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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바퀴를 떼고 혼자서 달려갑니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4.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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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바퀴를 떼고 혼자서 달려갑니다
쭈니의 자전거 배우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양허용(didgjdyd) 기자   
우리집 첫째 쭈니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9살이라고는 하지만 생일이 늦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덩치도 작고 겁이 많으며 소심한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또래 아이들이 다 타는 자전거를 아직도 못 탑니다. 혼자서는 감히 자전거를 배울 생각을 못한 것이죠.

오며 가며 쭈니보다 어린 꼬마들이 자유자재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아직 쭈니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지 못한 게 미안스럽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늦었지만 자전거를 가르치기로 마음 먹고 일요일 오후에 가까운 학교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쭈니는 망설임 없이 아빠를 따라 나서면서도 다소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자전거를 잘 못 탈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제대로 못한다고 아빠로부터 야단 맞는 것이 더 두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번씩이나 잘 못 타도 큰소리 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며 다짐을 받더군요.

▲ 보조 바퀴에 의지해 자전거를 타는 쭈니
ⓒ2004 양허용
드디어 연습이 시작됐습니다. 보조 바퀴를 단 네발 자전거에서 두 발로만 가야 하는 자전거 위에서 이제 혼자서 균형을 잡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배운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쉽나요. 처음 20여 분 동안 쭈니는 전혀 적응을 못하더군요.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넘어지며 두 발을 페달 위에 올려 놓는 것조차 힘들어 했습니다. 보조 바퀴가 주었던 도움의 손길에 대한 미련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듯 보였습니다.

몇 번이나 다짐을 했으면서도 쉽게 자전거에 올라타지 못하는 쭈니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지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몸의 중심을 자전거의 중심에 맞추어라, 자전거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여라"하며 이런저런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도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는지라 몇 마디 조언을 하고 나니 그 다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러니 그냥 잘 타라고 언성을 높일 수밖에요.

그때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 무엇이 잘 됐고 무엇이 잘못 됐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은 채 무조건 윽박지르고 잘 하라고만 하는 사람들은 정말 실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죠.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는 사이 오빠를 따라 자전거를 타러 나온 둘째 수영이가 심심했는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조르더군요. 하는 수 없이 쭈니에게 혼자 연습하고 있으라는 말만 남기고 수영이를 집에 데려다 주고 나왔습니다. 그 시간은 길어 봐야 5분을 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다시 쭈니가 있는 중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쭈니가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비록 몇 미터 안 되는 거리였지만 분명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움직였던 것입니다.

"쭈니야, 드디어 성공했구나."

쭈니를 향해 소리치는 제 목소리가 약간 떨려 나왔습니다. 이후로 쭈니는 조금씩 자전거 타는 거리를 늘려 갔습니다. 어느 정도 균형 잡기에 익숙해지자 페달에 발을 올려 놓는 법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익숙해지자 회전하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혼자서 알아서 척척 하더군요. 시작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 아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 수영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쭈니의 모습. 물론 네발 자전거입니다
ⓒ2004 양허용
마지막으로 텅 빈 운동장을 혼자서 돌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비틀거리던 것도 없어지고 제법 안정된 자세로 운동장을 도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습니다. 쭈니 스스로도 대견한지 무척 상기된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배우던 때를 생각하며 그래도 제대로 타려면 몇 시간은 걸릴 줄만 알았건만 채 1시간도 안돼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록 또래에 비해 한참 뒤늦게 배운 자전거지만 쭈니가 혼자 힘으로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데 대해 아빠로서 한없이 기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쭈니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쭈니야, 오늘 혼자서 자전거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아뇨. 처음에는 겁나서 못 탈 줄 알았어요."
"자전거 타는 게 생각보다 어렵진 않지?"
"네."
"만약에 겁난다고 계속 자전거를 안 타고 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자전거를 못 타겠죠."
"그렇겠지? 아빠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쭈니가 자랑스러워."

쑥스러운지 쭈니는 그냥 씩 웃고 맙니다. 오늘 쭈니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해보지 않고서는 그것이 힘든 일인지 힘들지 않은 일인지 알 수 없다는 것과 도전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는 것, 힘든 노력 끝에 얻는 성공의 열매가 얼마나 값진 것인가 하는 것을 말입니다.

유치원을 마치고 제도권 교육 속으로 들어가는 쭈니를 보며 걱정스러웠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쭈니는 제법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 듯이 보입니다. 나이를 먹고 학년이 높아지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기겠죠. 그럴 때마다 쭈니가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순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제 보조 바퀴를 떼어내고 혼자 힘으로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것처럼 세상에서 혼자 서는 힘을 서서히 배워나가길 바랍니다.
마침 사진을 찍어둔 것이 없어 지난 강릉 벚꽃 축제에서 찍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자전거를 배운 다음날 아침 쭈니는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겠다고 해서 엄마를 곤혹스럽게 했다더군요.

2004/04/29 오전 11:53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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