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르바이트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27

본문

아르바이트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13072012-01-20 오후 4:51:00


박종국의 글밭 2012-17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박 종 국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준비 중인 아들이 난생 처음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설날 특수를 대비한 대형마트 잡역부 일이다. 아들은 어렵사리 얻는 일자리에 크게 고무된 듯했다. 사실 작년 11월에 제대한 아들은 그동안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기회가 닿지 않았었다.

 

아들의 말을 빌면 같은 또래 여대생들은 일자리가 쉽다고 했다. 구인 광고를 보면 대개 여대생을 원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들은 숱하게 퇴짜를 맞았다. 심지어 시청 단기 일자리로 신체조건을 내세워 채용을 마다했다(아들은 신장이 160센티미터에 조금 못 미칠뿐더러 몸집도 작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서빙 할 데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채용 조금은 마찬가지였다. 음식점과 매장, 여러 주점에서도 신체가 왜소하다는 것 하나로 일도 해 보지 못하고 거절당했다고 했다. 한데도 아들은 지난 2년여 동안 노인요양병원에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익근무를 마쳤다. 더구나 우수 근무자로서 표창까지 받았다.

 

지금 우리사회는 20십대 청년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나락에 처해 있다. 그러니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에 수십 수백 명이 발목이 잡힌다. 88만원세대, 대학을 졸업하고도 겨우 비정규직으로 일자리를 얻을 뿐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여전히 실업상태다. 오죽했으면 입사원서를 백 번 정도 써봐야 용케 면접 한 번 볼 수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런데 뉴스를 보면 고졸 신입사원을 대거 모집한다는 소식이 빛 좋은 화두로 대학졸업자들의 갈망을 여지없이 파묻어버리고, 대졸 신규사원을 공채한다는 기사가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내 삶의 주변에는 여전히 머리 싸매고 취업재수 중인 젊은이들만 수두룩하고 신규 취업했다는 젊은이는 만나기 쉽지 않다.

 

용케 일자리를 얻어서 기분 좋게 출근한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우렁찼다. 추운 날씨에 한데서 일하기에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아들은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처음이다. 처음으로 제 하고픈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아들은 행복해했다. 여느 때보다 얼굴 표정도 밝다.

 

세상일들 참 많다. 그렇지만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적성과 취미에도 맞지 않는 일을 단지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 매인다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때 삶의 의미를 느끼고 행복해 한다. 지금까지 궂은일이라고 해 본적이 없는데 힘든 일을 마다않고 척척 해내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아들은 시급 4천여 원이지만 중요한 것은 냉혹한 사회현실에 당당하게 발을 디뎌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에 세상살이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실제로 맛보는 거다. 아들은 밤 열시까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건들과 맞닥뜨려 있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한 단면인 것이다.

 

부디 아들이 세상의 중심에 서서 가트에 담은 물건에 따라 당장에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과 돈 걱정 없이 사는 이들이 사는 법을 따져보고, 우리 사회의 제반 모순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체득했으면 좋겠다.

 

오늘 밤늦게 아들을 만나 열의의 심지를 더 돋워야겠다. 장차 네가 살아야 할 세상은 냉혹한 그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덧붙여서. 2012. 1. 20.

 


'한국작가회의 > 한빛소리원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마 에스페로의 설빔  (0) 2019.05.15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0) 2019.05.15
따로국밥  (0) 2019.05.15
동문의식  (0) 2019.05.15
내 코가 석자나 빠졌다  (0) 2019.05.1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