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정리가 잘 안 된다
어영부영 지나쳤던 시간들, 달랑 한 장 남겨진 달력을 보니 참 빠르게 지나쳤다. 한 해가 유난히 짧았다. 새해 해맞이를 하면서 작정했던 일들, 꼽아보니 별스럽게 이뤄낸 결과치도 빠듯하다. 어쩌면 산다는 게 이처럼 바튼 일에 질질 끌려가는 게 아닐까.
올해로 교단에 선 지 어언 34년째, 그 중 6학년 담임만 꼬박 30년을 도맡았다. 실로 나만의 진득한 역사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까탈 부릴 게재가 아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나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한다는 자존감 하나로 만족한다. 한데도 아직은 열세 살 꼬맹이들과 더 어우러지고 싶다.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이 좋다.
다들 지내놓고 보면 그때가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순간순간의 선택으로 빚어지는 하루, 스쳐 지나고 나면 애틋해지는 거다. 그래서 누군 곁에 머물 때 잘하라고 했다. 정녕 그렇다. 사람 만나는 일은 쉬워도 별리는 애린을 끊어낸다.
이제 졸업까지 달포의 시간도 남겨두지 않은 녀석들과 나, 아직도 티격태격 실랑이를 멈추지 않는다. 날마다 된소리를 해대는 담임이 좋게 보이지는 않다는 투다. 그도 그럴 게 잔소리가 자장가로 들리지 않는 한 듣고픈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나의 학급 경영은 권위적이거나 민주적이라기보다 방목이다.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않고, 어떤 표준안을 제시해서 일관하지도 않는다. 다만 각자의 심도와 심방에 맞게 제 할 일을 챙겨서 하자는 자율이다. 한데 매번 실패를 실토하거니와 지난 삼십년을 발발댔지만, 아직도 놓여나는 교육은 요원하다.
우선,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방기한다. 내일하면 되겠지, 설마 어떤 일이 생기겠냐는 안이함이 섣부른 꼬치를 만들었다. 고삐를 쥐어 잡고 물을 먹이면 먹는 시늉이라고 하겠지만, 좋게 말로 하거나, 감정에 호소해서는 요즘 아이들에게 씨알도 안 먹힌다. 대충 눈대중으로 땜질할 뿐 진득한 데가 없다.
특히 우리 반은 청소를 비롯한 역할 분담을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교실 청소는 물론, 우유급식 등은 그때그때 자발적인 봉사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데 그게 잘 안 된다. 빤한 일인데도 누구 하겠지 하는 미적거림이 결국 커다란 방치로 이어져 그야말로 교실은 연일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선뜻 빗자루를 드는 아이가 드물다.
이런 일을 다그치면 아이들은 그런다. 번호대로 역할분담을 정해달라고, 그게 민주적인 학급운영이란다. 나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생각이다. 그래도 나는 심지를 달리 켜지 않았다. 12월까지도 교실청소는 물론, 우유급식까지 자율과 헌신에 호소한다. 다소 어렵고 불편해도 그 방법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발적인 참여다. 녀석들 모두 5학년 때까지만 해도 학급담임으로부터 청서 잘한다고 깍듯이 칭찬 받았을 텐데. 6학년 한 해는 칭찬은 고사하고 아직까지 빗자루 한번 들어보지 않은 녀석이 수두룩할 게다. 방목이 방종으로 치달아 방치가 되고 말았다.
오늘도 아이들을 보내놓고 혼자 교실 두루 빗질을 했다. 5,6교시 플립 북을 만든 뒤라 잘라놓은 종잇조각이 곳곳에 수두룩했다. 누구 하나 치우지 않은 교실, 케케묵은 때까지 너절했다. 내일은 누구하나 나서서 빗질하려나? 얼마나 더 눅진하게 가다려야 하나?
_박종국또바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