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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7. 3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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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글밭 2011-221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박 종 국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위층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다. 삼 년째 살면서 더러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다. 그는, 중도장애인, 후천적인 하반신 마비장애자다. 혼자서 걸을 수 없기에 오직 두 손으로 기다시피 나다녀야한다. 하여 바깥에서 좀처럼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게다가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그의 장애를 드러내놓기 꺼려한다. 


근래 장애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장애인은 일반인들과는 상대하기에 어렵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런 까닭에 중증장애자들은 집 안에 꽁꽁 숨겨져 산다. 심지어 친척들도 얼굴을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친척이 방문하는 날이면 으레 장애인은 한 쪽 방에서 나오지 못한 채 틀어박혀 있어야한다.


실제로 문학회 회원 중에 한 시인은 “내가 집에서 가장 서러웠던 경험은 나 자신이 가족으로부터 짐이 되고 숨겨져야 할 존재로 여겨질 때였다.”고 절절함을 토로했다. 그는 뇌경변장애자다. 그의 폐부 깊숙이 멍울진 항변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생활주변에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산다.


이와 같은 인식은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비약적인 이야기 같지만 정부는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격리될 때 더 사회가 아름답고 조화로울 거라는 정책을 입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장애인을 위한 일련의 정책이 항상 ‘분리주의’에 입각한 ‘시설 중심주의’다. 그것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그들을 관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혜안이기 때문일까.


시설 중심주의는 각종 언론매체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때가 되면 시설로 찾아간다. 그리고 시설에서 여러 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그에 터하여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헌신하는 시설 관계자들을 부각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어찌 단 한번의 카메라 스포트라이트가 나머지 364일 동안의 장애인의 삶을 조명해 볼 수 있을까.


장애인은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그들은 특별한 사람이거나 유별난 대접을 받아야할 사람이 아니다. 만성장애인이건 중도장애인이건 그들도 좋아하는 것이 다 다르고, 먹고 싶은 것이 다 다르며, 가고 싶은 곳이 다 다르고, 지향하고 있는 꿈도 다 다르다. 근데 장애인을 그들만의 공간에서 따로 지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은, 분명 장애인을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장애인이란 똑같은 존재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부산을 떨어가며 단지 몇몇 장애인의 감동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그러 인하여 그들은 불쌍한 존재이기에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고, 장애인은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다른 장애인들도 화면 속의 주인공들처럼 모든 역경을 스스로 극복하고 살아야한다고 부추기는 것이 아닐까.


그 동안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그러한 일련의 인식들은 장애인과 함께 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장애인들이 소외되었던 현실에만 집중되었기에 역시 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을 간과했던 결과다. 그런 까닭에 나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삶에 여건이 이같이 열악한데도 이 땅의 수많은 장애인들은 꿋꿋하게 살고 있다. 그 동안 내가 만났고, 지금도 내가 연계하고 있는 장애인단체들의 활동을 보면 이제 그들은 현실적인 고민과 맞설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그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사회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자는 외침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될 때 일반 사람들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가 있다. 장애인은 더 이상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오랜만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그에게 먼저 앓은 체를 했지만 몇 마디 이야기 밖에 나누지 못했다. 사실 그나 나나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기에 멋쩍었다. 이웃해 살면서도 살가운 만남이 적었던 까닭이다. 안타까워하는 나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 손으로 기다시피 저만치 멀어져 갔다. 한 동안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좀더 밀착되게 그의 말벗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어께 위로 짱짱한 뙤약볕이 쏟아졌다. 2011. 07. 31.


/천안지역 장애인종합정보지 <한빛소리> 제 182호, 2011년 8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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