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농익은 사랑을 하세요
박종국(교사, 수필가)
이 가을, 온갖 단풍의 향취가 우리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빨갛게 물든 단풍 한 잎을 보면서 겸손한 자세로 소박한 삶의 진리를 알아낸다면 참 좋겠습니다. 가을에 많은 것을 생각게 합니다. 현재의 내 모습은 물론, 자신의 앞날까지 찬찬하게 들여다보게 되고, 다른 이의 삶에 대한 관심도 커집니다.
맑은 하늘을 보며 진실한 마음으로 더 투명해지고 싶어지는 때도 가을입니다. 가을이 되어 생각이 깊어지면 우리는 그 생각의 틈새에서 사랑이 자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외로움을 느낄 때 우리는 사랑을 생각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고 인간의 가냘픈 모습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사랑의 가없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끝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진실의 문을 열고 사랑이라는 귀한 손님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을은 우리를 외롭게 합니다. 왠지 쓸쓸하고 수많은 그리움이 고개를 들며 금 쳐져 있는 생명에 더욱 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가느린 우리의 모습을 추슬러 일으켜 세우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하루하루는 '열어보지 않은 선물'입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랑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하나하나 그것을 열어봅니다.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내 눈과 귀와 손끝이, 발걸음이 그것을 좋아하면 기쁨이라는 이름의 선물이 되고, 사랑이라 느끼면 사랑이라는 이름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네 마음은 참 오묘합니다. 빈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한 없이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정말 살만한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스스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면 세상은 아름다워 보이고, 세상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이 있으면 언제나 사랑 가운데 발붙이게 됩니다. 또한 세상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눈이 있으면 행복하게 됩니다. 그러나 마음 가득 욕심으로 채우거나 미움과 시기, 질투로 가득 채우면 세상은 험하고 삭막하여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할 뿐입니다.
자연은 불평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인내합니다. 자연은 기만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진실합니다. 자연은 목적 없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꽃이 할 일은 그곳이 어느 곳이든 뿌리를 내려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이름 모를 풀꽃도 우리를 일깨우는 것을 보면, 우리가 할 일은 어디든 발길 닿는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자기에게 걸맞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가을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자연이 주어지는 사계의 축복만으로도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고, 음악가가 됩니다. 마음 속 가득 사랑이 가득하고 즐거움과 행복이 넘쳐 나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행복이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행복은 단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만족할 줄 아는 마음에서 생기기 때문이지요.
이 가을 진정으로 우러르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그를 위한 축원의 노래를 부르는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맘껏 도와주고, 따뜻하게 격려해 주며, 자잘한 기쁨을 함께 나누어보세요. 그것이 날마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길이요,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시작이 됩니다. 자신의 평가에 무딘 것보다 '자신에게 가장 관심 있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는 것을 안다면 '자신이 얼마만큼 가치 있는가.'를 스스로 결정해야합니다. 자신의 가장 든든한 응원자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평소 집에서 요리를 도맡아 하는 편입니다. 요리를 할 때 아무리 좋은 재료를 정성껏 준비했을지라도 마지막 간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소금을 적당히 넣으면 맛이 되지만 지나치게 넣으면 요리를 망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누구에겐가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단하게 미소에 담아서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 된 요리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결과가 될 것입니다.
하여 이 가을에는 날마다 새로운 자신을 일깨워 보세요. 당장에는 어렵고 힘들겠지만, 참고 견디고 이겨내면 날마다 새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순간, 스스로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에 눈이 부시고, 세상이 한결 아름다워 보일 겁니다. 근데도 정녕 우리가 살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가을엔 농익은 사랑을 하는 겁니다. 2010. 10. 05.
/천안지역 장애인종합정보지 <한빛소리> 제 172호, 2010년 10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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