신음 아우성


△ 용천역 폭발 사고로 얼굴과 눈을 크게 다친 북한 어린이들이 25일 신의주 병원에 누워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신의주/로이터 뉴시스, 세계식량계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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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주 병원엔 고통에 몸부림치며 신음하는 어린 환자들로 넘쳐났다. 보다 못한 엄마들이 침대에 함께 누워 아이를 안아 달래고 있었고, 침대 머리에 앉아 흐느끼며 아이들을 달래려고 애쓰는 엄마들도 있었다. 침상이 부족해 두 어린이 환자는 서류용 캐비닛 위에 뉘어져 있었다.”

    22일 용천역 폭발사고의 중상자 360명이 후송된 것으로 알려진 신의주 병원은 넘쳐나는 환자들을 치료하기엔 형편이 너무 열악했다. 사고 직후 북한에 급파돼 국제기구 관계자로선 처음으로 지난 25일 병원을 방문했던 방콕 주재 세계식량계획(WFP)의 아시아지역 책임자인 토니 밴버리는 <에이피통신> 등 외국언론과의 통화에서 “입원환자의 60%가 소학교의 어린이들”이라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폭발사고 현장만큼이나 참혹한 병원 실태를 이렇게 전했다.

    밴버리는 “갑자기 환자들이 몰려온 신의주 병원은 모든 게 부족했고, 치료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병상뿐만 아니라 침구와 음식, 그리고 의료장비와 의약품도 태부족이었다. 환자치료에 기본적인 항생제, 스테로이드, 진통제는 바닥났고, 의료장비들도 대부분 작동되지 않았다. 고장났거나 전력 부족 탓으로 보였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의료진은 헌신적이었지만 제대로 될 리 없었다.

    “폭발 때 화염으로 얼굴에 화상을 입어 검게 그을린 화상환자들도 많았고, 파편과 유릿조각에 맞아 생긴 상처를 얼기설기 대충 꿰맨 환자들도 눈에 띄었다. 어떤 아이들은 두 눈에 화상을 입어 시력을 잃었는지 붕대나 안대로 눈을 감싼 채 누워 있었다. 눈을 다친 환자들이 많았다.”

    대부분 용천역에서 200m 떨어진 용천소학교 학생들인 어린 환자들은 오전 수업이 끝나고 10여분 지난 뒤 폭발사고가 나는 바람에 하굣길에 사고를 당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망자 161명 가운데 이들이 76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중환자들의 60%도 어린 학생들일 만큼 이번 사고에서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이 학교 전체 400여 학생 가운데 4분의 3 가까이가 피해를 본 셈이다. 유니세프 평양 주재 대표인 피에레테 불티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만약 수업 중이었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참상이 빚어질 뻔했다는 것이다.

    신의주 병원은 지난 24일 현장을 방문했던 평양 상주 국제기구 요원들과 상주 외교사절단 등 40여명이 방문조사를 요청했으나, “신의주가 경제특구이기 때문에 새로운 허가가 필요하니 수일내 방문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는 말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곳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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