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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을까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9. 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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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을까

 

박 종 국

 

어떤 책을 읽을까. 머뭇거릴 까닭이 없다. 어른들이 읽고 권장하는 책이면 다 좋다. 하지만 지금 책 읽는 형편은 어떤가. 책읽기라면 무턱대고 위인전기를 많이 권한다. 이러한 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나 소설보다 재미가 없거나 딱딱해서 책을 멀리하는 이유가 된다.

 

하물며 위인전기에서 흔히 보게 되는 왕이나 장군들이 높은 권위로 자리에 앉는 모습이 답답해진다. 또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는 학자나 발명가, 예술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실천한 사람은 드물다. 단지 그 사람의 공덕을 칭찬하여 기리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이 많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이 주역이 될 다음 세대는 남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남을 위해 봉사하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인물이 더 높이 평가받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는 데는 장차 자신의 삶을 값지게 하는 체험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해서 우리 주변의 훌륭한 인물들의 얘기를 통해서 올곧은 마음을 키워주고, 당찬 용기를 주는 책을 골라주는 게 중요하다.

 

책을 고르는 데는 어떤 틀에다 맞춘 방법이 없다. 먼저, 아이들의 연령이나 학년, 성격 등을 생각하고, 독서 욕구나 독서 능력에 대한 개인적 수준을 고려하여 알맞고 책을 고르면 된다. 책의 형식면에서 잘 소개된 책, 지은이가 분명하고, 훌륭한 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선택하는 게 좋다. 출판사도 그 방면에서 인정을 받는 쪽이 바람직하다. 책의 발행 연도가 최근의 책이어야 한다.

 

문장도 알기 쉽고 내용과 분량이 적당해야 한다. 내용도 그 책이 삶을 가치가 분명하고, 올바른 생활 태도를 길러 주는가를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나 과학적 지식을 쌓음에 도움이 되는지, 도덕이나 예술·종교적 교양을 높임에 도움이 되는지 가려보아야 한다.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무섭고 비참하고, 잔인하거나 나약하고, 안일한 감상적 이야기의 책들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옳지 못한 방법으로 승리를 한다거나, 약자가 강자를 무조건 골탕 먹임으로써 승리한다는 내용도 좋지 않다. 책의 내용은 정당해야 하고, 이치에 맞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 아이들의 경우 감상력은 뛰어나지만 비판정신은 덜 성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을 선택하면 끝까지 읽겠다는 꾸준한 인내력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베이컨은 '어떤 책은 맛을 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소수의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독서 방법은 여러 가지다. 먼저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음독音讀)과 소리 없이 읽는 방법(묵독默讀)이다. 책은 소리 내어 읽는 게 좋다. 동화나 동시를 낭독하면 발음의 정확성이나 표현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도서실이나 교실에서는 남을 생각하여 반드시 소리 없이 읽어야 한다.

 

다음으로, 빨리 읽기(속독速讀)와 천천히 읽기(지독持讀)인데, 그림 이야기나 오락 도서는 빨리 읽어도 좋다. 빨리 읽으려면 머리는 움직이지 말고 눈동자만 움직이는 훈련을 계속하면 쉽게 익숙해진다. 그러나 책에 대한 이해력 없이 무조건 빨리 읽으려고 덤비면 책 속의 깊은 뜻을 음미할 수 없기 때문에 천천히 생각하며 읽는 게 좋다. 특히 중요한 대목은 골똘히 생각하며 읽고 그 내용을 노트에 기록한다. 책을 빨리 읽어도 좋지만, 그래도 너무 빨리 읽으면 마치 음악테이프를 빨리 돌리는 경우와 같이 아름다운 음악이 무슨 음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경우와 같다.

 

또한 책을 읽는 방법에는, 전체적으로 읽는 방법(통독通讀)과 부분적으로 읽는 방법(적독摘讀)이다. 통독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차근차근 빠짐없이 읽어 가며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기억하는 방법이고, 적독은 꼭 필요한 부분만 가려 읽는 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자세로 권장할 만하다. 적독은 '조사용 독서'로서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 ·식물도감이나 참고서 등에서 읽고 싶은 부분만 찾아 볼 때 필요하다.

 

그리고 깊이 읽기(정독精讀)와 마구 읽기(남독濫讀)인데, 정독은 여러 모로 살피어 세밀하게 읽는 방법이고, 남독은 순서도, 방법도, 체계도 없이 내용을 음미하거나 검토하지 않고 마구 읽는 독서법이다. 흔히 오락 잡지나 만화를 읽을 때 마구 읽는 현상이 나타난다.

 

더불어 권장해야 할 독서 방법으로 많이 읽기(다독多讀)와 가끔 읽기(과독過讀). 글짓기 실력을 높이려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지어 보라고 권한다. 여러 종류의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생각하는 사람이 되게 한다. 다독은 바로 독서의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과독은 너무 적게 먹어서 영양실조에 걸리듯이 문화실조에 걸리게 된다.

 

그밖에도 고루 읽기(균독均讀)와 치우쳐 읽기(편독遍讀), 다시 읽는 방법(재독再讀)인데, 고루 읽기는 폭 넓은 지식과 교양을 쌓게 하고 응용력과 적응력을 길러 준다. 한 갈래만 치우쳐 읽어 가는 아이는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며, 자기주장만 내세우게 된다. 어른들도 흑백논리에 사로잡혀 남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이 없고 외톨박이가 되며, 성격이 빗나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폭 넓은 독서를 하는 게 좋다. 공자는 주역의 가죽 표지가 닳아서 세 번이나 그 표지를 갈아붙이면서까지 반복해서 읽었다고 전해진다.

 

대체적으로 초등학교 때는 남독을 하다가 중학교 때는 다독을 하게 되며, 고등학교 때는 정독을 하게 되는 경향이다. 하지만 어느 방법을 선택한다고 해서 그 방법이 옳은 거라 고집할 수 없다. 스스로 알맞은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그렇지만 늘 내가 입고 다니는 옷처럼 편안한 방법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편안한 마음으로 읽고 싶을 때 좋은 책을 가려 읽어야 그 진 맛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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