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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작고 못생긴 것은 우리 몫이군!"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6. 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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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작고 못생긴 것은 우리 몫이군!"
올해 마늘농사를 실하게 잘 지었습니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민수(dach) 기자   
마늘을 거두면서부터 마늘을 말리느라 더 분주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마늘 말리는 것이 쉬우련만 5월의 제주 날씨는 거반 20일 정도는 비가 오고 흐렸습니다. 그러다보니 날씨에 따라 널고 거두며 말리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세 컨테이너 정도의 양으로 헐떡거리는 것을 마늘농사 짓는 분들이 본다면 꽤나 웃긴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늘농사는 처음이요, 제법 실하게 되었으니 서울에 계신 부모님들과 지인들에게 보낼 생각을 하면 휘파람이 절로 납니다.

▲ 소포로 보내질 마늘과 고사리를 담은 박스들입니다.
ⓒ2004 김민수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마늘이 제법 잘되었다고 소문을 냈더니 어머님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애고, 아들을 농사꾼 만들어 버렸네. 그래, 어디 보내봐라" 하십니다.

이번에 보낼 곳으로 네 곳을 정했습니다. 10kg짜리 네 상자를 가득 채우면 우리 먹을 것이 남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헐렁하게 보낼 수도 없어서 지난 봄 꺾어 말린 고사리도 함께 넣어서 상자를 채웠습니다.

상자를 채울 때 실한 것만 골라서 넣습니다. 실한 것들이 하나 둘 상자에 채우니 남는 것은 작고 못생긴 것들입니다. 맨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네 상자를 다 채우고 나니 조금은 허망합니다.

"결국 작고 못생긴 것은 우리 몫이군!"
"작고 못생긴 것이 좋은 거라며?"
"그래, 맞다. 그래도 이번에 우리 보내는 건 크고 잘 생기고 맛있는 최상급이다."

그랬습니다.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말, 불평을 쏟아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늘 작고 못생긴 채소만 먹던 어린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요즘이야 오히려 벌레 먹은 것들을 유기농 채소라며 비싼 값을 주고 사 먹는다고 하지만 대부분 남에게 파는 것은 가장 좋은 것을 내놓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파치(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나 너무 볼품이 없어 남에게 주기조차 민망한 것들만 남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농사짓느라 흘린 땀을 생각하면 그 하나라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죠.

ⓒ2004 김민수
서울 근교에서 농사를 지어서 내다 팔던 부모님들은 늘 채소를 다듬고 묶다가 남은 것들로만 반찬을 해주셨습니다. 가지나 오이도 구부러진 것만 먹고 쭉쭉 잘 빠진 것들은 모두 내다 팔았고, 시금치나 배추도 실한 것은 모두 한 단씩 묶여 팔려나갔습니다. 결국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것은 늘 벌레 먹은 것들이었습니다.

"엄마, 우리도 한 번 잘 생긴 것 좀 먹어보자!"

그 말에 어머님께서는 마음이 아프셨는지 다음날 가장 잘 생긴 것들만 골라 김치도 담그고, 반찬도 해 주셨습니다. 그 맛이 그 맛이었을 텐데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만 그 이후로는 괜히 어머니 마음만 아프게 해드린 것 같아서 더 이상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잔병치레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 체력은 바로 그 못생긴 채소들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어머님께 고마운 일이죠.

마늘과 고사리를 싼 상자들을 우체국에 가서 부치고 나서니 올 마늘농사 짓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에 흐뭇합니다. 어쩌면 그동안의 수고와 우편료 등을 빼고 나면 셈으로는 적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늘 한 알마다 사랑이 담기고, 농약을 치지 않고 키운 것이니 육쪽마늘이 아니라도 먹는 분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작은 텃밭에는 오이와 호박, 가지, 고추, 시금치, 근대, 파, 아욱, 쑥갓, 상추, 치커리, 감자, 더덕, 부추와 약초로 사용하려고 심은 어성초와 번행초까지 사이좋게 어우러져 자라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못 생겼고, 어떤 것은 잘 생겼습니다.

그러나 못 생긴 것과 잘 생긴 것 모두 품고 있는 맛과 영양가는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차별하지 않고 다른 것들이 잘 자라도록 배려를 하며 솎아먹기도 하고, 잘라먹기도 합니다.

마늘이나 감자는 저장이 잘 되는 것이니 간혹 이렇게 우편으로 지인들에게 보낼 수 있는데 그 외의 것들은 쉽게 상하니 우리 식구들이 주로 먹고 간혹 동네분들과 나눠먹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 때에는 못 생긴 것이 아니라 잘 생기고 큰 것들을 대하게 됩니다.

"와, 먹음직스럽다!"

아이들이 식탁에 올라온 채소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면 작은 텃밭을 가꾸길 참 잘했다 생각이 들고, 흙을 만지면서 사색한 모든 것들이 더욱 더 고마워집니다. 작고 못생긴 것이 우리의 몫이 되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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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않는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2004/06/10 오후 10:22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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