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글밭 2011-128]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의 비결
박 종 국
새 학년 새 학기 하늘같은 아이들을 만나 마음트기를 하면서 동화 한 편을 같이 읽었다. 아이들 너무나 반겼다. 달뜬 기분에 덤으로 동시 한 편을 외었다. 고만고만한 입을 모아 읊조리는 동시가 너무나 아름답게 들렸다.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며 예쁜 모습을 부추겼다. 그랬더니 엳아홉 살 아이들은 담임이 좋다고 안겨들었다. 아이들 눈에 비친 담임의 모습이 그다지 싫게 보이지는 않았나보다.
“나는 여러분을 만나서 참 기쁩니다. 우리 한 해 동안 지내면서 참 좋은 일들 많이 만들어 봐요. 서로 똑같은 눈높이를 가진다면 서로가 더욱 좋게 보일 테고, 힘든 일도 함께 나누면 그만큼 가벼워질 겁니다. 여러분은 나보다는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는 참한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나는 여러분을 내 중심에 놓고 알뜰하게 챙겨 줄 게에요. 우리 그렇게 할 수 있겠죠?”
“선생님, 저는요 체육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보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게 더 좋아요.”
“네, 그렇게 해요. 체육을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 바람을 들어줄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떼를 쓰면 안 돼요.”
“저도 한 가지 얘기해도 되나요?”
“좋아요. 말해보세요.”
“저는 말에요. 미술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전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모든 교과서가 미술책이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바람은 끝없이 이어졌다. 하나하나 다 들어주려면 아예 교과서를 덮어놓고 부대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쩌랴.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소원하는 것들을 일일이 다 따라주지는 못해도 가능한 한 볼멘소리를 소리를 듣지 않도록 애써 챙겨볼 작정이다.
해마다 담임을 맡고 보면 학년 대중없이 아이들이 관심 두고 있는 것이 다 다르다. 이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리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담임의 소망을 담은 편지 한 통을 들려 보냈다. 한 해 동안 담임의 소소한 교육방향이 담긴 안내 글이다. 무릇 새 학년을 맞을 때면 아이들만큼 부모님도 담임이 어떤 교육관을 갖고 있는지, 또한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담임을 맡을 때마다 나의 교육관을 먼저 얘기한다.
아이들에게 하루 동안 담임선생에 대해서 느낀 점을 써보라고 했더니 입말같이 착한 선생님이라고 썼다. 담임으로서 내 첫인상이 좋다는 얘기다. 이쯤이면 일년 농사는 다 지은 셈이다. 어느 사람을 만나든 3분이면 그 사람의 바탕이 읽혀진다. 아이들은 좋은 것 싫은 것을 전혀 꾸미지 않고 속내를 밝힌다. 그게 아이들이다. 오늘 나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사랑받는 사람으로 거듭 났다. 아이들이 새롭게 보인다. 아이들을 향한 나의 사랑이 한층 더 도드라질 것이다.
일본의 정신 의학자 사이토 시게타가 쓴 <사랑받는 사람들의 9가지 공통점>에서 보면, 사랑받기의 가장 중요한 비결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받는 사람은 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은 사랑받는다. 또 너무 완벽을 추구하지 않고 알맞게 너그러우며, 인생을 80퍼센트로 사는 사람에게는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그런 사람은 남에게도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으며, 과잉 친절이나 배려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사랑받는 사람은 기다릴 줄 안다. 사랑받는 사람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헛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운 시간으로 바꾼다. 모임에서 늦는 사람이 있을 때 불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즐거운 이야기로 지루한 시간을 잊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과연 누가 더 인기가 좋을까? 사랑받는 사람은 의지가 된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든든한 의논 상대가 되어 주는 사람은 대개 인내심이 강하고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다.
사랑받는 사람은 남의 실패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며,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이나 나쁜 소문이 돌았을 때 퍼뜨리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서 멈춘다. 위로나 충고를 할 때에는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한 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말해준다. 사람들은 이런 이에게 신뢰감을 느끼고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담임으로서 단 일년 동안을 함께하는 시간이지만 참으로 훈훈한 만남이다. 이러한 생각은 교사라면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라면 새 학년 첫날의 반 풍경이 한해 농사를 가늠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만큼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소중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교사가 되는 비결은 딴 데 있지 않다. 오직 그들을 나의 중심에 두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것 하나다. 우리 반 아이들 생각가지가 참 예쁘다. 2011. 03. 02.
/천안지역 장애인종합정보지 <한빛소리> 제 177호, 2011년 3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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