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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70) 할머니에게는 가능했던 일이다. “왜 뒤늦게 대학에 입학했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잖아요? 저는 공부가 제일 좋은 걸요”라고 답하는 그녀. 고희(古稀)에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과시하며 책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김 할머니는 46년간의 교직생활을 교장선생님으로 마감한 지난 2000년, 한밭대 일본어과에 입학했다. 주위 동료들은 정년을 맞으면 으레 해외여행, 등산 등 즐기는 여생을 보내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공부가 하고 싶었다. 늦깎이 대학생의 소중한 추억 20대 대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려면 50살의 세대 차이를 극복해야 했을 뿐더러,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교수님들의 주목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단 한마디 “나이 따위는 의식하지 않았죠”가 4년의 대학생활을 가능하게 한 비결이다. 나이뿐만 아니라 성적에 있어서도 튀는 학생이었다. 일본어는 고작 입학 전에 학원에서 기초를 익힌 것이 전부였지만 장학금을 독차지할 만큼 성적이 우수했다. “학점이 좋지 않으면 ‘시간이 남아돌아서 학교에 다닌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밤새 공부를 했답니다. 아이들이 10시간 공부할 것을 저는 20시간, 두 배로 시간 투자를 해야 했죠. 그 결과 동기들의 본보기가 됐답니다.” 강의 시간,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도 김씨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들어 강의에 열중했다. 공부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너도나도 옆자리에 앉고자 쟁탈전을 벌일 정도. 처음에는 호칭을 낯설어 하던 아이들도 “교장선생님!”하며 잘 따르게 됐다. 전직은 못 속이는 법.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는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가르쳐주는 선생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이렇듯 50세의 나이 차이를 20대 못지않은 열정으로 극복한 것이다. “20대 기(氣)를 뺏어서 그런가요? 보는 사람마다 젊어졌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4년 내내 마음은 대학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답니다.” 끝없는 배움의 길 대학 졸업을 코앞에 두고 그녀는 우울해졌다. ‘이제 학교를 떠나면 어떻게 살지?’ 교정 곳곳을 밟을 때마다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은 열려 있었다. 올해 다시 대학 바통을 이어받아 일본어 통번역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평상시에 일본어를 잘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교과 과정을 예습, 복습하는 것은 물론 집에서 NHK방송을 수시로 듣는다. 이제는 일본 교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고, 책도 번역해 내는 등 이 모든 것은 그동안의 노력을 말해주는 결과다. “솔직히 젊은 사람과 다르죠. 머리가 ‘팍팍’ 돌아가지 않으니까요. 밤새 공부를 하고 다음날 시험을 치를 때면, 놓친 부분을 발견하곤 한답니다.” 이럴 때면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그녀만의 철학을 되새긴다. 끈기와 집념으로 무장하여 도전한다면 못 오를 나무 없고, 못 이룰 꿈이 없다는 것이다. 동료들 중에는 “공부를 하고 싶지만 머릿속에 죽어도 안 들어온다”며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하면 된다”는 말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터. 그런 면에서 그녀는 공부하는 체질로 타고난 셈이다. 3년 전에는 머리가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아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찍어봤다. 의사 왈(曰) “어머니, 축하드려요”라며 “두뇌세포가 어머니처럼 깨끗한 사람은 처음 봤다”는 것이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말을 의학적으로 증명한 사례다. 또한 시력은 어떠한가? 그 흔한 안경 한번 써 본적이 없다. 공부가 좋아서 마냥 공부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교직자다운 욕심이 있다. “실력을 탄탄히 갖춘 그 날, 초등학교에 일본어 교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네요.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나눠줘야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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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7 오전 8:39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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