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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 상가 안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소리. 볼일이 있어 상가를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씩 아름다운 소리의 근원지로 찾아든다.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배경태(46)씨가 색소폰을 불고 있었다. 이용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오후 7시부터 가슴이 설렌다. 한 시간 후 손님의 발걸음이 잦아드는 8시가 되면 자신만의 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는 이용원의 일과가 끝나면 날마다 2~3시간씩 색소폰을 분다. “어느새 10년 동안이나 불고 있네요. 이런 업에 종사하다보면 하루 종일 가게 안에서 갇혀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을 수밖에 없잖아요.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특별한 것을 찾다가 시작했답니다.” 그의 색소폰 실력은 수준급. 웬만한 곡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간혹 색소폰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실력이 순전히 독학이라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이용원을 하느라 학원 갈 시간이 없었던 그는 교본을 사놓고 혼자 연습하는 방법을 택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초등학생 때 리코더를 부는 것처럼 하나씩 연습해 나가는 거죠. 지겨워서 몇 개월을 묻어놨다가 다시 꺼내들고 연습하기를 여러 번. 지금은 어느 정도 하니 탄력이 붙어서 재밌습니다.” 낮 시간 손님이 없을 때마다 색소폰을 부니 이제 단골손님들도 그의 실력에 대해서 알 만큼 안다. 하고 싶긴 하나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손님들에게는 악기구입에서부터 기초까지 가르쳐주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색소폰을 시작해서 어느 정도 후에는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끈기와 인내심 하나면 되는데, 도중하차하는 사람이 많아 그는 아쉽기만 하다. 대전시 이용협회 서부지회의 정기총회, 망년회, 신년회에서 그는 인기 스타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색소폰을 분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등을 할 때도 그의 색소폰 솜씨는 빛을 발한다. 전에는 라이브 무대에 서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연주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 즐거움이 컸다. 지금도 라이브 무대에 서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새로운 재미에 푹 빠졌다. 몇 달 전부터 가게 안에 컴퓨터를 들여놓고 색소폰 관련 사이트에 자신이 연주한 곡을 올려놓는다. 거기에 달린 댓글을 보거나 다른 사람의 연주곡도 들으며 서로 평도 하고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에게는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더 있다. 그가 운영하는 이용원에 들어서는 입구에 적힌 글귀가 바로 그것이다. 초창기 이용원을 하면서부터 실천해오던 것이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이발 봉사였다. 독거노인이나 거동을 못하는 노인 가정에 찾아가 이발을 해줬다. 그러던 것을 대전에 정착하면서부터는 소년가장에게 무료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지금도 한달에 한번씩은 지체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 방문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일을 하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항상 가게 앞에 붙여놓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크고 넓게는 못해도 조금은 실천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가게를 하고 부터는 많이 찾지 않고 있네요. 제가 조금만 수고하면 되는 일이기에 언제라도 해줄 용의가 있답니다.” 요즘은 이용원이 침체기에 있다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사는 법을 안다. 언젠가는 자신의 색소폰 연주곡을 CD로 녹음해 찾아오는 손님에게 선물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손님이 모두 돌아간 저녁시간마다 그는 색소폰을 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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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7 오전 8:59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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