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다음주에 오실 때는 따님한테 2킬로그램만 나눠주고 오세요.”
십이년 째 류머치스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내 어머니께서 한달에 한번씩 정기진료를 받고 있는데,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처방전 삼아 하신 말씀이다. 퇴행성관절염이든 류머치스성 관절염이건 간에 가장 먼저 싸잡아야하는 게 '체중'이다. 사실 어머니는 칠순 나이에 비해 과체중 상태다. 의사 선생님 말마따나 딸은 가냘픈데 엄마가 걱정이다.
나 역시도 체중과다다. 게다가 집안 내력으로 약간의 고혈압 증세도 있다. 혈압도 식이요법으로 음식을 가려먹는 것만큼이나 체중이 최우선 관리대상이다. 그래서 매일처럼 산을 오르거나 읍내를 한바퀴 돈다. 평소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서 하는 운동은 전무한 편이다.
문제는 시나브로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니 끼니를 제때에 챙기지 못하거나 불규칙한 습식으로 운동효과는 고사하고 갈수록 체중이 불어나 이제는 비만에 가깝도록 몸이 불었다. 이럴 두고 아내는 사람은 올해 안으로 10킬로그램 줄이란다. 정말 아내 말처럼 현재 체중에서 그만큼만 줄이면 얼마나 몸이 가뿐할까.
“많이 좋아졌네요. 체중도 빠지고 몸 상태도 나아 주어서 고맙습니다.”
어머니 볼을 만져보고 나서 하신 의사 선생님의 칭찬이다. 순간, 코끝이 찡했다. 병원에서, 그것도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말 중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그 분은 연구차 외국에 일년 동안 나갔다 오셨는데, 그 동안 병원치료를 통해서 익힌 면식을 잊지 않고 내 어머니의 삶의 의지를 다독여주신 거다.
의사라면 누구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신실하게 실천하고 있겠지만, 나는 내 어머니의 주치의만한 의사 선생님이 또 없다고 자신하며 감사하다. 일신상 이유로 그분의 존함과 병원 소재를 밝히지 못하는 게 유감이다.
생뚱맞은 것 같지만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날로 경제가 성장하던 그 시절에는 배가 불뚝 나온 사람이 사장대접을 받았다.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기에 깡마르거나 빼빼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탄수화물 부족에다 기본적인 단백질 공급원이 열악했던 탓이다. 더구나 매일처럼 고깃국을 끓이고, 지지고, 삶고, 볶는 일은 그리 흔치 않았다.
그러니 기름 자르르하게 먹어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때를 견줄 일이 아니다. 아무리 경제난국이라 하여도 먹을거리들이 철철 넘쳐난다. 자연 비만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각종 성인병에 침습당하고 있다.
배가 불뚝 나온 사람이 사장대접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아랫배를 꼬집어보니 한 옴큼 뱃살이 잡힌다. 한때 농담 삼아 그것을 ‘인격’이라고 우겨댄 적이 있다. 그렇지만 당장에 미량이지만 혈압약을 장복해야한다는 처방을 받고나니 몸 건강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거리에 광고에, 매스컴 선전매체를 통해서 쏟아지는 웰빙식품들을 보면 다른 아닌 예전의 농촌살이 먹거리들이었다.
세상이 아무리 첨단정보통신시대로 바삐 변해가더라도 사람 사는 일상사는 우리네 삶의 공간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쓰는 것이 바람직한 참살이, 웰빙이 아닐까.
사실 비만은 모든 만병의 근원이다. 의사 선생님이 내 어머니께 하신 아름다운 말, '체중 2킬로그램만 따님 주고 오라'는 말씀은 그만큼 몸 관리에 신경을 쓰라는 다그침이다. 실제 나이는 40초 초반이지만 정작 몸은 50대 후반인 경우가 있다. 반면에 몸은 60대이지만 건강을 잘 유지해 몸은 40대인 경우도 있다.
실제나이와 건강나이(생체나이)는 사람마다 건강상태와 생활습관에 따라 크게 다르다. 생체나이는 자기가 어떻게 노력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실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농담삼아 뱃살은 '인격'이라지만 비만은 만병의 근원
생체나이란 생물학적 나이, 진짜 나이를 의미하는데, 신체연령, 생화학연령, 호르몬연령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숫자로 표시된다. 신체연령은 심장기능, 폐 기능, 근력, 혈압, 비만도, 체지방량, 근육량과 같은 신체기능과 체형을 표시하며, 신체연령이 높으면 체형이 나쁘고 신체적인 노화 정도가 심하다.
생화학연령은 적혈구 침강속도, 혈중 콜레스테롤, 혈당조절, 동맥경화, 신장기능과 같은 체내 장기기능 나이를 의미하는데, 장기의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호르몬연령은 갑상선호르몬, 남성 및 여성 호르몬, 성장호르몬 등과 같은 체내 내분비 기능의 상태로 알 수 있다.
생체나이를 줄이려면 건강 위험인자를 제거하고 만성질환을 관리해야 한다. 또 중간 강도의 운동과 절식을 중심으로 한 식이요법을 실시해야 한다. 이외에 항산화제, 비타민, 뇌기능개선제, 면역증강제를 복용하고 호르몬 보충요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만 체질을 개선하여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비책이다.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스스로 비만 체중의 늪으로부터 벗어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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