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박 종 국
사우(가명)는 내가 담임 맡았던 반 아이였다. 평소 그의 언행은 다소 어눌하고, 소극적이었다.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다. 곧잘 답답해하고 급박했다. 수업 중에도 막무가내로 고함쳤다. 때론 자폐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충분하게 다독여주지만 엇나가는 사우의 행동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러한 행동으로 또래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그리고 여러 학습활동에서 늘 뒤미쳤다. 그런 까닭에 쉽게 놀림 받고, 두려워하며, 정서적 불안상태를 겪었다. 사우의 잘못된 행동양태가 한둘 아니었다. 자기에 집착이 강했다. 오직 일에만 빠져 지냈다.
사우는 친구들과 노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시선처리가 안 됐다. 무슨 일이든 한 곳을 꾸준하게 응시하는 데 불편했다. 단편적인 모습으로 문제양태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사우가 마음을 주지 않거나 닫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사우는 자신을 통제하는데 어려웠다. 이는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엄청 큰소리로 소리치거나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게다가 현재 처한 상황에 동떨어진 말을 하곤 했다. 종종 자제력을 잃을 때가 많았다. 특히, 처음 가 본 장소나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 처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면서 막무가내로 고함을 쳤다.
애착행위도 별로 없었다.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신체적 접촉을 싫어했다. 무엇보다 친구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언어지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말하는 속도와 리듬, 강도가 비정상적이었다. 앵무새처럼 자기 말을 따라하는 반향어가 심했다. 그래서 부족한 언어표현력을 행동으로 취하여 원하는 바를 얻거나 요구하는 때가 빈발했다.
더욱이 힘드는 일은 사우의 이상행동의 되풀이였다. 발가락 끝으로 걷거나, 몸을 주기적으로 흔들었다.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된다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이나 생활 변화를 거부하고 똑같은 일에 집착했다. 자기 몸을 할퀴거나, 머리카락을 뽑는 등의 자해적인 양상도 되풀이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자폐성향을 가졌다면 어떻게 대처하는가. 내 아이는 그럴 리 없다고 두둔하는가. 아니면 자폐성향을 알아서 아이와 대처하는 방법을 의논하는가. 부모와 교사는 당연히 후자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게 바람직한 처방이다. 자폐성향을 해결하려면 부모나 식구들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 양육방식을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나치게 보호해 주고, 이기적으로 키우지 않았는지. 자기중심적이고 의존적으로 키우지 않았는지. 이것 하라 저것 하라며 닦달하지 않았는지. 공부하라고만 몰아세우지 않았는지. 아이의 의견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았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학설은 자폐는 양육방식이 원인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자폐아 특징을 밝히기 위해서는 발생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후천적 양육방식은 자폐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런 낭설이 부모에게 주는 죄의식과 심적 부담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보호자들이 스트레스나 죄의식으로 인해 새로운 질병을 얻게 된다. 양육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상황은 학대와 같은 상황을 근거로만 진단을 하게 한다.
덧붙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만 3세, 즉 생후 36개월 이전에 위에서 언급한 증상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위의 문제에 해당된다면 보호시설이 아닌 병원에서 해당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진단을 내리고 필요시 치료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사회성의 결여다. 그러므로, 일반아이들과의 통합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사우도 마찬가지였다.
보호자의 역할은 증상의 조기발견이다. 조기에 발견되고 의학적인 지도가 병행된다면, 많은 향상을 얻는다. 그리고 가정에서 해야 할 역할과 의료기관에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잘 구분하여, 부모의 스트레스를 관리도 필요하다.
자폐문제는 자칫 부모가 모르게 가정 밖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그냥 지나치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라면 스스로 자학하게 되고, 심하면 좌절감이나 비애감을 가진다.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어린 아이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행동이 느려서, 능력이 뒤떨어져서, 몸의 일부가 다른 사람과 달라서, 자신의 행위가 민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그것만으로도 두려움을 갖게 되고, 수치심을 느끼고,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된다.
아이들의 삶의 영역은 그리 넓지 않다. 자기 눈높이 따라 행동한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래서 자폐 성향을 가진 아이는 자기와 다름을 인정하도록 배려해 주어야 하고, 자기 힘으로 자제하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어야한다. 내 아이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이가 원하는 바를 다 해 주는 친절은 아이의 삶을 더욱 망가뜨린다. 그것은 부모가 아이를 망치는 행위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따뜻이ㅍ도와주어야 하는데, 되러 약점을 꼬집어 놀리거나 업신여기며, 깔보는 나쁜 마음이 많다.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문명이기의 사용으로,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적 육체적인 장애를 입을 상황에 쉽게 노출되었다.
그런데도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이 팽배하다. 나보다 약한 자를 짓밟거나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비열해진다. 이렇듯 아이들의 나쁜 행동은 모두 어른의 탓이다. 아이는 어른들의 언행을 보고 따라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비하하거나 배척하면 아이들은 곧바로 그것을 모방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보통 사람과 같이 생활할 권리와 자격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어야한다. 더불어 살아가도록 도와주고, 약한 친구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마음을 부추겨야 한다. 당당한 태도를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대체 어떤 사람이 장애인인가. 마음을 바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장애인이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39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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