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노인
박종국
나이들면 뭐하지? 단단하게 맘 정하지 않으면 자칫 나이 드는 게 억울해진다. 중요한 일은 현재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그냥 단조로운 삶은 밥벌레에 지나지 않는다. 멋지게 늙어가기 위해서는 나이 듦을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
세월은 살같이 빠르다. 그저 덧없이 흘러가고, 쇠퇴하고, 사라진다면 추운 겨울 낡은 외투를 걸친 듯 얼마나 쓸쓸할까. 중년의 나이는 스스로의 얼굴에 인생 향기와 아름다운 여운을 새겨할 때다.
중년의 삶은 인생의 전환기다. 또한 인생에서 남은 30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챙겨보아야 할 시기다. 살면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게 경제적인 능력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회적 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 돈을 가져야 즐거움을 누리는 세상이다. 그게 젊음과 나이 듦의 차이가 아닐까?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데도 나이가 들면 더 적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정년퇴직으로 일상적인 삶에서 은퇴한다며 노후를 설계한다면 자신의 인생을 놓아버리는 일이다. 정말 나이 들어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낸다는 건 끔찍한 일이 아닌가.
아름다운 노년을 사는 사람은 결코 끈 떨어진 연처럼 세상을 놓아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죽을 때까지 세상일을 꼭 붙들고 산다. 언제나 ‘현역 노인’이다. 그는, 자신의 전문성으로 죽을 때까지 밝게 일하는 사람이다.
또한 아름다운 노년의 삶은,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이권에 너무 눈이 멀어 이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런 삶은 구태의연한 욕망이다. 그런 하찮은 삶의 표현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일을 통해서 경제 외적인 의미로 인생의 깊이를 느끼며 살아가는 현역노년의 삶을 추구해야한다. 노년은 사랑하는 일에도 보다 열정적이어야 한다.
그저께 중늙은이 여섯 모인 자리에서 불쑥 우리 늙으면 이 담에 무엇 하지? 하는 얘기가 나왔다. 다들 철부지적 동심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어울려 살자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만, 명답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수록 늙었다는 걸 인정하고 뭔가 푹 빠질 만한 일을 찾아야한다.
제2의 직업은 앞으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지천명, 인생의 중턱에 걸친 나이, 이담에 늙으면 무엇 하지? 하는 고민에 닿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래를 꿈꿀 나이다. 그 무엇보다 현역노인으로 끝없이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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