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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다 닮은 붕어빵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5. 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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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일상이야기 2012- 117


빼다 닮은 붕어빵


박 종 국(교사, 수필가)


얘들아, 우리 살면서 어떤 일이 가장 아름다울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야. 그 만남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로 거듭나기 때문이지. 너희를 만난 나는 행복해. 항상 다부지게 행동하고, 좋은 눈으로 올곧게 생각하는 너희가 자랑스러워. 애써 책을 벗하는 너희에게 만족해. 책을 통해서 만나는 진실은 장차 너희가 세상을 경영하는데 든든한 바탕이 돼. 


누구나 살아가면서 다 다른 경험을 갖게 마련이야. 그렇지만, 그런 생활체험과 지식체득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 아무리 맛난 음식을 장만한다고 해도 마땅한 양념이 곁들어지지 않으면 구미가 당기지 않아. 그렇듯이 아무렇게 매만지는 음식에는 젓가락이 가지 않지. 너희는 올 한 해 동안 숱한 책을 만나 제각기 특별난 양념을 만들어 보렴.  


그런데도 오늘내일하며 책 읽기를 미루는 친구들이 있어.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아. 상담대학원에 적을 두고 공부하면서 시험 때마다 후회를 많이 했어. 평소 여러 일들로 바쁘다고 차일피일하며 시험공부를 등한시 했던 까닭이야. 애써 준비하지 않았기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 곁가지가 많다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은 아냐. 그렇다고 당장에 눈앞의 점수에만 얽매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 진정 내가 필요한 것을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즐거워.


나는 크게 내세울 게 없어. 그렇기에 담임으로서 부족한 게 많다는 걸 인정해. 그러나 너희는 나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바른 눈을 가졌으면 해. 풀꽃이 언제 피고지고, 뭇 새들이 어디서 둥지를 트는지, 살 좋은 흙 속에 무엇이 자라는지 곰곰 살폈으면 좋겠어. 왜 강물이 막힘없이 흘러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풀벌레 한 마리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깨달았으면 해. 그게 내가 너희랑 함께 하고픈 바람이야.


1년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이야. 그렇지만 더 좋은 생각을 하고, 더 나은 습관을 들이고 양념하게에 충분한 시간인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무시로 너희를 다그치는 것이야. 너희를 한껏 품어 안고 싶은 내 욕심 때문이지. 그런데도 미꾸라지처럼 내 품을 헤어나고 싶은 친구가 있어 많이 아쉬워. 지내놓고 보면 때늦은 후회로 가슴을 턱턱 쳐야할 때가 있어. 정녕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아.


나는 너희를 믿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해. 그래서 자기에게 걸맞은 일에 적극 다가서렴.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 하거나 함부로 행동하지 마. 너희는 인생의 마라톤을 막 출발한 선수들이야. 그러니까 결승점에 다다르기까지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결심한 일을 끝까지 몸에 지니지 못함은 잡념에 마음이 끌리기 때문이야. 무슨 일이고 한 가지 일을 성취하려면 그 밖의 다른 일을 생각지 않아야 해. 언제나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가장 중요한 일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해. 언제든 곁에 두고 훑어야 할 일은 욕심내어 챙기고, 버릴 것은 처음부터 깡그리 버려야 해. 무엇보다 실행을 빨라야해. 


알아? 높이 나는 새가 더 먼 곳은 보고, 산 정상을 오른 자만이 더 넓은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을 나온 이상 앞으로 나가느냐 가라앉느냐 둘 중의 하나겠지만 이왕이면 큰 그릇을 가져.


우리는 참 좋은 인연으로 만났어. 나는 담임이란 의무감보다 때로 친구처럼 동네 아저씨같이 지내고 싶어.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는, 너희가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항상 메모하는 내 습관을 빼다 닮은 붕어빵이어서 좋아.  201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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