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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좋은 책은 평생친구가 된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4. 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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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좋은 책은 평생친구가 된다

 

박 종 국(작가, 에세이칼럼니스트) 

 
   요즘 겉멋에 사는 사람이 많다. 까닭 없이 유행에 따르고, 쉽게 들뜬다. 시도때도 없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마음을 빼앗긴다. 책보다 컴퓨터 텔레비전이 먼저다. 틈만나면 억지로 웃기려 악쓰는 코미디, 인기에 편승한 가수들의 부드럽지 못한 노래에 더 끌린다. 이러니 차분히 책을 읽는 모습을 만나기 어렵다. 어른아이 다를 바 없다. 한데도 우리 삶은 늘 바쁘다. 여유를 갖고 일상을 지켜보지 못한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하루를 굶으면 견딜 수 없듯이 하루 동안 책 읽지 않으면 마음이 고파서 견딜 수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 밥 먹듯이 책을 읽는다. 그래도 쉬 밥 굶듯 책을 굶을까? 유럽 사람은 불과 오 분만 자투리 시간이 생겨도 책을 꺼내 읽는다고 한다.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하면서 정작 부모는 책을 읽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이 세상의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들딸이 책 읽기를 꺼리도록 내버려둘까.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 때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책 읽으라고 닦달했었다. 그런데 그토록 권장했던 책읽기가 아직도 자식들의 귓가에만 맴돈다는 사실은 참으로 이상하다. 단지 공부하지 않는다고 야단치는 볼썽사나운 부모를 통해서는 책이 읽혀지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춰 살자면 독서를 통하여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먼저, 어른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고, 책을 읽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어야 한다. 어떤 일에 어른은 자기 관점으로 걸러서 받아들이지만, 어린이는 그 내용, 그 생각, 그 빛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바짝 마른 스펀지다.


   율곡은 '무릇 독서를 하되 반드시 한 권의 책을 숙독하여서 그 뜻을 모두 알도록 통달하여 의심 없게 된 다음에야 다른 책을 다시 읽어라'고 했고, 안중근 의사는 식민지의 원흉을 물리치고 차디찬 감옥에서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 읽는 작업은 과거의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모두 책읽기를 권장하는 소중한 일침이다.

 
   책 읽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서는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아야 한다. 먼저,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줄 때 쉽게 책을 읽는다. 또한 아이가 책을 붙잡고 끝까지 읽는 인내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인내력이 없으면 단박에 책읽기가 따분해지고 싫증난다.

 
   그런데 요즘 부모는 자식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니, 사랑이 철철 넘친다. 책 읽는 모습만 빼고 그렇다. 아이는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혼자서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시간만 되면 엄마가 어김없이 깨워 주고, 입혀 주고, 먹여 준다. 게다가 숙제까지 거들어 주고, 준비물까지 챙겨 준다. 그렇지만 자식이 책을 읽는 데는 그다지 관심 없다. 그러니 요즘 아이는 따로 고생을 경험할 기회가 없고, 애써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집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다고 모든 책을 소리 내어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가족이 각자의 방에서 나는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마음 편안할까. 더욱이 부모는 자녀가 자기 방에서 무얼 하는지 귀 기울여 가며 궁금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요즘 아이들은 책을 읽어도 눈으로만 읽을 뿐, 입으로는 읽으려 하지 않고 컴퓨터 게임과 채팅에 빠져 산다. 텔레비전에 밀착하고, 책 읽으라는 다그침이 대문 밖에까지 들린다. 집안의 평화가 깡그리 무너진다.

 
   발붙이고 사는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정보화 시대는 '대화의 시대'다. 그 만큼 대화가 중요시된다. 대화는 자기의 생각을 잘 표현해서 남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한 방법이다. 따라서 진정한 대화는 자기의 고집만 내세우기보다 의견을 나누면서 자기의 뜻을 또렷하게 밝혀야 한다. 더불어 남의 의견도 존중하며, 좋은 의견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 바탕이 책 읽기다. 그렇기에 똘똘한 아이, 대화가 풍부한 아이,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을 뚜렷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독서가 먼저다.


