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4. 21. 07:11

본문

728x90

 

박종국의 일상 이야기 2012-100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박 종 국(교사, 수필가)

 

어떤 사람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흙을 가져다 붓고 자신이 좋아하는 온갖 아름다운 씨앗들을 심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꽃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민들레가 피어났다.

민들레는 아무리 뽑아도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 또 피어났다.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 봤지만, 그는 결국 성공할 수 없었다. 노란 민들레는 다시 또 다시 피어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 가꾸기 협회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내 정원에서 민들레를 없앨 수 있을까요?”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민들레를 제거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이미 그가 다 시도해 본 것들이었다. 그러자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그렇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대하는 잡초, 그들은 아무리 짓밟히고 차인다 해도, 무작정 뽑히거나 베이는 좋지 않은 환경이더라도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나지 않는다. 보잘 것 없는 잡초 한 포기도 나름의 존재의미를 갖고 있다.

 

흔히 우리는 밟히고, 뽑히고, 베이면서도 다시 자라나는 잡초를 보고 ‘강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그게 사실일까? 뜻밖에도 본래 잡초는 결코 억센 식물이 아니다. 억세기는커녕 오히려 연약한 풀이다. 약한 그들이 굳세게 살고 있는 비결은 놀랍게도 견디기 힘든 환경일 따름이다. 온갖 곤란한 일이 뒤이어 덮쳐 와도 잡초는 뿌리 내린 그곳을 물러서지 않는다. 그게 잡초의 생존 전략이다.

 

그런데 우리 삶은 어떤가. 조그만 일, 너무나 사소한 일에 쉽게 얼굴 붉힌다. 지지고, 볶고, 시기하고, 질투한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입장에 서기보다는 남을 폄하하고 헐뜯는 일이 먼저다. 자기에로 향한 욕심이 많은 탓이다. 자기 것만을 챙기려는 욕망의 눈을 더 크게 뜨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만 아름답다고 우겨대는 것은 앵무새 지나지 않는다.

 

묵묵한 사랑은 꽃밭에서 민들레를 내치지 않듯 가꾸어야한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자유롭게 놓아 주어야한다. 그런데도 사소한 말투 하나로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미덥지 못하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아야한다. 살면서 사람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생각 없이 내뱉는 말실수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자 이성의 동물인 만큼 두 경계를 넘나드는 간극에는 늘 상충되는 지점이 있다.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반응과 감정을 함께 나누고, 나의 의견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 애달아가며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그러한 것들을 쉼 없이 나눌 수 있어야한다.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확인받아야만 사랑받는 게 아니다.

 

건강한 사랑은 자신의 의지로 복잡다단한 삶을 경영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렇잖으면 논밭의 잡초처럼 허망스럽게 자취를 감춰야한다. 항상 보호받고, 인정받고, 격려 받으려고 애쓰는 사랑은 애달다. 진정한 사랑은 남의 헤아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지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잡초의 생존전략 중에서 바랭이와 민들레는 본받을 만하다. 바랭이의 생존 비밀은 튼튼한 마디에 있고, 민들레의 생존 전략은 홀씨에 있다. 그들이 숱한 역경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버티고 사는 것은 거친 현실적 고난을 한없는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얼마나 치열하고 아름다운 사랑법이다.

 

우리 세상사는 방편도 이와 같아야 한다. 조금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쉬 물러서고, 머리 싸매가며 열 올리는 것은 온전한 사랑이 아니다. 차라리 그런 사랑이라면 애타게 사랑 않는 게 더 낫다. 진정한 사랑은 남의 헤아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지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올바른 사랑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가면서 계속 성장하고 변화되고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보아야한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삶을 살아가도록 나의 독립성과 그에 대한 나의 자아정체성을 높이고, 삶에 대한 나의 상식과 실용적이고 안정적인 접근방식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나의 창조성과 호기심, 독창성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존재인지를 말해주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상대방에게 나누기 전에 먼저 개인적인 생각을 따로 정리해야한다.

 

너무 쉽게 고백하고, 너무 쉽게 변하고, 너무 빨리 끝나는 요즘 사랑은 인내가 필요하다. 또한 서서히 녹아들어 온전히 하나가 되기보다 무조건 소유하여 과시하려 들고,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요즘 사랑은 서로를 인정함이 필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것을 해결할 때, 정직한 태도와 솔직한 감정을 보여야한다. 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보려는 나의 의지를 가져야한다. 그게 참사랑을 위한 시금석이다. 2012. 4. 2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