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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가장의 모습은 그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 2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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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가장의 모습은 그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세상 사는 이야기] 좋은 가장으로 거듭나기
박종국 (jongkuk600

 

막상 이 글을 쓰려고 하니 제 자신도 여느 남편들과 다르지 않고, 그 어떤 아빠들의 모습과 별스러운 게 없다는 것에 크게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여러 모임을 통해서 들었고,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가정에서 가장들의 생활 모습’을 얘기하렵니다. 다소 주관적이고 편견에 치우친 내용이 있다고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바랍니다. 이 글은 결코 남성들을 폄하하기 위하여 쓴 글이 아닙니다(필자 역시도 오십대 가장입니다).

 

아이엠에프(IMF) 경제난국을 겪으면서, 또한 지금의 경제사정에 터하여 우리 사회의 생활 모습이 많이 변했습니다. 경제성장 일변도의 풍요로 흥청망청됐던 가정 경제가 급기야 내핍생활로 꼬리를 여미고, 직장에서도 구조조정과 감원열풍이 거셉니다. 

 

때문에 이 땅의 사오십 대 가정들은 어렵고 힘듭니다. 생활 전반에 걸쳐서 훑어보아도 이들 세대는 찢어지는 가난과 보릿고개, 물질적 결핍을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살아왔습니다. 칠팔십 년대 그들은 밤낮을 밝혀가며 공부했었고, 경제개발 붐에 편승하여 젊음을 불사하며 아득바득 일했습니다. 그런 덕분을 이제는 어느 정도 살만하다고 허리 한번 펴려니 얄궂은 세상은 그들을 헌신짝 버리듯이 ‘왕따’시키려고 합니다.

 

더욱이 세계화 사회로 진입한 지금, 외국어 구사나 컴퓨터 인터넷 운용에 있어 신세대들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첨단정보통신사회는 일에만 파묻혀 살았던 사오십 대의 무작스런 헌신과 열정을 더 이산 원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변했습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변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사오십 대 가장들은 가정에서는 물론, 직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그들이 세상을 경영하며 살았던 지난 시절에는 단지 우직함만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 그 모든 일이 가능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직 자기 일에만 매달려도 가장으로서 존경받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패기만만하게 끝없는 도전의식으로 늘 장밋빛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의 그들은 단지 하고자하는 열의만 충만하였을 뿐 차츰 일터 밖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첨단컴퓨터에 의해 운용되는 사무자동화는 더 이상 머리를 싸매고 피땀을 쏟으며 무지막지하게 일만하는 비효율성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는 시대경영에 뒤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들 세대는 급변하는 세상의 편린들을 인정하려들지 않습니다. 그들 세대가 고정관념으로 체득하고 있는 권위주의와 보수성이 앙금처럼 남아있고, 자존심이란 허울이 세월의 켜만큼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세상이 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변화무쌍한 시대에 걸맞은 것도 아닌데 오직 자기 것만 옳다고 고집하며 우겨대는 사람이 많습니다.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면 되잡을 수 없듯이 기성세대가 자랑삼았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습니다. 지금 순간 그것을 바란다면 단지 향수병에 취한 넋두리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생각이 변해야합니다. 다변적인 상황이지만 터 잡이 가능한 것들은 그간의 열정으로 다시 잡아야합니다.

 

단지 열의만 충만하였을 뿐 시대경영에 뒤떨어져

 

사오십 대 가장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싸잡히는 것은 비단 직장생활을 통해서만도 아닙니다.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구습에 젖어있는 대부분의 가장들의 경우, 직장 갔다 오는 것으로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으로서 대접받고, 아내로부터 아이들한테 존경받고 싶을 따름입니다. 대개 퇴근하고 나면 손 까딱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저녁 준비에 아무리 바빠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당연하게 아내의 일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니 대접받지 못합니다. 더구나 거실에 모로 누워 리모컨을 쿡쿡대거나 컴퓨터오락에 빠져있는 가장의 모습은 그리 존경스럽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아이들 다그치는 소리는 높습니다. 물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까닭도 있겠지만, 아버지의 위치에서 다정스레 다가서는 친근함이 부족합니다. 잔소리는 심해집니다. 그러니 그런 모습에 열불을 켜지 않을 주부들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결혼 생활 채 십년에 이르지 않은 신세대 부부들은 이와 다릅니다. 우선 가정과 사회, 직장이란 개념부터 기성세대와 달리합니다. 그들의 사고체계는 남녀의 역할이 평등하고 동등합니다. 그렇기에 가정생활 전반에 있어서도 ‘함께하고’, ‘나눠서’한다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철칙이 굳혀져 있기에 매일처럼 되풀이되는 가정살림에 아내 된 입장에서 넌더리가 날 까닭이 없습니다.

 

신세대 부부들의 가정살이는 새롭게 변모돼

 

남편 역시 가장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배려할 수 있는 생활자리에서는 그 어떤 불만족이나 저해할 수 있는 언행이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아내가 집안 청소를 해도 본체만체하는 남편, 아이들만 닦달하는 남편의 모습은 결코 존경받지 못합니다.

 

더구나 아내를 마치 물건처럼 자기 소유물 정도로 여기는 남편들이라면 찬밥신세가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변했는데도 아직까지 시대조류에 발 담그지 못한 가장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금 세상은 누구나 어렵고 힘이 듭니다. 마치 미궁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처럼 어둠이 걷혀질 굶이 보이지 않습니다. 희망 빛을 밝히려고 해도 힘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생각을 바꾸면 하고자 하는 마음이 달라집니다.

 

좋은 가장은 그저 만들어 지지 않는다

 

특히 가정에서 가장의 모습이 달라져야합니다. 아버지가, 남편의 모습이 새롭게 변하면 가족 모두의 웃음이 새로워집니다. 삶의 향기가 달라집니다. 내가 먼저 가족들을 챙겨보고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정감을 가져야합니다. 오직 대접만 받으려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가정살림살이에 군살 박힌 아내의 고생을 먼저 헤아리고, 공부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이들의 고충을 먼저 다독여주어야 마음에 우러나는 존경을 받습니다.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모두가 내 탓이고, 네 덕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관한다면 아무리 첨단컴퓨터 세상이 되어도 아직은 녹슬지 않은 가장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밝힐 수 있을 겁니다. 좋은 가장의 모습은 그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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