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랑의 찐빵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3. 27. 15:07

본문

728x90






사랑의 찐빵

 

찐빵을 찌는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습니다. 그 뒤로 아이 둘이 찐빵 진열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누나와 남동생은 무슨 이유로 찐빵만 쳐다보고 가는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 자주 그 애들이 가게 앞을 서성이다 갔습니다.

우리 가게는 동네 어귀에서 찐빵과 어묵, 떡볶이, 만두 등을 파는 작은 분식점입니다. 남편과 같이 장사를 하는데,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큰 욕심 내지 않고 아쉬움 없이 살아갑니다.

그 날도 주방에서 음식재료를 다듬는데, 찐빵을 쳐다보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알아봐야겠다 싶어 얼른 손을 씻고 주방을 나서보니 어느새 그 애들은 저만치 멀어져갔습니다. 분명 무슨 사연일까 멀어져가는 아이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 애들은 산동네 골목길을 돌고돌아 낡은 슬레이트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알아보니 부모 없이 할머니랑 사는데, 애들 아빠는 작은애가 태어나자마자 사고로, 엄마도 몇 년 전에 고생고생 하다가 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사연을 듣고 나니 왜 그 애들이 우리가게 앞을 서성이는지 이유를 알았습니다. 한창 클 나이에 배가 고프다 보니 찐빵이 먹고 싶은데, 누나는 그런 동생을 애써 달랬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낮에 본 그 애들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와줄 길이 없을까 의논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도와주자는 얘기와 이후에 그 애들이 오면 찐빵이라도 배불리 먹여 보내자고 남편과 의논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동사무소에 들러 그 애들 딱한 사정을 자세히 알았습니다. 더불어 큰애가 숙희고,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그 애들 엄마 이름도 알았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식탁을 치우는데, 찐빵을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얼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한데 저를 보자 아이들은 황급히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습니다.

저는 그 애들을 불러 세웠습니다.

"얘들아!"

"예?"

"너희 찐빵 사러왔니? 그런데 왜 안 사고 그냥 가니?"

"아니요. 그냥 지나치는 길이었는데요."

자존심 때문인지 돈이 없어 찐빵을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만, 혹시 너 숙희 아니니? 그리고 너희 엄마 이름이 영숙이 아니냐?"

"어. 아줌마가 우리 엄마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내 친구 영숙이 딸 숙희가 맞구나! 세상 정말 좁네. 숙희 너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네"

"엄마 친구 분이라고요?"

"응. 너희 엄마랑 둘도 없는 친구란다. 너 아주 꼬맹일 때 보고 그동안 사정이 생겨 연락이 안 되었는데, 오늘 이렇게 보게 되는구나. 그래. 엄마는 어디 계시니?"

"......"

큰애는 엄마의 안부를 묻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엄마 몇 년 전에 아파서 돌아가셨어요."

엄마란 단어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목소리로 작은 애가 대답을 하더군요.

"뭐라고? 아니 어떡하다가!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어리둥절하며 미적거리는 애들을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 내 친구 영숙이 알지? 우리 힘들 때 많이 도움 받았던 내 친구. 얘들이 영숙이 아이들이래."

"정말? 당신이 그렇게 찾아도 연락이 되지 않더니 어떻게 만났어. 세상 정말 좁네!"

"뭐 해요. 일단 찐빵 따끈하게 데워서 한 접시 빨리 줘요.'

"응. 그래 알았어."

남편이 준비해준 찐빵과 어묵, 튀김 먹으며 그 동안의 사연들을 들어 보았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정부보조금과 이웃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정말 밝고 씩씩하게 자랐다는 생각과 함께 한참 부모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고생하는 애들 모습이 코끝이 시려 왔습니다.

"숙희야. 이제는 이 아줌마가 너희 엄마한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구나. 앞으로 힘든 일은 이 아줌마한테 이야기해.

그러지 말고 오늘부터 이모라 불러. 그리고 내일부터 동생이랑 매일 여기 들려서 밥 먹고 가. 너희 엄마한테 도움 받은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야 나도 너희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겠어.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꼭 들렀다 가야한다. 알았지?"

그날 이후 그 애들은 매일 가게에 들렀다 갑니다.

밥도 먹고, 학교 이야기도 하고, 이제는 나를 스스럼없이 이모라고 부릅니다.

이제는 친 조카 이상으로 그 애들을 사랑합니다.

내가 그 애들에게 주는 작은 도움보다 그 애들로부터 내가 더 큰 기쁨을 얻습니다.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말입니다.

 

- 출처 : 행복닷컴;정리 박종국









'박종국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적을 만드는 일  (0) 2018.03.27
신선한 희망을 주는 대통령은 없는가  (0) 2018.03.27
부부사이  (0) 2018.03.22
우리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0) 2018.03.22
춘분날 눈 내린다  (0) 2018.03.2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