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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삶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3. 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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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삶

 

그제까지도 꽃샘추위로 달달 떨었다. 그런데 오늘은 숫제 초여름 날씨다. 그 덕분에 교정 볕 바른 양지 뜸에 벚꽃과 산수유, 목련이 시새워 폈다. 이미 봄의 전령 홍매화 청매화 백매화 겹매화 줄줄이 피었다. 머잖아 개나리 진달래만 봇물 터지면 그야말로 봄의 완상이다. 세월 참 빠르다.

 

올 봄맞이는 나이 듦에 대해 더욱 애틋해진다. 지천명, 그 중년의 삶은 무엇을 의미할까. 무엇보다 중년은 새로운 일보다는 오래된 걸 좋아한다. 반짝이는 아름다움보다는 은근한 매력에 끌리고, 화려한 자태보다는 오래 남을 푸근함을 꿈꾼다. 참을 줄도 알고, 숨길 줄도 알며, 모든 걸 은근히 숨겨줄 줄도 아는 성김을 가진 나이다. 화가 나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보다는 조용한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으로 화를 달래는 나이다. 친구가 그리워지는 나이다.

 

지천명에 서보니 모든 게 내 안에서 불거졌던 일이라 남을 탓할 일이 없어진다. 갓 스무 살에 불같이 타올랐던 사랑을 생각하면 더없이 아름답다. 치열하게 살았던 서른 마흔 나이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빠졌다고 해도 누굴 잡고 원망하겠는가. 다 내가 만들었던 삶의 흔적이다.

 

현명한 사람은 늘 깨우치려고 노력하고, 훌륭한 정치가는 떠나야 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떠난다. 겸손한 사람은 개구리 되어서도 올챙이 적 시절을 잊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러한 바탕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어쨌거나 중년의 삶을 든든하게 산 사람은 자기한테 주어진 몫에 대하여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다. 타오르는 욕망을 스스로 자제하며,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하여 감사할 줄 안다. 때문에 중년에 이르면 자기 주변을 훑어볼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한다. 가진 게이 많지 않아도 적시적소에 돈을 쓸 줄 알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야한다.

 

중년은 많은 색깔을 가진 나이다. 눈물이 많은 나이며, 새로운 꿈을 꾸는 나이다. 중년은 진정한 사랑을 가꾸어갈 줄 알고, 아름답게 포기를 할 줄도 아는 나이다. 중년은 자기주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그래서 중년은 앞섬보다 한발 뒤에서 챙겨가는 나이다. 그러나 중년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하루에 하나씩 즐거운 일거리를 만들어가며 지혜롭게 살아야 할 나이다.

 

중년은 시대에 뒤떨어져 살아서는 안 된다. 젊은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려 지내야할 나이다. 성질을 느긋하게 가지고 여유를 보일 때다. 그뿐만이 아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아서 품격을 갖춘 중년이 되어야 한다. 중년은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대우를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난한 삶을 반추하며 다시 오늘에 섰다. 지금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세상이다. 정보통신의 위력은 중년인 나를 옴짝달싹도 못하게 자꾸만 내달아간다. 근데 어쩌랴. 요즘 버스를 타면 경로석이 먼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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