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리나라 '예비군'은 정말 '예비군'인가?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5. 14. 08:53

본문

728x90
우리나라 '예비군'은 정말 '예비군'인가?
마지막 예비군 기본훈련을 다녀와서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문동섭(surfingman) 기자   
마지막 예비군 기본훈련을 받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예비군 훈련 관련법이 바뀌어서 예비군 7년 차까지 받던 훈련을 6년 차까지만 받으면 끝나게 되었습니다.

아직 향방작계(향토방위 작전계획) 교육이 한 번 남아 있지만 소총 들고 훈련장의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거나 훈련 교관, 조교들과 신경전을 치르는 일은 더는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군 생활 2년2개월, 예비군 6년 도합 8년여 세월 동안 입고 다녔던 지긋지긋한 군복도 이제 한 번만 더 입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니 여간 시원한 것이 아닙니다.

예비군 훈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훈련장 풍경이 어떤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소위 '야비군'이라고도 불리는 우리 예비군들은 평소 사회 곳곳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다가도 군복만 입으면 돌변합니다. 대충 머리에 얹어 놓은 모자, 풀어헤친 상의, 묶다 만 전투화 끈으로 연상되는 예비군은 2차 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칼빈 소총을 질질 끌며 오로지 개기겠다는 일념으로 훈련장을 어슬렁거립니다.

훈련 교관들은 예비군들의 통솔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오늘 하루 말 잘 들으면 일찍 보내준다"는 감언이설과 "어제 훈련에서는 태도가 불량한 예비군을 강제 퇴소시켰다"는 협박성 발언을 동시에 날립니다.

앳된 얼굴의 현역병 조교들은 훈련 태도가 불성실한 예비군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선배님, 선배님"하면서 거의 울상이 된 얼굴로 훈련에 임해줄 것을 사정합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예비군의 '개김', 교관의 '회유와 협박', 조교의 '사정'이 한데 어우러진 웃지 못할 촌극 한마당이 펼쳐집니다. 교육훈련 내용도 시대착오적이거나 형식적인 것이 대단히 많습니다.

정신교육은 안보의식을 고취시킨다는 목적으로 해묵은 시청각 자료를 틀어주기 일쑤고, 지휘관은 여전히 남북의 군사력비교, 대북전략, 과거 북한의 대남침투 사례를 듭니다. 또 교육자의 성향에 따라 "사회가 점점 좌경화되고 있어서 국가안보가 걱정스럽다는 우려의 발언"도 합니다.

기초 군사훈련은 부실합니다. 움직이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예비군, 전문성이 부족한 교관 및 조교, 부실한 교·보재로 인해 대충 말로 때우거나 예비군의 편의를 생각해준다면서 아예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냥 앉아 있기 지겨운 예비군은 "제발 훈련 좀 시켜줘"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이러한 예비군 훈련 모습은 비단 저만 보고 느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과연 지금의 예비군 훈련이, 아니 제도가 국가안보와 향토방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정말 예비병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예비군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해집니다.

과거 예비군은 6공 시절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일 때 87만 명이 동원되어 잡범 37명을 검거하는 눈부신(?) 공을 세우거나 군 지휘관과 관련한 행사나 헌혈에 반강제적으로 동원되는 등 국가안보와 향토방위의 기능보다는 사회적 기능을 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수해나 각종 재해의 피해복구에 예비군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비군의 활용은 예비군 제도의 근본 취지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는 부분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예비군 제도의 문제점, 예비군 훈련 때문에 사회 일꾼들이 일터와 유리되어 입게 되는 경제 손실, 실효성 없는 예비군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쓰이는 세금, 탈냉전 이후 변화한 시대상 등을 생각하면 과연 지금의 예비군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현대 전쟁은 첨단 하이테크전으로 병력이 과거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역병 70만 명, 예비군 450만 명, 총 520만 명의 대규모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기본군사전술이 인해전술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저는 매번 예비군 훈련을 받으면서 '이렇게 할 걸 왜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예비군 마지막 연차가 된 지금까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예비군 제도가 정말 국가안보와 향토방위에 필요한 제도라면 '예비군'이라는 말 그대로 유사시 실질적인 예비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원과 운영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비군 훈련 대상은 1년차부터 8년차까지며 1-4년차 동원지정자는 동원훈련 2박3일(28시간) 동원미지정자는 동미참훈련 3일(24시간)과 전후반기 향방작계훈련(12시간)으로 총 36시간의 훈련을 이수해야 합니다.

5-6년차 동원지정자는 향방기본훈련 8시간, 향방작계훈련 6시간, 소집점검 4시간, 동원미지정자는 향방기분훈련 8시간, 향방작계 12시간을 이수해야 합니다. 7-8년차는 비상소집점검에만 응하면 됩니다.

2004/05/12 오후 3:43
ⓒ 2004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