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감지수
박 종 국
"어, 쟤는 왜 울어. 다 틀렸대?"
"아니, 하나."
"나는 다섯 개 틀렸는데…."
집으로 돌아온 훈이는 엄마에게
"나 잘했지?"
라며 성적표를 건넨다.
그리고는 곧바로 소파에 앉아 축구경기를 시청한다.
"훈이 엄마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는 질문이 뒤따른다.
- 삼성전자, '또 하나의 가족 시즌2-긍정적인 훈이 편'
이 광고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뭘까? 기말고사에서 한 개만 틀리고도 펑펑 울어대는 친구와 달리, 다섯 개를 틀리고도 너무나 느긋한 훈이. 단하나 이에 대한 엄마의 공감지수 때문이다.
시험을 좋아하는 아이는 없다. 초등학생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없애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그랬더니 단연 '시험'이었다. 왜 아이들이 시험을 싫어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탓이다. 시험 결과에 따라 칭찬보다는 질책이 많았고, 점수에 따라 '아이대접'이 달랐던 탓이다.
단지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했을 뿐인데, 시험에 긴장되고 주눅이 든 아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유야 어땠든 시험을 대하는 아이들은 기대보다 망쳤을 때 맛보아야 하는 낭패감이 더 힘 든다.
‘점수가 말이 아니다!’
'난 이제 죽었구나!'
'난 이것 밖에 안 돼!'
라는 탄식과 좌절감은 결국 시험은 잘 쳐야하고, 높은 점수를 받아야한다는 당위성으로 나타난다. 그 압박감이 아이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떠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아이들이 시험을 좋아할 리가 없다.
누가 아이들을 시험의 중압감으로 짓누르는가.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입장을 챙겨주지 못하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다. 같은 범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학교와 학부모의 책임이 크다. 문제는 교육내용과 교육과정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점수에 목을 맨다(그래도 요즘 초등학교는 시험의 굴레에서 상당히 비켜났다. 그 대신 수시평가가 만만찮은 발목자바이로 등장했지만).
"너는 몇 점 받았느냐?"
"반에서 최고 점수가 몇 점이냐?"
"너보다 시험을 잘 본 아이가 몇 명이냐?"
문제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단견적인 사고이다. 시험 점수로 서열화하려는 학교교육 자체의 문제도 따져 볼 일이다. 이렇듯 학부모가 다른 아이와의 경쟁에만 관심을 쏟다보니 결과적으로, 아이는 점수에만 집착하게 되고, 이러한 인식 때문에 아이의 마음이 멍들게 된다.
그런데 모든 시험이 부정적인 요소만을 내포하는 건 아니다. 긍정적인 강점이 많다. 옥에 티라면 시험과 그 성적에 대한 부모들의 지나친 관심이다. 시험점수에만 함몰된 생각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 폐해는 심각하다. 시험에 대한 부모의 편협한 집착은 과당 경쟁심과 심적 압박감을 빚어 결국에는 마음에 상처로 남는다. 지나친 경쟁의식은 아이의 기를 죽이고, 그로 인해 친구도 사귈 수 없도록 만든다.
실제로 방과 후 학원과외로 내몰리는 아이의 경우, 정작 교과 수업 시간에는 딴 짓을 하거나 문제 해결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아이가 단순한 문제풀이나 학원 강의식 수업에 익숙하다 보니 주관적 서술이나 논술 형태의 창의적인 학습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그저 부담으로 느끼는 시험, 그 답답한 인식을 덜어주고 바꿔주었으면 한다.
이제는 교육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시험의 의미를 바로잡는 지혜를 모을 때다. 시험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시험은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이나 교재연구의 방향을 재고하는 반성자료이며, 아이들의 학업성취정도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모자라는 부분을 찾아내 학습결손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다.
단지 높은 점수만을, 상위의 등수만을 고집하는 강압적인 학습에 길들여진 아이한테는 자발적이거나 창의적인 학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면 장차 커서도 바로잡기 어렵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질리거나 점수에 주눅 들게 하기보다는 아이의 인성을 계발하고, 온화한 성격을 도야하고, 창의적인 학습태도와 원만한 교우관계 등을 지켜보고 도와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시험 그 자체로 졸아드는 목적에만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들여다보아야겠다. 학교에서도 결과를 우선시 하는 학습에서 벗어나 과정을 중요시하는 평가방법 개선이 필요하다. 말하기를 통한 자기 표현력을 신장시키고, 관찰이나 실험보고서, 체험 학습 등을 통한 수행평가로 다양한 형태의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아이들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열린 사고의 평가가 절실하다.
학업 성취도는 강압적인 학습의 결과나 단편적인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내 아이가 몇 등이냐는 식으로 시험 결과에 따라 대접하는 상벌체계로는 분출하는 아이의 의욕을 깡그리 죽이는 아둔함을 되풀이 할 뿐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형태의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아이들을 보다 다면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단순한 시험 결과에만 따져 갑론을박할 게 아니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학습능력계발이 먼저다.
단언컨대, 시험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없다!
ㅣ박종국참살이글2017-15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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