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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중물

박종국교육이야기/좋은훈육부모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6. 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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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중물
서 현 : 조선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0.05.14

옛날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집마다 펌프를 설치했었던 때를 생각해 보면, 아낙네가 땅속 깊이 고인 물을 퍼 올리기 위해 펌프 속에 한 바가지의 물을 붓는 모습을 쉽게 관찰 할 수 있었다. 이때 펌프에 처음 부어주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아마 물을 마중하여 함께 나온다는 뜻으로 마중물이라 부른 듯하다.

이 때 펌프에 부어진 마중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그 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인해 땅 속 깊은 곳에 있었던 물이 콸콸 솟아 올라와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중물은 버려지는 물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물도 아닌, 땅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신선한 물을 이끌어 주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마중물의 역할을 하는 이를 만나 도움을 받거나 혹은 자신이 타인에게 마중물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동시에 두 가지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내 인생의 마중물과 같은 스승님’이라고 말하고 싶은 분이 있는데, 대학 시절부터 대학원 석박사 과정의 지도교수님으로 가장 존경하고 닮아가고 싶은 김영옥 교수님이다. 그 분은 내가 가지고 있었으나 나는 미처 알 수 없었던 잠재력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주신 분이다. 특히, 그 분은 수많은 제자들을 낱낱이 살피시며 특성에 따라 다르게 지도하였는데, 제자들의 잠재력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제자의 역량을 가장 먼저 파악하시고 그 역량 보다 더 많이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

Vygotsky(비고츠키)에 의하면 유능한 교사일수록 학습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위보다 살짝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정하여 학습자의 능력보다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비계(Scaffolding)를 적절하게 설정해준다고 하였다. 이처럼 나의 스승도 제자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제자들마다 다른 목표 설정을 해 주었고, 이를 통해 제자들은 학문적 탐구의지를 가지고 용왕매진하게 되었다.

또한 학문의 도약도 중요하지만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며 직접 자신의 삶을 통해 그러한 모습을 보여 주셨다. 교수님은 대학교에서 허드렛일을 하시는 분들을 먼저 살피셨고, 심지어 학회를 개최할 때도 의자를 운반하는 아저씨, 청소하는 아주머니, 생수를 배달하는 분에게도 정성스럽게 준비한 작은 선물과 함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마음을 빼놓지 않으셨다. 높은 자리에 계시면서도 항상 낮은 자리를 먼저 살피시는 교수님의 이러한 삶의 자세에서 나는 겸손과 배려를 배웠다.

세월이 흘러 이젠 나도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 나의 스승을 닮아가려고 부단히 애를 써 보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음을 느끼곤 한다. 나의 스승을 닮아가려면 머리로 이해하는 ‘인지적인 면’과 가슴으로 느끼는 ‘정의적인 면’을 통해 이를 실천하려는 ‘행동적인 면’ 즉, 삼박자가 맞아야 할 텐데, 내가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면이 아직은 미흡하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나의 스승으로 인하여 나의 제자들에게도 마중물이 되어야겠다는 삶의 목표를 세울 수 있었고 이를 실천하려고 오늘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에, 내 인생의 마중물과 같은 나의 스승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된다.


서 현 : 조선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교수|이메일 : seo-h@chosu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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