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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이력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10. 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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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이력

박종국(독서칼럼니스트)

독서 좋은 거 모르는 사람 없다. 이는 비단 책 읽는 일만 가려하는 얘기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 그만큼 삶의 질료가 많아진다. 크게 성공한 사람은 한결같이 그 성공 비결을 독서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그 말에 동의한다. 육십 평생을 살면서 독서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런데 독서의 좋은 점을 아는 사람은 책 읽기를 권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1 국민 독서 실태'를 보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라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일상생활에서 독서가 그만큼 힘들다는 사실이다. 독서하기 어려운 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학생은 공부에 미려나고, 성인은 먹고살기 바빠서, 주부 역시 육아와 살림에 독서는 뒷전이다. 그런데 초등학생의 경우 왜 책을 읽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면 이외다. 그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기보다 재밌는 일이 너무 많아서라고 한다. 지금 아이는 혼자서도 잘 논다. 그만큼 인터넷이 발달했다. 그러니 책 보다 놀잇감이 많으니 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

어린 시절 나는, 학교를 파하고 집에 가면 놀거리가 없었다. 고작 해서 꼴망태기를 메고 소 먹이러 가거나, 논밭에서 일하는 어른 새참을 들고 가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일꾼 암소를 한 마리 들이고는 소 풀 먹이러 다니는 게 놀이였다. 너른 풀밭에 소를 몰아넣고 고만고만한 목동(소먹이는 아이)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풀꽃 따기와 낫 꽂기를 했다. 연일 신명 났다. 그러다가 그것도 무료해지면 발가벗고 냇가에 들어가 멱을 감았다. 그러고 나서는 꼴망태기 가득 풀을 베었다. 그래서 내 옷은 언제나 풀물이 들어 꾀죄죄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아이의 말마따나 지금 아이들에게는 재밌는 놓이가 너무 많다. 텔레비전에서는 언제든 키즈 전용채널로 정규방송 이외에도 민화영화를 계속해서 송출한다. 그뿐이랴. 유튜브를 이용하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다. 거의 모든 초등학생이 휴대폰을 지니고 다니는 지금, 스마트 폰 게임도 그 수가 엄청나다. 또 SNS(소셜미디어)나 문제메시지를 이영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렇기에 독서는 자연스럽게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이다.

학교에 몸담고 생활하니 아이들에게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시큰둥하다. 되레 스마트 폰을 만지작 거리는 시간이 많다. 간혹 대교수업에 들어가 짧은 동화책 한 권을 읽고 책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책을 집중해서 읽지 않으니 책을 다 읽어도 머릿속에 남은 내용이 많지 않다. 독서권력이 여린 탓이다.

나의 독서이력 근 30년이나 된다. 첫 시작은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마산으로 전학해서였다. 내가 머물렸던 집은 하숙집이였으나, 나는 그냥 얹혀사는 셈이었다. 계절마다 쌀이나 채소, 된장간장 등 밑반찬을 제공함으로써 하숙비를 대신했다. 지금으로 따져보며 하숙비 이상의 돈을 지불했다. 그래서 나는 하숙집 주인내외로부터 남다른 대접(?)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주인댁 서가에 모셔진 책을 맘대로 보아도 된다는 암묵적 허락이었다. 책이라곤 농민회 잡지나 허드레 만화가 전부였던 나에게 그 많은 책은 가슴이 방빵 뛰는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이어진 나의 독서는 그 무엇보다 사춘기 집중력과 안정감을 주었다. 그리고 휴일이면 인근 도서관을 찾았다. 이를 계로 책을 자주 읽지 않다도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아졌다. 간혹 길을 가다가 이사가는 집을 발견하면 다짜고짜로 다가가 폐지로 내다 버리는 책을 내 책장으로 가지고 왔다. 그런 까닭에 읽지도 않은 책을 버리지도 못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그럭저럭 모음 책이 수천 권에 이른다. 가히 지독한 책 수집병(?)이다. 그 덕분에 모범 장서가가 되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나는 불현듯 글을 썼다. 그 처음은 지방신문 투고였지만, 호평을 받아 이후 월간에세이 등 문예 잡지와 경남작가,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 회원으로 가당찮게 많은 글을 썼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나의 글쓰기의 밑바탕은 한결같은 책 읽기다. 때론 생각하는 일을 글로 쓰면 어색했다. 머릿속에 맴도는 낱말이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을 독서로 메꾸었다. 독서의 힘이다.

언제부터인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런 일을 겪고난 뒤부터 나에게는 버릇 하나가 혹부리처럼 생겼다. 어데든 나다닐 때는 바드시 가방에 책을 넣고 다녔다. 꼭 읽어야 한다는 건 아니었다. 그래야 속이 든든하듯 마음이 편했다. 그러다가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책을 읽었다. 나의 독서 비법은 어데든 손 닿는데 책을 둔다는 고다. 그것 하나면 언제든 책을 읽는다. 어떤 때는 한달음에 책을 다 읽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밑줄을 긋고도 단 한 장도 읽지 못할 때도 많다. 공감 가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날마다 책을 익었다.

공자의 위편삼절은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두 번 세 번 다시 읽는 끈질김을 갖게해주었다. 책은 그 흥미가 무궁무진하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그 내용이나 공감되는 부문, 느낌이나 감동이 그때마다 다르다. 독서와 글쓰기, 다시 책 읽기와 다시 읽은 책의 내용을 기록하는 글쓰기는 책만 읽었을 때보다 생각을 훨씬 풍성하게 해 준다. 그게 독서의 묘미다. 또한 나의 끊임없는 글 쓰기의 비법이다.       

오늘도 대교수업을 하면서 책 읽기와 독서습관에 관해서 얘기했다. 전에 비해 공감하는 아이가 많았다. 대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조그만 시간이라도 책을 읽도록 마음을 써보라고 권했다.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 책을 가까이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더 발전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독서는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다.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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