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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의식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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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의식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11332012-01-13 오후 6:09:00


동문의식

박 종 국

어제 고교 총동문회 모임에 참석했다. 올해 총동문회 임원 상견례자리였다. 지난해까지 이태를 동창회 회장을 맡았고, 작년에는 졸업30주년 추진위원장까지 겸해서 바빴다. 이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싶었는데 때를 놓칠세라 총동문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임했다는 연락이 왔다. 딴청을 부릴 수 없는 결정이라 마다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 봐서는 작년 졸업30주년을 성황리 매듭지은 결과라고 본다. 총동창회에서 볼 때 우리 동기들의 결집된 동문의식을 역량을 평가받은 셈이다. 그 추동적인 역할자인 내게 총동문회 새 집행부로 소임을 맡긴 거다. 상견례를 하면서 선후배들의 중후한 역량이 참 미더웠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경남작가회의 사무국장으로 선임되어 있어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 때울 일거리 하나를 더 맡은 셈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고등학교와 군대 이야기를 벗어나기 힘들다. 요즘 내가 만나는 지기를 보면 거의 다 고교 동기다. 물론 초등학교 동기들도 무시로 만나지만 부랄 친구라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새롭다는 느낌은 덜하다. 중학교 때는 전학을 하였던 관계로 두 학교다 관계가 스멀스멀 멀어져 버렸고, 대학교는 모임이 잦지만 졸업이후 단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 이합집산이 모인 대학 동기회는 나와 맞지 않은 너무나 먼 당신 같은 존재다.

하여 나는 고교 총동창회에 애착이 깊다. 3만 여명의 동문들이 하나같이 애교심이 돈독할 뿐만 아니라 동문의식도 강하다. 이로 미루어 보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지역차별보다 동문의식이 더한 것 같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동기나 동문을 만나면 어느 누구와도 금방 말문이 트이고 낯빛이 달라진다. 단지 같은 학교 동문이란 이름 하나만으로 모든 게 묻혀들 수 있다. 일종의 집단몰입증이라고 할까. 그래서 나는 고교 동창회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마산에는 네댓 인문계 고등학교가 나름으로 빛난 전통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내세움보다 동문의식이야말로 일류학교의 발로다. 동문의식은 자유경쟁 입시 때보다 연합고사 세대에 와서 다소 희석되었으나, 그래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학교 전통에 따라서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 모교의 동문들은 한 가지로 난 피붙이마냥 연연하다.

오늘 서울에 거주하는 동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설 명절을 앞두고 고향 부모 친지를 배알할 겸해서 내려온다고 했다. 서둘러 몇몇 동창들에게 귀띔을 했다. 따뜻이 환영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친구의 고향인 남지에서 만나기로 했다. 단 대목 주말이라 겨를 없을 텐데도 몇몇 친구들이 결집되었다.

이즈음 남지는 잉어회가 제격이다. 평소 민물 회를 꺼려하는 사람들은 선뜻 확답을 하지 않았지만 평생을 낙동강 기슭을 터 잡아 사는 나는 없어서 못 먹을 뿐이다. 세상을 살만큼 산 우리들은 만나면 언제나 자리가 길어진다.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제법 묵직한 화두도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벌써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갑자기 문자메시지가 쏟아졌다. 신임 동창회장이 내가 총동창회 부회장 선임됐다는 소식을 문자메시지로 알린 탓이다. 한 해 동안 새로운 직분에 충실할 터이다. 201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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