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글밭 2011-15]
그대다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박 종 국
작은 것을 소홀히 하면 보다 큰 것을 놓치게 됩니다. 하찮은 것 하나라도 소중하게 여길 때 따른 삶의 여력이 커집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아름드리나무로 성장시키기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단지 그 뿌리입니다. 큰 몸뚱이의 나무는 많은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 뿌리들이 하는 역할은 다 다릅니다. 대개 굵은 뿌리는 나무가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게 해 주고, 잔뿌리들은 나무에게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 줍니다. 결국 잔뿌리들이 나무를 키워나갑니다.
이렇듯이 우리가 아무렇게나 대하는 그런 작은 일들이 모여서 하나의 모둠이 됩니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그런 생각들로 인해 인생 전체가 흐려집니다. 웅장한 자태를 가진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그 낱낱을 훑어보면 그것은 모래 한 알, 돌멩이 하나, 시멘트 한 줌이 모여서 이뤄졌습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것은 없습니다. 물이 새는 아주 작은 구멍 하나 때문에 거대한 배가 침몰되고 마는 거지요.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습니다. 다들 존재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름 없는 풀꽃 하나도 제 나름의 향기를 지니고 있으며, 논밭을 엎지르며 돋아나는 잡초도 기꺼이 제 할 일을 합니다. 비가 내릴 때에는 흙이 쏠려가지 않도록 막아주고, 너무 건조한 날에는 먼지나 바람의 피해를 막아 줍니다. 이렇듯 세상에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얄궂은 마음으로 그렇게 대하고 있을 뿐이지 다 나름으로 충직하게 세상을 빛내고 있습니다.
평생을 시계를 만드는 일에 충실했던 사람이 아들 결혼식 날 손수 만든 시계를 선물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시계는 특이하게도 시침은 동(銅)으로, 분침은 은(銀)으로, 초침은 금(金)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아들이 물었습니다.
“아버지, 시침이 가장 굵으니까 금으로 장식하고 가장 가는 초침은 동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아니다. 초침이야말로 금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초를 잃는 것이야말로 금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리고는 아들에게 시계를 채워주며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초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시간과 분을 아낄 수 있겠니? 세상의 흐름은 초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을 명심하고 성인이 되는 만큼 너의 초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려무나.”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은 기나긴 여정입니다. 그 여정의 승패는 짧은 순간순간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짧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그런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전체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한데도 개중에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있고, 바쁘다며 마냥 허둥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늘 빈 그릇만 달랑대고 있는 거지요. 초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하루, 한 달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그에게는 짧은 순간이 잡쓰레기에 지나지 않으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그냥 놓칩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삶을 지탱해 주는 집의 벽돌은 하나씩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자기 인생을 안주할 집이 무너집니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 데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평균 수명을 70살로 잡았을 때 25,550여 일입니다. 그 중에서 잠자는 시간을 빼면 15,000일이 남습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사람의 일생 중 의미 있는 시간은 대력 360,000시간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이 시간 중에서 이미 살아버린 시간을 빼면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가올 시간은 사람의 의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간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선물입니다.
거듭되는 이야기 같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람은 제각기 신의 뜻을 헤아릴 만큼 쓸모를 가졌습니다. 때문에 하찮은 것에 매여 아까운 시간을 소비할 까닭이 없습니다. 인생은 가는 길은 있지만 되돌아오는 길은 없습니다. 펑펑 눈물바가지를 쏟으며 후회해도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여행길입니다. 한 번 떠날 때 소중한 것들을 차곡차곡 챙겨 결코 후회 없는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나 그저 앞만 보고 빨리 달리는 것만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숨겨진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있을 자리에 있고, 사랑할 사람을 사랑하고, 만족할 때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참다운 삶의 목표여야 합니다. 개나리는 개나리다울 때, 엉겅퀴는 엉겅퀴다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은 일부러 꾸민다고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충실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름다워집니다.
우리 삶은 조그만 것에 만족하며 그대다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어떻습니까. 한빛가족 여러분! 신묘년 한 해 동안 우리 그렇게 살아봄직 하지 않습니까. 새복 담뿍 받으시고 날마다 좋은 뜻 곱게 펴세요. 2011. 01. 04.
/천안지역 장애인종합정보지 <한빛소리> 제 174호, 2010년 12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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