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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둠의 미학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5. 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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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둠의 미학

 

박 종 국

 

자비의 자살사건을 아십니까?

십여년 전 미국에서 벌어졌던 일 입니다.

 

알츠하이머 병과 관절염을 앓던 70대 노부부가 수십억 원의 재산을 자선 사업에 사용토록 하기 위해, 자신들의 질병을 버려둔 채 동반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곧 살신성인의 표본이기도 했습니다.

 

노부부는 미네소타 주 미니에폴리스에 사는 리처드 브라운 씨와 부인 헬렌 여사로, 두 사람은 차고에 주차한 캐딜락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의 자살 사실은 두 사람이 죽기 전 친구들에게 보낸 유서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고, 그들이 남긴 유산은1천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80억원이 넘는 거액이었습니다

 

노부부는 그 유서에서 이렇게 그들의 마음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최고의 의사와 훌륭한 병원, 24시간 돌봐 주는 가정 간호의 혜택을 받을만큼 재산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런 여생을 원치 않았으며, 질병 치료에 집착하면 재산의 대부분을 써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염려했습니다. 우리가 남긴 재산이 전 세계 젊은이와 어린아이를 돕는데 쓰여지길 바라며, 그러면 그들도 언젠가는 많은 사람을 도울 겁니다."

 

파스칼은 무엇이든지 풍부하다고 반드시 좋은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더 바랄 게 없이 풍족하다 해서 그만큼 기쁨이 크지 않습니다. 모자라는 듯한 여백, 그 여백이야말로 큰 기쁨의 샘입니다. 무엇이든지 남겨 둠은 넉넉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넉넉함은 또 아끼고 간수한다는 걸 내포합니다. 남겨둠의 미학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하나의 정서입니다.

 

노부부는 자신들이 죽음으로써 오히려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심었습니다. 그래서 남겨둠의 미학은 아름답습니다. 신선하고, 거룩하기까지 합니다. 그것은 죽어서도 사는 길이며, 거듭 태어나는 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박종국참세상톺아보기2017-25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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