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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여자들의 반란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4. 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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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일상이야기 2012-98


착한여자들의 반란


박 종 국(교사, 수필가)


남편은 하늘이고, 아내는 땅이라던 시절이 있었다.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며, 가부장적인 세상의 정형화된 삶의 모습이었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볼모로 잡아두기 위해서 남녀칠세부동석으로 편 가르고, 칠거지악으로 여자의 삶을 옥죄었다. 때문에 현모양처는 여성들이 갖추어야할 최고의 미덕으로 추앙되었다. 그 결과 여자들은 남자들의 주문대로 착한여자로 길들여졌다.


또 한 시기를 거치면서 여성들이 들뜨기 시작했다. 나이나 지역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예쁜 여자가 되려고 기를 쓰기 시작했다. 집단적 체면기제는 ‘착한여자 신드롬’이었으며, ‘신데렐라 콤플렉스’였다. 그래서 백마 탄 왕자는 언제나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근래까지만 해도 ‘공주병’을 심하게 앓아 사회적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착한여자-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 비껴난 여자들이 나타났다. ‘나쁜 여자’다. 그들은 스스로의 삶의 위치에서 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덜 성숙한 일군의 남자들은 얼굴을 붉히며 침을 튀겼다. 그러나 들불처럼 일어난 깨우침은 그 어떠한 힘으로도 꺾을 수 없었다. 내내 나쁜 여자는 화두가 되어 회자되었다.


그러나 나쁜 여자는 ‘못된 여자’가 아니라 자기주장을 당당하게 표현하며,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사는 당찬 여자였다. 세상은 ‘나쁜 여자’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마치 치한이라도 되는 양 몰아서우고 매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쁜 여자들은 어떤 일에 맞서서 당당하게 긍정할 수 있고, ”아니다“고 손 사레 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여자는 아름답다. 여자는 남자의 일부분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다. 신체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미세한 정도의 차이는 인정할 수 있으나 정신문화활동 영역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제 성역할을 넘나드는 나쁜 여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체사회를 놓고 볼 때, 과거 몇 십 년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사회계층구조를 보면 안다. 전통적인 대가족제도하에서 여자들은 집안의 부속물이 지나지 않았다. 종일토록 집안일만 되풀이해야하고, 남편시댁 어른들을 모는 것은 물론, 아이의 양육을 도맡았다. 그랬으니 손 마를 날 없었고, 허리 펴고 다닐 겨를이 없었다. 잘 길들여진 로봇처럼 주인의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그런데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첨단정보통신시대를 구가하면서 사회적 역할이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지식정보를 공유하는데 차별이 없어졌다. 그 결과, 착한여자들이 한 목소리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남자들과 똑같은 역할범주를 요구했고, 그것들을 추진하고 수행하는 능력도 남성들 못지않다.


여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내맡겨진 짐을 내려놓았다.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업을 요구한 것이다. 여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명령된 가사와 육아가 달라졌다. 양성평등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인류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수천 년을 노력해 왔듯이 그 평등의 의미나 내용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즉 한 시대에는 평등으로 여겨졌던 것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불평등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양성평등사회는 여성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평등’은 과거 농업중심, 산업중심 사회에서 남성의 육체적 힘이 중시되었기 때문에 남녀불평등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여성의 교육과 사회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역할 수행과 지위향상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 여성들은 더 이상 길들여진 착한여자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나쁜 여자인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평등사상은 가장 협소한 의미인 기회평등 정도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이 단순히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어렵다. 남녀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보다 확대되고 발전된 양성평등 의식을 공유하여야 한다. 그 속에서 양성 평등한 사회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녀평등의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게 모두가 함께하는 양성평등사회의 시작이다. 201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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