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면
요즘 아이들 참을성이 부족하다.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러한 생각이 든다. 노는데도 진득한 데가 없다. 끈기가 없다. 책 읽는데도 마찬가지다.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는 아이가 드물다. 하는 일마다 쉽게 싫증을 느끼고, 이것저것 다가들었다가도 쉬 물러선다.
더러 인내심을 길러보겠다고 수련회나 캠프활동에 아이를 보낸다. 그렇지만, 불과 며칠 만에 아이들의 행동은 재바르지 못하다. 수박 겉핥기로 행해지는 과정들이 아이들을 힘들게 할 뿐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다가서야한다. 많이 챙겨준다고 좋을 게 없다. 따뜻이 감싸준다고 해서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아이는 아이의 눈높이로 바라보아야한다.
내 반 아이는 스물세명이다. 믿음직하고 예쁘다. 교실에 매여지내기보다 팡팡 뛰놀기를 좋아하고, 교과서에 눈도장 찍기보다는 공차기를 더 좋아한다. 살아서 펄펄 나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재미없는 공부타령만하고, 앉아서 책을 읽으라고 다그치는 건 여간한 고역이 아니다.
아이들 불만이 많다. 학교에서도 그렇겠지만 집에 가면 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고 한다. 학원과외로, 학습지에 붙잡히는 시간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아이는 어른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른의 관점에서 생활하기만 고집한다.
아이들의 볼멘소리를 듣자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대부분 부모로부터 간섭을 덜 받았으면 하는 이야기들이다. 텔레비전도 실컷 보고, 인터넷을 맘껏 해 보고, 오락도 실컷 하고, 만화도 양껏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무조건 공부하라고만, 학원가라고만 닦달한단다.
이점에서 나 역시 섭섭한 게 한둘 아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부모는 학교 공부로만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학원과외로 보충해야만 만족한 공부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교육이 불신의 나락에 빠진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소신껏 아이들을 가르치는데도 내 반의 경우도 거의 대부분 아이들이 학원공부를 필수적으로 다닌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세상일 길게 보아야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하루살이 풀 나비처럼 단순하게 한 계절만 비적 대다가 사라질 삶이 아닌 다음에야 아이의 먼 장래를 내다보는 여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그게 부모로서 마땅한 도리다.
당장에 점수 좀 더 받았다고 해서, 더 나은 내신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장차 아이의 삶이 장밋빛으로 아름다워지는 게 아니다. 진정으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고, 아이가 바라는 걸 해 보는 삶 속으로 내달아 가도록 배려해 주어야한다.
아이와 마주 앉아 자주 대화하고,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야한다. 아무리 바쁘고 힘겨울지라도 볼멘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어야겠다. 그것이 참 좋은 부모의 사랑법이다. 공부만이 아이를 좋게 키우는 게 아니다. 답답해하는 아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열어주고, 느긋하게 기다려 줄 줄 알아야 한다. 부모라면.
-박종국또바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