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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간판의 허실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8. 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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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글밭 2011-236


학력 간판의 허실


박 종 국


고정관념을 허물어뜨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정관념은 대개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지요. 가령,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들었다’거나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다’, ‘성삼문은 사육신의 한 사람이다’는 사실은, 번복시킬 만한 획기적인 자료가 어떤 사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반복된 그 지식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반상계급(班常階級)의 차별대우를 세상에서 제일가는 양속(良俗)으로 알았듯이 요즘 와서는 학력이 또 그 모양입니다. 물론 세상 형편이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학졸업과 박사학위증이 취업하는데 고용주들이 가장 먼저 보고 찾습니다. 승진이나 보수체계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력은 그 과정을 거쳤다는 필요충분조건은 될지 모르겠으나,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절대적인 평가기준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학력을 곧 능력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고정관념은 경우에 따라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합니다. 대학을 나오고 박사학위를 받아야만 유능한 사람으로 대접받는다는 고정관념이 그것입니다. 그러니 독학을 해서 사장이 되거나 국회의원, 심지어 교수가 되었더라도 흡사 돌연변이를 보듯 신기한 눈으로 봅니다.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충실했느냐는 의미부여에는 인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만고만한 아이들도 학교 공부보다 학원과외공부가 먼저고, 입시부정이나 석․박사학위논문 대필이 횡행하고, 가짜 학위가 난발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참담한 현실입니다.


높은 학력과 대학 간판으로 벌충되는 허실을 꿰뚫어보아야 합니다. 특정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개 취업을 하면 학력이 철인(鐵人)처럼 박혀 그것 자체가 종신토록 그 사람의 능력이 되고, 인격이 되며, 인품이 됩니다. 노루 때린 막대가 평생토록 우려먹고 삽니다.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기술과 학문이 돌변하는데 더 이상 배움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상례가 되었습니다. 학교를 벗어난 지 10년 또는 20년 후면 학력과 능력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고질적인 학력고정관념은 아직도 능력평가의 으뜸이 되는 현실입니다. 고정관념은 그 아류(亞流)만 만들뿐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조의 빛을 가지지 못합니다.


바람직한 사회, 밝고 건강한 사회는 그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러자면 올바른 인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아져야 합니다. 남다른 겸양의 미덕이 우러나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나이와 학력과 능력에 비례해서 그에 따른 지위와 재력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 줄을 이어야 합니다. 부단하게 고정관념을 떨쳐내려는 사람들이 생겨나야 합니다. 항상 재출발하려 하고, 도전하고 도약하며,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 근본 바탕은 고정관념을 내동댕이쳤을 때입니다.


한데도 정부 각 부처 장차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 먹물깨나 먹었다는 사람들이 참 추하게 보입니다. 아무리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어찌 그리 사람들 하나같이 그 밥에 그 밥인지. 그만한 학력이 아깝고 간판이 부끄럽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품성이 날마다 샘물처럼 새롭게 맑아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2011.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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