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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날 눈 내린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3. 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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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날 눈 내린다

 

춘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사실은 낮의 길이가 조금 길다).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고, 춥지도 덥지도 않으며, 봄을 구별한다는 뜻을 가진 절기다. 춘분을 즈음한 음력2월 바람은 때때로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차다. 해서 꽃샘추위라는 말은 춘분의 기후적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그저께부터 바람이 차가웠다. 사뭇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하지만 봄의 따스함을 간직한 절기가 춘분이라는 말이 민망하게도 부지런하게 눈이 펑펑 내린다. 제대로 꽃을 눈 흘김 할 모양이다.

 

춘분은 봄이 시작하는 날이다. 그런데 춘분에 비나 눈이 많이 내리면 그 한 해가 좋지 못하다고 한다. 예전 조상들이 농사를 지을 때 새싹이 올라올 즈음,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어린 새싹들이 죽어 농사가 망하기 때문에 그런 설이 생겼다.

 

춘분 무렵에 이르면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에 분주해지게 마련이다. 먼저 겨우내 얼부풀기를 되풀이하며, 연약해진 논밭 둑에 말뚝을 박거나, 개축을 비롯해 보수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그런가 하면 농경지의 애벌갈이인 초경(初耕)’을 제대로 해야 한 해 동안 무탈하고 풍족하다 믿어 정성을 다해 그 일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른 초봄에 뿌려야 할 화초의 씨앗을 이 시기에 파종하기도 했으며, 후일 파종하기 위해 밭을 갈아두거나, 한식 즈음에 옮겨 심을 나무의 이식 채비를 했다. 또 절간에서는 춘분을 전후해서 이레 동안을 봄의 피안혹은 피안의 시기라고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치부하기도 했다.

 

옛날 중국에서는 춘분의 보름 동안을 셋으로 구분하여, 첫 번째인 초후에는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두 번째인 중후에는 우레 소리가 들려오며, 세 번째인 말후에는 그 해에 처음으로 번개가 친다고 했다.

 

봄이라고 해도 음력 2월인 춘분 무렵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무척 매섭다. 이런 까닭에 우리 속담에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거나,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고 했다. 이 는 2월의 바람이 무척 혹독함을 함축한 말이다. 이런 매몰찬 바람은 바람의 신인 풍신(風神)꽃을 피우지 못하게 하려는 시샘때문으로 생각해 꽃샘이라고 불렀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또한 이 처럼 꽃샘바람이 심한 경우는 어부들은 출어를 금하거나 멀리 가는 배를 바다에 띄우는 자체도 기피했다.

 

민속 측면에서 볼 때 이 날의 날씨를 바탕으로 그 해의 풍흉이나 가뭄 등을 비와 눈으로 점쳤던 내용이 전해진다. 먼저 춘분에 비가 내리면 병자가 드물다 하여 반겼다. 이 날은 어두워 태양이 보이지 않는 게 이롭다고 여겼다. 또 태양이 솟아오를 때 정동(正東) 쪽에 푸른 구름 기운을 띄면 보리농사의 풍년이 들며, 그렇지 않고 청명하여 구름이 없으면 만물의 생육이 시원치 않을 뿐 아니라, 열병이 많이 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날 구름의 기운인 운기(雲氣)’가 청색()이면 충해, 적색()이면 가뭄, 흑색()이면 수해, 황색()이면 풍년이 든다고 점을 치기도 했다. 또한 이 날 부는 바람의 풍향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고 믿었다. 춘분날에 동풍이 불면 보리 풍년이 들어 보리 값이 내리며’,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해지며’, 남풍이 불면 오월 이전에는 물이 풍족하지만, 그 뒤에는 가뭄이 들며’,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하다는 식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춘분이 농경사회에서 겨울철 농한기를 보내고, 느슨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본격적인 농사준비를 위한 시발의 경계선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시기로서 춘분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철학을 배경으로 한 해의 풍흉을 점치거나 예상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가 다분히 내포된 철학을 바탕으로 이름 지은 절기가 아닐까 싶다.

 

근데, 오늘은 하루 종일 눈이 펑펑 내린다. 그렇담 눈 마중이 길조냐? 흉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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