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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4. 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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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일상이야기 2012-95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박 종 국(교사, 칼럼니스트)


필자는 1983년 3월 1일, 경남 거제군 둔덕면 학산초등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학산리, 아사리, 골마을 등 3개리에서 백 명 남짓한 조그만 학교였다. 첫해 6학년을 맡았다. 모두 열여덟 명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생 수가 적은 축의 학교였는데, 결국 이듬해 인근 오량초등학교 분교장으로 통합되었다.


지난해 거제도를 들렀을 때 가보니 폐교로 잡초만 무성했다. 아이들이 떠난 학교는 아무렇게나 방치된다. 그러니 잡풀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었다. 건물을 임대해서 모타 보트 공방을 차린 흔적은 있으나 이십여 년 전 도색이 희끗 내비치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운영되지 않았다. 폐호지에 서서 옛 추억을 더듬어 보니 마음이 찹찹했다. 


그 시절 학교는 마을축제의 장소였다. 또한 커뮤니티 형성의 장이기도 했다. 동네에서 가장 큰 건물이기도 하거니와 운동장에 절반을 가리고도 남은 수령 삼백년 묵은 아름드리 팽나무는 마음의 역사를 말해주는 지킴이였다. 여름철이면 그 그늘은 모든 사람들의 쉼터였다. 자연 학교는 동네의 크고 작은 일을 치루는 장소가 되었다. 때문에 학교는 마을 사람들의 기억의 중심이면서 지역문화의 발화지기이도 했다.


특히 벽촌 오지에서 학교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특별한 장소’였다. 그렇기에 작은 마을에서 교사의 존재는 마을 일에 대한 ‘상담자’였고, 아이들에 대한 동네 사람들의 기대를 투사하는 ‘이상형’이기도 했다. 해서 마을의 학교는 동네의 일부이며, 동네 사람들의 삶과 구체적으로 얽혀있는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때는 작은 학교가 참 아름다웠다.


작은 학교들이 폐교되어 가는 현실 상황은 결코 녹녹치 않다. 물론 요즘 도심공동화로 인해 대도시 지역에도 폐교가 되는 학교가 있다지만, 주지하다시피 폐교는 대부분 농어촌과 산간 오지에만 해당된다. 그 동안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그런데도 일단 한번 폐교가 결정된 학교가 다시 살아났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간혹 지역이 공업화되면서 갑작스런 인구유입에 의해서 되살아난 학교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가지나 예외다.


정부나 교육부가 작은 학교를 통폐합하려는 정당성은 무엇일까.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되풀이하곤 한다. 과소규모 학교 학생들은 학습의욕이 없고, 문제해결능력과 목표달성 의지가 낮으며, 성격이나 정서교육이 배제되거나 열악하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작은 학교라 해서 감성과 수월성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걸까. 폐단이 있다면 그 폐단을 줄이고 운영의 묘를 살리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단견적인 시각으로, 경제성의 잣대로만 작은 학교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 동안 학교 통폐합에 대하여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작은 학교라 해도 폐교는 안 된다’고 반론을 제가했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여론을 호도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농어촌오지 학교를 통폐합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서 교육적이지 못하다. 그보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 학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학교나 학급 규모가 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그 덩치가 작아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1960년대 이후 우리 교육정책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과밀학급과 거대학교를 해소할 것인가에 있었다. 더욱이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사회로 전환되는 현 상황에서 미래사회에 적응하며, 자신의 삶을 펼쳐야할 신세대들을 위한 교육은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우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이하로 둘이도록 정책을 마련했다(그러나 이미 선진국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대체로 한 학급에 15명 정도의 학생을 두는 것을 이상적이라 말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학급 규모나 학교 규모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묵은 얘기지만 일본에 학생이 1명뿐인 학교가 소개된 적이 있다. 일본의 경우는 학생 1명만 있더라도 학교를 유지하고, 그 학생이 졸업하여 학생이 한 사람도 없게 되어도, 폐교하지 않고 휴교하였다가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학교에 오면 학교를 다시 열고 있다. 이렇듯 경제논리로만 따져 학교 존폐 할 것이 아니다. 학생 수가 너무 작아서 교육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 수가 너무 많은 도회지 학교에 비교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당장에 학생 수가 적더라도 학교를 폐교할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헤치고,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


학교 통폐합에 대한 학부모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당시 필자가 근무했던 거제 학산국민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왜냐? 폐교 대상이 된 학교의 학부모 중에 다수는 그들이 학교를 세운 주역들이거나 학교를 세운 과정을 다 알고 있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 없는 돈을 내고, 땅을 내놓기도 했으며, 심지어 문중 땅을 내놓아 땀 흘려 학교를 세웠다. 학교를 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학교를 폐교하기는 쉬우나 학교를 다시 세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학생이 한 사람도 없어도 학교를 폐교하지 않고 휴교인 상태로 둔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학부모들이 정부의 폐교 방침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지역 학교의 폐교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의견수렴과정이 결여되었거나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 한 사람이라도 학생이 있다면 그곳에 학교를 세우고 교사를 보내야 할 의무가 있다. 학교 통폐합에 따른 정부의 논리도 정당하고 타당하다. 국가 재정의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그렇지만 획일적으로 학생 수 기준으로 통폐합한다는 논리는 교육문제로 떠나가는 농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때문에 앞으로 추진될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은 또 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악순환만 되풀이하는 잘못된 정책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소규모학교가 속출하는 원인은 비단 교육부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규모학교가 양산되는 근본 원인은, 농어촌 인구의 노령화와 젊은층의 부족 현상, 농업경제의 붕괴와 소득 불균형, 도시집중과 지역발전의 불균형 등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분명 소규모학교의 통폐합 문제는 총체적 난제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이 당장 경제적으로는 이득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교육은 적어도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해야 한다. 작은 학교 하나가 벽촌 오지의 마을공동체 형성을 가능케 한다. 201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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