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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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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14892012-01-21 오전 11:45:00


박종국의 일상이야기-18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박 종 국

요즘 자주 버스를 탄다. 연말연초에 모임이 잦은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낡은 차 기름 값이 부담스러워서다. 그래서 가능하면 출퇴근을 제외하고는 차를 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오늘도 면내 사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가만히 서 있어도 덜덜 떨리는데 바람까지 불어 바깥 날씨는 한층 더 차가웠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잔뜩 몸을 움츠린 채 종종걸음을 쳤다.

시골에서 살면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할 때가 많다. 그 하나는 노선버스가 제때 운행되지 않는 것이다. 이용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맞춰 승강장에 나가지만 정작 버스는 들쭉날쭉하게 운행되는 게 십상이다. 오늘도 그랬다. 오 분이나 서둘러 승강장에 도착했으나 버스는 방금 떠난 뒤였다.

다음 배차시간까지는 이십분이나 기다려야 한다. 어쩔까 생각하면서 승강장에 머물렀다. 그때였다. 중학생 세 명이 다가왔다. 그들도 버스를 탈 요량으로 보였다. 한데 그 중 한 학생이 승강장에 나붙은 버스배차시간표를 훑어보더니 이십분이나 기다려야 해, 하면서 대뜸 택시 타고가자고 했다. 두 학생도 선뜻 응했다. 순간 나는 마음이 뜨악했다. 제들도 쉽게 택시를 타는데….

칠원 사거리서 마산시내까지 택시로 나가려면 종잡아 만 오천 원이다. 불과 십여 분만 기다리면 버스비 750원으로 충분한데, 아이들은 별 마다않고 택시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며 추위에 달달 떨면서 버스를 기다리던 나는 머쓱했다. 섣부른 자괴감이 느껴졌다. 웬만한 나잇살에 굳이 버스를 타겠다고 서 있는 자신이 미욱스럽게 생각 됐다. 나는 웬만하면 시내 나갈 때 택시를 타지 않는다(난 뭐래도 버스와 기차를 즐겨 탄다).

요즘 아이들은 별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는 것 같다, 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운동화나 가방, 옷차림을 보면 유명 상표로 겉멋이 자르르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오십보백보다. 오죽했으면 입는 점퍼로 또래집단을 만든다고 할까(예전에는 유명 상표 신발로 부류를 지었다). 또한 요즘 아이들은 줄을 서서 눅진하게 기다리거나 참을성도 부족한 것 같다.

물론 그 학생들이 서둘러 택시를 타야하는 사정도 있었으리라. 약속시간이 빠듯해서 그랬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언뜻 본 아이들의 차림새는 그와는 달랐다. 그들은 용돈의 과부족을 모르는 아이들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자녀들을 많이 두지 않기에 내 자식이 예쁘다며 부모들이 먼저 다달이 아이들 용돈을 챙긴다고 한다. 그 마음에는 내 새끼 기 죽이지 않겠다는 부모 욕심이 가세해 있다.

단지 아이들이 택시 타는 것 가지고 웬 딴지냐, 고 한다면 할 말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용돈이 충분하다고 해도 단돈 750원인 버스를 십여 분도 기다리지 못하고 선뜻 택시를 잡아타는 아이들이 좋잖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가 너무 밴댕이 속아지를 가진 것일까. 아이는 아이다운 행동을 할 때 보다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 시간에도 대학생인 내 아들은 시급 4천여 원을 벌기 위해 바깥에서 일하고 있다. 아들이 그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것은 자발적인 의지였다. 물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용돈을 풍족하게 챙겨주지 못한 것도 이유이기는 할 게다. 나는 아들을 자랑삼는 팔불출은 아니다. 새삼 그 아이들 부모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탈무드에 아이가 고기를 원하거든 낚시하는 방법부터 가르쳐 주라고 했다. 사실 요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너무 관대하다. 하다못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챙겨주어야 안심이 된다. 그러니 과부족을 모르는 아이들은 경우에 어긋난 행동을 하여도 제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제 자식이 귀여운 것은 부모라면 똑같은 심정이다. 오죽하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가시에 찔리면서도 품어 안는다고 했을까.

그렇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좋은 버릇을 들이고, 올바른 심성을 갖게 하는 것은 오직 부모의 책임이다. 그것은 소명의식으로 가져야할 지극한 사랑이다.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아이는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따듯한 마음을 갖는다. 또 그런 아이들은 결단코 친구를 나 몰라라 따돌리지 않는다. 스스로가 한 일에 대해서 감동을 느끼는 좋은 습성은 평생 간다.

나는 정확히 십팔 분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2012.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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