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칭찬 받는 아이들은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5. 8. 11:10

본문

728x90

칭찬 받는 아이들은


박 종 국


아이들을 만난 지 두어달 지났다. 6학년 담임 맡기가 벅차다고 한다. 하지만 난 자진해서 원했고, 만족하고, 즐겁다. 때문에 부임해 가는 학교마다 6학년 담임을 고집한다. 올해도 그랬다. 얼핏 나잇살 대접해서 저학년 아이담임을 권한다. 수업시수는 물론, 아이들 생활지도가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은 까닭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나는 저학년 아이들 보다 고학년과 어울리는 편이 낫다.

 

교단에 선 지 어언 34년. 첫 발령 때 6학년을 맡아 올해로 6학년 담임만 30년째다. 숫제 6학년 담임편식이다. 그 동안 내 반을 거쳐 간 제자들과 무시로 만난다. 불혹의 제자로부터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제자까지 그때 그 시절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 역시 제자들 면면에 대한 얘기로 봇물이 터진다. 우리의 대화는 좋은 일 궂은일 가리지 않는다.

 

한데 요즘 아이들은 몸집만큼이나 제 생각이 강해서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과 아직도 아날로그 세대인 나와의 거리감은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대면 나는 쩔쩔 맨다. 하물며 한류를 대표하는 걸 그룹이나 아이돌 노래는 단 한 곡도 끝까지 흥얼대는 게 없다. 그런데도 나는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비결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눈높이다. 나는 만년 열세살 철부지다.

 

아이들과 나는 사십년 남짓한 나이차이다. 강산이 몇 번 변하고 남을 시간이다. 근데도 나는 누가 봐도 아이답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친구들까지 박 선생은 천상 ‘초딩’이라고 할까. 감사한 표현이다. 나는 ‘답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상인이 상인답고, 예술가가 예술가다우면 근사해 보인다. 선생한테 선생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후배 선생에게 좋은 향기 나는 선생님 되라고 부추긴다.

 

요즘 아이들, 아무리 영악하다해도 내 반 아이들을 보면 순진하기 그지없다. 항간에 학교폭력이니, 집단따돌림이니 하면서 무지막지하게 보도하지만 그것은 기우다. 나와 한울타리로 생활하는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세상이 날로 바쁘니까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겨를이 없다. 해서 조그만 일도 긁어 부스럼딱지를 만든다.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은 참으로 위험하다. 그런 사람한테서는 좋은 발상을 기대할 수 없다. 적어도 한번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러면 그들이 어떤 일에 마음 아파하고, 무엇 때문에 분개하는 지 안다. 스트레스는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때론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다수에 의해 문제아로 지목받은 아이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소 아이들은 칭찬보다 다그침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이 또한 아이들에게는 참아내기 힘든 일이다. 언뜻 보아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격려 받는 아이들은 눈빛이 다르다. 아이들은 제 하고픈 게 많다. 그런데도 부모가 이것해라 저 것 하라 꼬집는 닦달은 그만큼 아이의 기를 꺾는다. 그런 아이들은 매사 적극성이 부족하고 눈치만 본다. 무엇하나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게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의 대리만족 대상이 아니라면 그러한 생각들을 떨쳐내야 한다.

 

하여 나는 아이들의 감성에 호소한다.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우선 말문이 트이고, 어떤 일을 하든 선뜻 다가든다. 마음의 벽을 허문다는 게 쉽지 않다. 한데도 아이들이 바라는 바를 세심하게 읽으면 또 다른 소통의 자리가 만들어진다. 두어달 만에 반 아이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선생과 제자로서의 관계보다는 동네 아저씨 같이 스스럼없이 지낸다. 그게 나의 교직관이요 비법이다.

 

월요일 내 반 아이들이 어떤 얼굴로 다가설까. 궁금해진다. 아이들은 자고나면 또 새 얼굴이니까.

 

|박종국참살이글2017-251편

'박종국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겨둠의 미학  (0) 2017.05.08
아이를 크게 키우는 비결  (0) 2017.05.08
세상은 꽃밭이다  (0) 2017.05.08
내가 싫은 일 남도 싫다  (0) 2017.05.08
아이들 잘 놀아야 잘 큰다  (0) 2017.05.0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