   사람의 됨됨이는 어렸을 때 갖추어진다. 품성은 평소 부모의 생활 자세나 교사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성장기 아이가 어떠한 책을 대하였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아이들은 좋고 나쁜 책을 쉽사리 구분하는 능력이 없다. 그렇기에 책을 고르는데 그 내용이나 형식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어떤 책을 고를까. 머뭇거릴 까닭이 없다. 부모와 선생님, 어른들이 먼저 읽고 권하면 다 좋다. 하지만 지금의 형편은 어떤가. 책읽기라면 무턱대고 위인전기를 많이 권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나 소설보다 재미가 없거나 딱딱해서 책을 멀리하는 큰 이유가 된다. 하물며 위인전기에서 흔히 보게 되는 왕이나 장군들이 높은 권위로 자리에 앉는 모습이 답답해진다. 또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는 학자나 발명가, 예술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실천한 사람은 드물다. 단지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다. 그 사람의 공덕을 칭찬하여 기리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이 많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주역이 될 다음 사회는 남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남을 위해 봉사하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인물이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아이가 올바른 책을 선택하는데 자신의 삶을 값지게 하는 체험을 보여 주어야 한다. 우리 주변의 훌륭한 인물들의 얘기를 통해서 올곧은 마음을 키우고, 힘찬 용기를 주는 책의 선택이 중요하다.

 
   책을 고르는 데는 어떤 틀이 없다. 먼저 아이들의 연령이나 학년, 성격 등을 생각하고, 독서 욕구나 독서 능력에 대한 개인적 수준을 고려하여야 자신에게 알맞고 유익한 책을 고른다. 우선 책의 형식면에서 좋게 소개된 책을 고르고, 지은이가 분명하고, 훌륭한 분들의 책을 선택하는 게 좋다. 출판사도 그 방면에서 인정을 받는 쪽으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책의 발행 연도가 최근이면 좋은 책이다. 문장의 경우에도 알기 쉽고 내용과 분량이 적당해야 한다. 내용면에서 그 책이 삶을 가치와 보람을 느끼게 해야 하고, 마음을 밝고 명랑하게 이끌어 주며, 올바른 생활 태도를 길러 주는가를 차분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나 과학적 지식을 쌓음에 도움이 되는지, 도덕이나 예술·종교적 교양을 높임에 도움이 되는지 가려보아야 한다.


   무섭고, 비참하고, 잔인하거나 나약하고, 안일한 감상적 이야기의 책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옳지 못한 방법으로 승리를 한다거나, 약자가 강자를 무조건 골탕 먹임으로써 승리한다는 내용도 좋지 않다. 책의 내용은 정당해야 하고, 이치에 맞아야 한다. 아이들의 경우 감상력은 뛰어나지만, 비판정신은 덜 성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을 선택하면 끝까지 읽겠다는 꾸준한 인내력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베이컨은 '어떤 책은 맛을 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소수의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올바른 독서는 책 읽는 좋은 행동과 인내력을 가진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책 고르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좋은 책이란 '양서'를 말한다. 그러나 모든 책이 다 양서가 아니다. 책 중에는 표지가 요란하거나 호화롭게 만들고, 눈을 끌기 위해 욕심을 앞세운 책도 많다. 뿐만 아니라 싸게 파는 책, 날림으로 만든 책, 남의 출판사 책을 베낀 불량책도 버젓이 팔린다. 또 잘 팔리는 책, 우습고 아슬아슬한 재미에 치우친 흥미 위주의 명랑 소설이나 공포 괴기소설 등 단순히 읽기 쉽다거나 재미로 선택하는 책도 흔하다. 그러나 이러한 책읽기는 위험하다. 가능한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키워주는 좋은 책을 골라 읽어야 한다.


    공자는 주역의 가죽 표지가 닳아서 세 번이나 그 표지를 갈아붙이면서까지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일단 한번 읽은 책도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 게 중요하다는 예이다. 책은 늘 내가 입고 다니는 옷처럼 편안하게 읽어야 한다. 책은 읽고 싶을 때 읽어야 그 진맛을 안다. 영국의 작가 골드 스미스는 좋은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새 친구를 얻은 듯 기분이 좋고, 전에 잘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옛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이처럼 한 권의 좋은 책은 평생 친구가 된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년 19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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