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바로 세우는 힘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8. 18. 17:52

본문

박종국의 글밭 2011-231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는 힘


박 종 국


방학이어도 날마다 학교에 출근한다. 아내랑 아이들이 모두 제 일을 찾아 집을 나서기에 혼자 집에 있어도 할 일이 마땅찮은 까닭도 있다. 게다가 아들이 근무지 인근 노인요양병원에 공익근무를 하고 있어 출퇴근이 여의치 못해 아침저녁 같이 다닌다. 오전에 강릉에 사시는 출판기획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환경에 관련한 책을 편집하고 있는데 요긴한 글을 찾다가 내 블로그에 들렀더니 원하는 글을 만났다고 한 편 퍼 담아 싣겠다고 했다. 말씀이 너무 정중하고 고마워서 승낙했다.


사실 인터넷 바다에 들어가면 수만 수천의 글들이 동동 떠다닌다. 물론 주인 있는 글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스팸(쓰레기 덩어리)으로 떠다닌다. 그래서 아무나 주어다가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카페에다 올린다. 남의 글을 옮겨다 실으면 반드시 출처를 밝히는 게 도리다. 그게 글쓴이에 대한 예의요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켓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할 예절이 있다면 정보의 바다를 휘젓고 다니는데도 그에 따른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대개 신문사나 특정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그러한 악용의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무단전재를 금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밝혀두고 있다. 뉴스 출처에 대한 저작권을 밝히는 대목이다. 한데도 지금 우리네 네티즌의 태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전에 머리를 손질하러 미용실에 들렀다가 모 회사 사보를 읽었는데 거기에 내가 쓴 잡문이 실려 있었다. 그런데 아연실색할 노릇은 분명 내 글인데도 필자는 ‘김종국’으로 명기되어 있었다. 불쾌했다. 곧바로 사보 편집실에 전화했더니 잘못되었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편집장을 호되게 꾸짖었지만 그러한 것은 양심의 문제요 글쓴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어떻게 남의 글을 퍼 담아 가면서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그것도 마치 내 글 인양 함부로 실을 수 있단 말인가. 글을 잘 썼다거나 인지도가 높다고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글이든 저작물에 대한 인정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것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인터넷상에 공유된다면 문제는 크다. 말 한 마디도 전해 듣는 사람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기에   해당 글이 신문사나 잡지가 표방하는 논지와 전혀 다른 견해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펜을 잡으면 일필휘지하듯 다작을 하거나 물 흐르듯 술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것쯤은 크게 개의치 않겠지만, 대개 작가들이 글 한 편을 쓸 때는 소재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글은 바로 자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글감이 다 갖춰졌더라도 문장 하나가 막히면 머리를 쥐어짜듯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흔히 글 쓰는 사람이라면 담배도 술도 많은 편이다. 그건 단지 자기 합리화가 아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는 것은 어쩌면 산고의 고통과 맞먹는다.


약속과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위험하다. 제각각 자기의 위치에서 남을 인정하고 배려할 때 바람직한 사회가 된다. 그러한 사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도리가 있다면 공감과 경청이다. 남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존중과 소중함이 바로 그 바탕이 된다. 오늘 내 글 한 편을 퍼 담아가면서 정중하게 승낙을 받는 이의 고결한 마음을 받잡고 싶다. 그래야 한다. 그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바로 세우는 힘이다. 2011. 08. 1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