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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고치는 명약은 없습니다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7. 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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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고치는 명약은 없습니다

 

박 종 국(교사, 수필가)

 

우리는 조그만 일에 쉽게 분개합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그만큼 자신의 그릇이 작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증거이지요. 마음이 온정한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그르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인(仁)은 편안한 집과 같고, 의(義)는 사람에게 있어서 바른 길과 같다고 했습니다. 스스로의 생활을 반추해 보면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헤치는 일에 골몰하고,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편안한 집을 부시며 사는 데 충실하지도 않았고, 바른 길을 막고 믿지 않았으며, 어렵고 힘 드는 일에만 매달렸습니다. 사는 게 다 그럴까요?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고, 남을 아는 이는 지혜롭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은 사람입니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지만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입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부유하고, 힘차게 나아가는 사람이 뜻을 얻을 수 있으며, 스스로를 잃지 않는 사람은 참 좋은 삶을 영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빤히 아는 데도 정작 그것을 실천하는 데는 인색한 것은 무슨 해코지일까요?

 

스스로에게 난폭한 사람은 남에게도 무례합니다. 남의 처지를 곰삭게 헤아리고 보살피는 사람한테서는 좋은 향기가 납니다. 나보다는 남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좋은 것을 지향합니다. 단 하루를 살아도 사람을 우러러 사랑한다는 일은 값진 삶입니다. 사랑을 하면 때로 방황하고, 때로는 지겨우며, 때로는 서럽고, 때로는 허무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충분히 즐겁고 아름다운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노력하기에 따라서 봄눈처럼 허망하게 녹을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처럼 튼튼하게 광채를 낼 수도 있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그 어떤 의미로 보나 순수하고 흐뭇하고 감사하기에 타산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한데도 조그만 일 하나를 두고 길길이 날뛰며 내가 옳다고 대놓고 손사래를 칩니다. 항상 바쁘게 쫓겨 살면서도 우린 너무 어렵게 셈하며 산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내가 하나를 주었을  몇 개가 다시 내게 돌아오고, 잘못하면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마음을 조립니다. 그게 보통 사람들의 삶의 방편이기는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또 나의 이런 모습에 상대가 마음 상해하지 않을까하는 미안함을 모르고 삽니다. 함부로 내뱉은 말 한 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이 얼마나 언짢은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 하나를 하면서도 우리는 너무 어렵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그 마음 그대로 말하고, 사랑 받고 싶으면 부탁을 해서라도 사랑을 받고 살아야합니다. 정녕 내가 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하면 미안하다고 선뜻 말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게 세상을 편하게 사는 것입니다. 너무 어렵게 계산하면서 그 계산이 안 맞는다고 등 돌리고 살지 않아야합니다. 등 돌릴 힘이 있다면 차라리 마주 보고 사는 편이 건강에 좋습니다. 어차피 모두가 이 세상은 나그네가 아닌가요?     

   

우리는 두 발처럼 두 손처럼 두 눈꺼풀처럼 아래턱과 위턱처럼 서로 도우며 살도록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거지요. 내 입맛에 맞춰 요리를 했어도 가족들은 말없이 잘 먹습니다. 그러나 식구들의 입맛에 요리를 했을 경우에는 맛있다고 더 달라고 야단을 떱니다. 그렇듯이 남의 눈높이에 맞춰 남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행동한다면 주고 받는 이 모두에게 행복과 가쁨은 배로 넘쳐서 한마음 한 가족으로 사랑의 보금자리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은 향락의 거친 꿈도 아니며, 정욕의 광기도 아니어야 합니다. 또한 사랑은 선(善)이고, 명예이며, 평화이고, 깨끗함이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오래 참고 친절해야 합니다. 사욕을 갖지 않아야합니다. 앙심을 품지 않아야합니다. 사랑은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내야합니다.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합니다. 사랑에는 연령이 없습니다. 그것은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초월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서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자기희생입니다. 사랑의 마음이 없이는 그 어떠한 본질도 진리도 파악하지 못합니다. 사랑은 눈높이를 같이 하여야 합니다. 사랑은 함께하여야 합니다. 진실한 사랑은 오로지 사람에게만 준 신의 선물입니다. 사랑은 아무것도 겁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고뇌처럼 달콤한 것이 없고, 사랑의 슬픔처럼 즐거움은 없으며, 사랑의 괴로움처럼 기쁨은 없고, 사랑에 죽는 것처럼 행복한 것은 없습니다. 사랑에 눈이 멀어도 사랑을 고치는 명약은 없습니다. 만약 있다면 더 사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은 열 개 중에서 아홉 개를 주고도 그 마지막 한 개를 마져 주지 못해서 안타까워 하는 것이라죠?"


/천안지역 장애인종합정보지 <한빛소리> 제 169호, 2010년 7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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