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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깨끗한 이름은 그대 목숨과 같은 것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9. 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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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깨끗한 이름은 그대 목숨과 같은 것


박종국(교사, 수필가)


  “선생님, 왜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사퇴를 했습니꺼?”

  “바보야, 그거 모르나. 억수로 잘못한 죄를 지어서 그렇다아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다아이가. 대통령이 추천한 국무총리고 장관인데…,”


개학날 내 반 아이들이 뜬금없이 물었다. 엳아홉 살 아이들, 뭘 알아서 그러냐고 하겠지만, 요즘 아이들 다방면에 능해서 애늙은이가 많다. 하지만 쉽사리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야 방송으로 듣고, 집안 어른들로부터 엿들은 거겠지만, 꼬치꼬치 답변하기에는, 글쎄, 내 스스로 아이들한테 낯 뜨거웠다. 특히 “바보야, 그거 모르나. 억수로 잘못한 죄를 지어서 그렇다아이가.”라는 한 아이의 강한 목소리가 뭇 어른들의 잘잘못을 다그쳐 꼬집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벌써 까마득한 일인 것 같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태추이에 골몰했었는데, 그새 심드렁해졌다. 대통령이 믿고 바랐던 사람들이 도의를 상실한 채 낙마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의 성토가 봇물 터졌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세상을 너무나 영리하게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보는 눈이 너무 작고 가볍다는 것이다. 얕은 꽤와 잔재주가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탈법을 저지르고도 아무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얼이 없는 사람들은 다만 살아가는 것만이 중요한 문제이지 결코 바르게 사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편법 부당한 짓을 서슴지 않고 일삼는 자들은 정직한 사람들이 세상을 얼마나 바르게 사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사람들을 비방하고, 그 정직을 자기 것으로 도둑질한다. 그들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헐뜯어서 그 부지런함을 자기 것으로 도둑질하는 데 길들여져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세상에는 그들 같은 조악한 영민함을 반기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매번 개각 때면 그들 중 걸출한 면피들이 어김없이 부추김을 받는다). 또 그들 같은 너무나 영악한 현명함을 필요로 하는 구석도 있다(초록이 동색이듯 끼리끼리 통하는 법이다). 그러나 그들은 냉혹한 민심의 단죄로 퍼덕 날갯짓을 하다가 바로 추락했다. 차라리 조금만 더 우직했더라면, 차라리 조금은 덜어내면서 살았더라면, 차라리 조금은 잃어버리면서 살았더라면 세상은 그들을 촉망했을 거다.


한데도 그들은 그러한 삶의 원천을 가려내지 못했다. 화려한 것처럼 허망한 것은 없다. 그것은 처음 화려했던 자리마저 순식간에 티끌처럼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욕심과 이기심, 그리고 다 다른 감정으로 살아간다. 그렇기에 제각각 소유욕을 갖는다. 하여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균형을 잡아가는 일들이 거의 드물다. 균형 감각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애의 저울이다. 섣부른 명예를 좇아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걸맞지 않은 명예는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 참으로 깨끗한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목숨과 같이 지킨다. 이름을 깨끗하게 지키고 살면 어느 때든 한목숨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법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마다 자기가 파놓은 자기 함정에 빠져들 때가 있다. 높은 위치에 있을 때 어느 날 아주 낮은 자리로 떨어질 것을 모르고, 대중의 갈채를 받으면서도 어느 날 갑자기 소외된 자리로 밀러날 것을 모르는 게 우리네 인간이다. 그러나 낮은 곳에 있으면 높은 곳의 위험을 일찍 깨닫게 된다. 또한 어두운 곳에 살고 있으면 밝은 곳의 엄청난 눈부심을 깨닫고도 남는다. 그게 삶에 대한 겸손이고 깨달음이다.


사람의 마음은 마치 한 뙈기의 흙과도 같다. 좋지 않은 땅에서는 한 포기의 꽃나무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온갖 곡식과 과일도 고른 땅에서라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그렇지 못한 땅에서는 잡초가 자라고 쓸데없는 가시나무와 엉겅퀴가 자란다. 사람 사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깨끗한 마음의 바탕이 있어야 아름다운 심성이 고아하게 발현된다. 깨끗한 마음이 바탕이라야 올바른 정치, 올바른 경제, 올바른 학문, 올바른 예술의 열매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표방하고 나섰다. 당연한 일이다. 마음의 바탕이 고른 사회에서는 범죄자가 있을 수 없다. 깨끗한 마음은 항상 깨끗한 도덕성을 생명으로 터 잡고 살기 때문이다. 완전한 피아노 음정을 잡기 위해 조율사를 부르듯이 우리는 완전한 우리 자신의 마음의 음정을 위해 나 자신을 그 조율사로 불러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미치광이와 참사람이 함께 자라잡고 살면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싸운다? /2010. 9. 1


/천안지역 장애인종합정보지 <한빛소리> 제 171호, 2010년 9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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