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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같은 시]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7. 2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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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오후, 어떤 부인이 정원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었다. 꽃밭의 잡초를 뽑으랴, 나무 가지치기 해주랴, 부인은 땀을 뻘뻘 흘렸다. 아담한 꽃밭에는 유난히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사람이 물었다.

"꽃이 정말로 아름다워 마음을 사로잡는군요. 부인 역시 마찬가지로 느끼시죠?"

부인은 얼굴의 땀을 닦으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꽃이 필 때만 그렇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부인 같은 태도로 살아갑니까. 공동체, 가족, 직장, 인생에 대해서 얼마나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꽃이 활작 펴서 아름다울때만 마음에 들어'라는 식으로…….

 

한 송이 꽃이 피려면 겨울이 되어 쉬는 시간을 가져야하는 것은 물론, 비바람과 무서리도 능히 견뎌내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잡초를 뽑고, 땅을 갈고, 가지치기를 하고, 옮겨심기를 하는 등 샅샅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꽃이 피고, 씨앗과 열매가 맺히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어제, 평소 미덥게 지내는 형님의 맏형님이 별세하셔서 남해까지 문상다녀왔습니다. 먼길이었지만 인간 사는 정리(情理)로 마다않고 아픔을 같이 나누고 왔습니다. 평소 고인의 높은 뜻을 기리고자 함께 자리한 사람 모두 침울한 표정이었지만, 망자의 넉넉한 베품은 따스했습니다.

 

좋게 살아야겠습니다. 아무리 이승에서의 인연이 가혹하더라도 결코 얼굴 붉히며 맞서는 일은 만들지 않아야겠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어쨌건 산자는 살아가는 법입니다. 사랑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결단코 후회남을 일 남기지 마십시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는 안타까움으로 울부짖는 허망함을 갖지 마세요.

 

지금, 현재,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을 아끼세요. 인연의 끈을 놓지 마세요.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두 눈 부릅뜨고 살아있어야 사랑도, 미움도, 슬픔도, 괴로움도, 갖은 행복도 함께 버무릴 수 있습니다.

 

당신은 그런 사랑을 믿으시겠지요?

유인숙 시인의 시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을 올립니다.

주말 소담하게 챙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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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유인숙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저마다 허물이 있을지라도
변함없는 눈빛으로
묵묵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그 뒷모습 속에서 느껴오는
쓸쓸함조차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싹트는 찰나의 열정보다
천천히,아주 천천히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정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그저 원하기 보다
먼저 주고 싶다는 배려가
마음속에서 퐁,퐁,퐁
샘솟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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