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사노라면
박종국(교사, 수필가)
어느 모임에 나갔더니 아내가 바람을 핀다고 괴로워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딱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땅히 아내가 지탄을 받아야했습니다. 그렇지만 친구도 반성해야할 게 많았습니다. 여태까지 살면서 조금만 더 아내를 배려했더라면 그렇게 불미스런 일이 불거지지 않았을 텐데…. 친구의 일방적인 이야기라 아내 입장에서 보면 평생을 분개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도 친구는 단지 결과만을 따져 제가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득달했습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행복한 인생을 그립니다. 당연한 이치입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니 여고금슬(如鼓琴瑟)이니 비익연리(比翼連理)니 부처본시동림조(夫妻本是同林鳥)와 같은 말은 부부 사이가 화락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부부 사이가 좋아서 마치 거문고나 비파를 타듯이 비익처럼 의좋게 짝을 지어 살고, 연리같이 서로 잇닿아서 결이 서로 통하는 삶은 더없이 행복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저 얻어지지 않습니다. 부단한 자기 성실이 뒤따라야합니다.
그런데도 평생을 살 맞대고 살 부부가 쥐락펴락하며 서로를 헐뜯는다는 것은 불행입니다. 사랑을 기초로 하지 않고 단지 소유로만 일관하며 살았던 까닭입니다. 부부는 서로 의리와 은혜로 친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참다운 부부는 두 개의 반신(半身)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가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아내의 키가 작으면 남편 쪽에서 키를 줄여야 합니다.
아름다운 부부의 삶은 그저 얻어지지는 않습니다
부부는 아주 가까운 존재입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부부간에도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가 있습니다. 그러한 예의를 지키면서 분수에 맞게 사는 부부는 너그럽습니다. 부부간에는 서로를 사려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하고, 서로의 인격과 개성을 존중하며, 동등할 수 있어야합니다. 부부간에는 높낮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물며 마음에도 없는 삿된 말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은 참 부끄러운 언행입니다.
무엇보다도 부부는 따뜻한 말씨를 가져야합니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말 그릇은 변함이 없어야 합니다. 세상에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 오직 좋은 인연으로 만난 부부는 용기 있는 말로 서로 격려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져야합니다. 너그러운 남편은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습니다. 슬기로운 아내는 신비로울 만치 아름다운 사랑을 엮어 가족의 기를 살려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부는 조그만 일 하나도 같이 만족하고 고마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일들을 알뜰하게 챙겨서 항시 서로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잃지 않도록 마음에 화톳불을 피워야합니다. 그럴 때 누구나 바라는 행복한 가정의 울타리를 만들게 됩니다.
부부는 아무리 어려운 일에 처해 있더라도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아야합니다. 불행에 익숙해지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됩니다. 불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듭니다. 행복은 스스로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뒤따릅니다. 매사 불평불만을 앞세우는 사람한테 행복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가정은 부부가 한마음으로 일궈가는 꽃밭이어야 합니다.
부부는 조그만 일 하나도 같이 만족하고 고마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부부로 사노라면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이 많습니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사소한 일에도 남편을 닦달하고 아내를 힐책할 때가 생겨납니다. 자신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되면 공연히 상대를 비난하게 됩니다. 그게 때론 부부로 사는 솔직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부부간에 자격지심을 갖고 서로를 성토하는 일만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오직 자기만 대접받고 살려고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호의를 갖거나 배려하는 마음의 그릇이 얕습니다. 그러니 자연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되풀이합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마음 아파하는 가족을 헤아려 들지 못합니다. 더욱이 그런 사람일수록 바깥에 나가서는 사람 좋다고 인정받습니다. 부부는 때로 야누스같이 얼굴을 가지고 삽니다.
또한 부부는 조그만 약속이나 원칙을 정하면 반드시 지켜야합니다. 스스로에 충실해야합니다. 부부는 서로 따뜻하게 일깨워줄 수 있는 조언자가 될 수 있어야합니다. 항상 좋은 말만 하고, 칭찬만 하고 살 수 없습니다. 그런 삶을 영유하려면 서로 피곤해집니다. 부부는 서로의 실수를 한없이 받아들이는 호수가 되어야합니다.
가끔은 얼굴을 찌푸리는 경우가 있어도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는 판단력을 가져야합니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뜻을 곱게 받아들이는 마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부부간에 따끔한 일침을 가할 수 있어야 그게 진정한 사랑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부 문제 해결은 “내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하여 부부는 서로의 머리칼이 희끗해지는 게 안타깝고, 잔주름이 느는 것만큼 지난한 삶이 아름다웠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겁니다.
어쨌거나 부부생활이란 긴 대화입니다. 그래서 좋은 남편은 골라서 듣고, 좋은 아내는 골라서 봅니다. 좋은 남편은 고개로 사랑하고, 좋은 아내는 눈으로 사랑합니다. 부부의 사랑은 꽤 오래 뜸을 들인 후에야 성숙해집니다. 아내의 인내는 남편을 살리고, 남편의 인내는 아내를 명예롭게 합니다. 부부생활에는 곰 다섯 마리가 있어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느긋한 부부생활은 참고 또 참는 길만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천안지역 장애인종합정보지 <한빛소리> 제 173호, 2010년 11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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